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형중 기자 =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선배인 수비수 라몬 베가(55)가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며 잔니 인판티노 현 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베가는 손흥민이 토트넘 시절 활약을 자신의 SNS에 올리곤 했던 인물이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은 8일(이하 한국시간) 베가가 2027년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인판티노 회장에 맞서는 첫 번째 공식 도전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베가는 7일 11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통해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며 FIFA의 지배구조 개혁과 신뢰 회복을 선거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인판티노 회장과 같은 스위스 국적의 베가는 현역 시절 중앙 수비수 출신으로 대표팀에서 23경기 출전했다. 클럽 커리어는 그라스호퍼, 칼리아리를 거쳐 1997년 토트넘에 입단하면서 잉글랜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셀틱(임대), 왓퍼드, 크레테이 등을 거쳐 2004년 은퇴했다. 셀틱에서는 단 6개월 임대 기간 동안 스코틀랜드 트레블(3관왕)을 달성하며 팬들의 기억에 남았고, 토트넘에서는 1999년 리그컵 우승을 경험했다. 은퇴 후에는 금융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베가는 출마 선언문에서 강한 어조로 현 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내가 나서는 이유는 내 인생이 이 경기를 위해 봉사하도록 준비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겸손함, 결의, 그리고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전 세계 축구 가족 앞에 서있다. 축구는 회장이나 연맹, 관리자들의 것이 아니다. 축구는 어떤 직위나 개인, 어떤 조직보다 더 큰 존재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 체제는 축구계의 사기를 꺾어왔다. 취약한 거버넌스는 FIFA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전 세계 축구 가족 전체의 신뢰를 손상시켜 왔다. 이 갈등의 악화를 멈춰야 한다"라고 했다. 또 "FIFA는 지금 생명 유지 장치에 연결된 채 응급실에 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FIFA에는 새로운 방향성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현재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FIFA가 월드컵 상업 권리의 20%를 민간 펀드에 매각하려던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 계획이 7월 백지화된 이후 UEFA를 중심으로 거센 퇴진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UEFA는 인판티노 회장의 사임을 원한다는 뜻을 숨기지 않으며 스위스에서 형사 고발 준비까지 나선 상황이다. 베가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신뢰 재건, 거버넌스 현대화, 세계 축구 커뮤니티의 각 섹션을 다시 하나로 묶는 것"을 선거 운동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이 베가의 첫 번째 도전은 아니다. 2015년, 2019년, 2022년에도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모색했지만 세 차례 모두 투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데 필요한 최소 5개 가맹 연맹의 추천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했다. 이번에도 11월 18일까지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정이 빠듯한 만큼 시간과의 싸움이 불가피하다.
UEFA는 8일 베를린에서 별도로 전략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내년 3월 회장 선거를 겸하는 모로코 라바트 FIFA 총회를 앞두고 회장직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로이터는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이미 당선에 충분한 표를 확보했다"며 반대 세력이 대항마를 세우기보다 그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베가가 5개 가맹 연맹의 지지를 확보해 실제 투표 명단에 오를 수 있을지, 그리고 UEFA의 전략 회의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