“그전에 한 번도 안 다쳤었는데…”
강민규(충남아산FC)는 26일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안산 그리너스와 하나은행 K리그2 2025 9라운드 홈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충남아산 유니폼을 입고 통산 100번째 경기에 나서면서 기념비적인 날이었지만,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이른 시간 교체돼 아쉬움을 표출한 것이다.
2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강민규는 김승호, 한교원과 함께 최전방에 위치한 김종민을 지원 사격했다. 최전방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그는 왼쪽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오가며 폭넓게 움직였다. 팀의 공격이 왼쪽 측면에서 진행될 때는 왼쪽 측면에서 이은범, 이학민 등과 함께 공격 기회를 만들었고, 공격이 오른쪽 측면에서 전개될 땐 중앙으로 들어와 김종민과 함께 ‘트윈타워’를 구축해 득점을 노렸다.
결국 강민규는 선제골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반 16분 왼쪽 측면으로 빠진 김종민이 공을 잡자, 재빠르게 김종민 옆으로 가서 상대 수비의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동시에 자신 쪽으로 유인했다. 그 사이에 김종민은 상대 수비를 따돌린 후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문전 앞으로 쇄도하던 한교원이 환상적인 턴 이후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강민규가 직접 득점에 가담한 건 아니지만, 그의 센스 있는 움직임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강민규는 하지만 부상 불운 속 이른 시간 교체됐다. 전반 20분 왼쪽 측면에서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던 그는 왼쪽 발목을 접질리면서 쓰러졌고, 결국 스스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자 들것에 실려 나갔다. 충남아산에서 통산 100번째 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조기 교체된 그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너무 아쉬워 했다.
왼쪽 발목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양쪽에 낀 채로 믹스트존에 등장한 강민규는 “뛰다가 다쳐서 아쉽다. 이번에 통산 100경기 때 다치니깐 저주인 것 같기도 하고 액땜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쨌든 팀이 승리해서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한 후 “부상은 심각한 건 아니다. 조금 접질린 정도인 것 같아서 한 며칠 쉬고 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아산에서 통산 100경기를 뛴 강민규는 “제가 지금 올해 4년 차다. 1~2년 차 때는 되게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프로가 처음이기도 했고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하는 시기라서 매일매일 긴장되고 힘들었다. 근데 이제 3~4년 차가 되면서 적응도 됐고, 물론 새로운 것도 계속 배워가고 있지만 축구가 되게 재밌다고 느낀다”고 지난날들을 돌아봤다.
K4리그 FC남동에서 활약하던 강민규는 지난 2022년 충남아산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 첫 시즌부터 그는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활약하더니 빠르게 적응하고 눈에 띄는 성장세 속에 두 번째 시즌부턴 주전으로 도약했다. 세 번째 시즌엔 주전 자리를 확고히 했다. 강민규는 통산 100경기 동안 17골·9도움을 올렸다.
본인처럼 프로 데뷔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K3리그, K4리그 등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제가 꼰대처럼 느낄 수 있기도 하겠지만,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냥 이 악물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오는 게 아니다. 저는 기회가 왔을 때 어떤 상황이든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만 하자고 생각했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오면서 프로에 데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충남아산에서 100경기를 뛴 강민규는 “어쨌든 제가 축구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매일매일 열심히 노력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며 “올해 목표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가서 작년처럼 승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해서 쉽게 볼 수 있는 팀이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아산 = 강동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