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가 더 많은 장애인 팬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아직 요구된 시설을 준비하지 못한 구단이 절반 이상으로 드러났다.
영국 평등과인권위원회(Equality and Human Rights Commission, 이하 EHRC)는 지난 20일(한국시각) 자국 공영방송 'BBC'를 통해 지난 수년간 프리미어 리그 측에 요구한 경기장별 장애인 시설 확장이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HRC는 다시 한번 프리미어 리그 측에 과거에 합의한 내용대로 장애인 시설을 확보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EHR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홈구장에 장애인 관람석이 충분하지 않은 팀은 무려 열세 팀이다. 이는 아스널, 번리, 첼시, 크리스탈 팰리스, 에버튼, 헐,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스토크, 선덜랜드, 토트넘, 왓포드, 웨스트 브롬. 여기에 번리, 첼시, 크리스탈 팰리스, 에버튼, 헐, 미들스브로, 스토크, 선덜랜드, 스완지, 토트넘, 왓포드, 그리고 웨스트 브롬은 홈구장 화장실에 장애인용 변기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번리, 크리스탈 팰리스, 헐, 맨유, 미들스브로, 스토크, 웨스트 햄은 홈구장을 찾은 장애인 팬에게 경기장 안내서를 제공하지 않은 팀으로 지적됐다.
프리미어 리그는 지난 2013년 EHRC의 요구에 따라 홈구장에 충분한 장애인을 위한 관람석, 화장실 시설, 그리고 안내서를 제공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가 이뤄진 후 1년이 지난 2014년에도 장애인 관람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팀만 열일곱 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후 대중의 거센 비판을 받은 프리미어 리그는 스스로 20개 구단 홈구장이 EHRC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시설을 오는 2017년 8월까지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데드라인이 단 3~4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재 여전히 스무 팀 중 열세 팀이 규정이 요구하는 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현재 EHRC의 요구를 100% 충족시킨 구단은 맨체스터 시티, 사우샘프턴, 그리고 레스터 세 팀이 전부다.
데이비드 아이직 EHRC 회장은 "올 시즌 종료 시점이 다가오므로 프리미어 리그 구단에 주어진 시간은 차츰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몇몇 구단의 장애인 시설의 기준은 형편없었다(appalling). 심지어 구단 측으로부터 전해받은 자료에는 아예 필요한 정보가 없거나 충분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확실한 건 프리미어 리그의 극소수 구단만이 장애인 팬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데 필요한 최소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리미어 리그 연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장애인 팬 편의는 프리미어 리그의 우선 정책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프리미어 리그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이룬 장애인 시설의 발전은 영국 내 어느 타 종목 경기장이나 공연장과 비교해도 독보적"이라면서도, "구단마다 홈구장의 구조와 관리 기술이 다르다. 그래서 몇몇 구단은 더 빨리 장애인 시설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장애인 시설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건 아니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의 모든 구단은 앞으로도 계속 경기장을 찾는 장애인 팬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편리한 경기 관람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EHRC는 조만간 프리미어 리그 각 구단 관계자와 개별로 만나 경기장 장애인 시설을 확대하는 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편의 시설 규정을 아직 지키지 못한 프리미어 리그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형성된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 연맹 측의 설명대로 애초에 이 규정이 생긴 이유는 잉글랜드 축구계가 더 다양한 팬들이 편리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는 데 필요한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책임감을 스스로 짊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프리미어 리그는 3년 전부터 EHRC와 협의해 구장별로 장애인 편의 시설을 확대하겠다며 자진해서 그 기준을 높게 잡았다. 물론 아직 프리미어 리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 소수자인 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 그리고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 책임을 묻는 여론이 형성되는 문화는 분명히 교훈이 될 만한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