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애스턴 빌라가 리버풀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그는 빌라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최근 5연패의 슬럼프에 빠진 빌라가 지난 7일, 성적 부진(3승 1무 7패 승점 10점으로 16위)을 이유로 스미스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이어서 11일, 제라드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계약 기간은 3년 6개월(2025년 6월 30일까지)이다.
Aston Villa제라드가 누구인가? 프리미어 리그 명예의 전당은 물론 잉글랜드 축구 명예의 전당에 동시에 선정된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적인 미드필더이다. 1998년 리버풀에서 데뷔해 2015년까지 뛰면서 구단 역대 최다 도움(150도움)을 비롯해 출전 3위(710경기)와 최다 골 3위(186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5년에 LA 갤럭시로 떠난 그는 2016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종료했고, 2017/18 시즌엔 18세 이하 리버풀 감독을 수행하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이어서 2018년 여름, 레인저스 지휘봉을 잡으면서 첫 프로 감독 직을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레인저스는 원래 셀틱과 함께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명문이다. 1부 리그 우승 횟수는 55회로 셀틱(51회)을 넘어 최다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레인저스는 2011/12 시즌을 끝으로 파산하면서 4부 리그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다행히 워낙 탄탄한 팬 베이스와 유스를 자랑하고 있기에 빠른 속도로 승격을 반복하면서 2016/17 시즌에 이르러 다시 SPL에 돌아오는 데 성공했으나 하부 리그를 전전하고 있던 동안 라이벌 셀틱은 SPL을 독주하며 레인저스와의 격차를 벌려놓고 있었다.
이렇듯 힘든 시기를 보내던 레인저스를 다시 재건한 게 바로 제라드였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단합시켰고, 승부욕을 전해주었다. 그의 지도 하에서 레인저스는 2018/19 시즌과 2019/20 시즌 연달아 준우승을 기록한 데 이어 2020/21 시즌에 마침내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SPL)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2010/11 시즌 이후 무려 10년 만의 우승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바로 무패 우승였다는 데에 있다. 무승부도 단 6경기가 전부였다(32승 6무). 유로파 리그에서도 선전하면서 16강에 진출했다. 연맹은 물론 선수협과 기자협에서 선정한 SPL 올해의 감독 3관왕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그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B/R Football이번 시즌은 이미 1패를 당하긴 했으나 여전히 13라운드 기준 승점 30점(9승 3무 1패)으로 영원한 라이벌 셀틱(승점 26점)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비록 챔피언스 리그 예선 3차전에서 말뫼에게 2전 전패를 당하며 조기 탈락했고, 유로파 리그 32강 조별 리그에서도 첫 2경기에서 패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으나 이후 브뢴비와의 3, 4차전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남겨놓은 상태다. 그의 레인저스 통산 성적은 192경기 124승 41무 27패로 승률 64.6%에 달하고, 407득점으로 경기당 3.3골을 넣고 있다(실점은 139골로 경기당 0.7실점).
자연스럽게 많은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이 그를 새 감독 후보로 점찍어놓았다. 그 때마다 그는 레인저스에서 행복하다며 잔류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심지어 브뢴비와의 조별 리그 3차전이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뉴캐슬 감독 부임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내가 행복해 보이나? 내가 안정적으로 보이나? 그렇다면 나에게 바보같은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최종적으로 빌라를 선택했다. 그는 이에 대해 "빌라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구단이다. 팀의 목표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빌라 CEO 크리스티안 퍼슬로우와의 관계가 감독 직 수락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지배적이다(퍼슬로우는 과거 리버풀 단장 직을 수행하며 제라드와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왔다).
Indy Football제라드는 여러모로 현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과 유사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그는 여러 차례 클롭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심지어 그는 "18세 이하 감독 시절 스펀지처럼 클롭 감독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웠다. TV를 통해서도 그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봤다. 클롭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면 그는 언제나 나를 위해 시간을 기꺼이 내주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클롭이 리버풀에서 4-3-3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하는 것처럼 제라드 역시 4-3-3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 무패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 4-3-3을 28경기에 활용했다. 다른 포메이션을 쓴 건 10경기가 전부였다. 이번 시즌 역시도 13라운드 중 10경기에 4-3-3을 가동했다.
buildlineup.com게다가 클롭이 '게겐프레싱(독일어로 Gegenpressing. 직역하면 역압박이라는 의미로 상대팀에게 소유권을 내주었을 시 곧바로 압박을 감행하는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지칭)'이라는 축구 용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압박을 중시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라드 역시 압박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측면 수비수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유사점이 있다. 클롭 감독 하에서 리버풀은 좌우 측면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과 트렌트-알렉산더 아놀드가 많은 도움을 양산해내고 있다. 이들은 2018/19 시즌과 2019/20 시즌에 연달아 두 자릿수 도움(2018/19 시즌 아놀드 12도움 & 로버트슨 11도움. 2019/20 시즌 아놀드 13도움 & 로버트슨 12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지난 시즌엔 부상 등을 이유로 다소 주춤(두 선수 모두 7도움을 기록했다)했으나 이번 시즌 아놀드는 11라운드 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벌써 4도움을 올리며 뜨거운 킥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제라드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시즌 오른쪽 측면 수비수 제임스 태버니어가 12골 9도움을 올리며 팀 내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골+도움)를 기록했을 정도였다(왼쪽 측면 수비수 보르나 바리시치 역시 1골 6도움을 올렸다). 이번 시즌에도 태버니어는 3골 8도움으로 팀을 넘어 SPL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다(바리시치는 부상으로 6경기에 출전에 그치며 2도움).
James Tavernier이에 더해 이번 시즌엔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다소 수비가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지난 시즌엔 38경기에서 단 13실점 만을 허용하며 짠물 수비를 자랑했다. 이는 SPL 역대 단일 시즌 최소 실점(종전 기록은 2001/02 시즌 셀틱의 18실점)에 해당한다.
이러한 특성은 빌라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빌라의 최대 문제는 바로 수비에 있다. 팀 득점은 14골로 9위에 위치하고 있으나 핵심 수비수 타이런 밍스가 부진에 빠지면서 11경기 20실점으로 최다 실점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비만 안정화 되더라도 빌라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게다가 빌라 좌우 측면 수비수로는 맷 타겟과 매튜 캐시라는 수준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이 제라드 감독의 전술적 지시 하에서 공격력이 터져준다면 빌라 공격은 한 단계 더 향상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우려가 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시즌 빌라는 사우샘프턴 간판 공격수 대니 잉스를 영입하면서 올리 왓킨스와 함께 투톱 전술을 활용했다. 4-3-3 포메이션을 선호하는 제라드 감독 체제에서라면 둘 중 한 명이 희생될 위험성이 있다. 중앙 미드필더도 추가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존 맥긴과 더글라스 루이스, 제이콥 램지까지 3명의 숫자는 확보가 되어있지만 이들의 백업을 맡아줄 선수가 부족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빌라는 제라드를 과감히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그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에 SPL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경력을 이어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PL 무대에선 검증되지 않았다. 그가 PL에서도 성공한다면 그의 주가는 한층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사실 제라드라는 이름만으로도 전세계 축구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감독 제라드의 행보가 그저 기대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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