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히오 라모스 & 얀 좀머Getty Images

'PK 선방 2회' 좀머, 라모스 대기록에 찬물 끼얹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스페인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가 유럽 선수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신기록(177경기)을 수립했다. 하지만 스위스 수문장 얀 좀머가 라모스의 페널티 킥을 2차례나 선방하면서 기념비적인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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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가 바젤에 위치한 장크트 야콥-파크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0/21 UEFA 네이션스 리그 A시드 4조 5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두었다. 

사실 이 경기는 시작 전부터 스페인 쪽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스페인은 조별 리그 4차전까지만 하더라도 2승 1무 1패 승점 7점으로 4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스페인이 스위스에 크게 앞서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스위스전은 스페인이 자랑하는 주장이자 살아있는 전설 라모스가 유럽 선수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우는 기념비적인 경기였다. 하지만 좀머 골키퍼가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면서 라모스와 스페인에게 집중된 스포트라이트를 뺏어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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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은 예상 외로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실제 30분경까지만 하더라도 스위스가 슈팅 숫자에서 6대3으로 스페인에게 정확하게 2배 더 많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반면 스페인은 18분경, 공격형 미드필더 파비안 루이스가 백패스 실수를 범하면서 실점 위기를 자초하는 등 스위스의 초반 공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스위스가 25분경,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오른쪽 윙백 에드밀손 페르난데스의 전진 패스를 공격수 브릴 엠볼로가 땅볼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해 들어온 레모 프로일러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하면서 흔들리던 스페인은 30분을 기점으로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후 경기 종료까지 60분 동안 스페인이 슈팅 숫자에서 17대1로 압도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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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위스엔 수호신 좀머가 있었다. 좀머는 연신 환상적인 선방을 펼치며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먼저 좀머는 37분경, 루이스의 현란한 발재간에 이은 왼발 중거리 슈팅을 선방해냈다. 이어서 전반 종료 직전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득점 1위에 빛나는 측면 공격수 미켈 오야르사발의 왼발 슈팅까지 저지해냈다. 

스페인은 후반 11분경, 루이스를 빼고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격 강화에 나섰다. 모라타가 교체 출전하자마자 스페인에게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가 주어졌다.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라모스의 헤딩 슈팅을 스위스 수비수 리카르도 로드리게스가 손으로 막아내 핸드볼 반칙이 불려진 것. 이에 라모스가 본인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직접 처리하기 위해 키커로 나섰다.

라모스가 누구인가? 수비수임에도 레알 마드리드 통산 공식 대회 100골을 넣었고, A매치에서도 스페인 역대 최다 득점 공동 8위에 해당하는 23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득점력을 갖춘 선수이다. 특히 스위스전 이전까지 통산 32번의 페널티 킥을 시도해 29골을 성공시켰을 정도로 페널티 킥에 유난히 강점이 있는 선수이다. 유로 2016 본선 조별 리그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다니엘 수바시치 골키퍼에게 막힌 이후 A매치에서 7번 연속으로 페널티 킥을 성공시킨 라모스였다. 심지어 클럽까지 포함하면 2018년 5월 9일,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실축한 이후 25번 연속으로 페널티 킥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페널티 킥 스페셜리스트답게 라모스는 골대 왼쪽 하단 구석으로 날카로운 킥을 처리했다. 하지만 이를 좀머 골키퍼가 몸을 날려 선방했다. 페널티 킥에 있어 라모스의 실수는 하나도 없었다. 잘 찼지만 좀머가 더 잘 막았다 밖에는 따로 설명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좀머의 페널티 킥 선방에서 이어진 스페인의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세르히오 레길론의 코너킥을 라모스가 골문 앞 헤딩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 역시 좀머의 선방에 막혔다.

다급해진 스페인은 후반 27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빼고 코케를 투입하면서 공격을 강화한 데 이어 올모와 오야르사발 대신 세르히오 카날레스와 아다마 트라오레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격 쪽에 변화를 모색했다.

스페인은 후반 33분경, 재차 페널티 킥 득점 기회를 얻어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간 모라타가 스위스 수비수 니코 엘베디의 파울을 유도해내면서 페널티 킥을 얻어냄과 동시에 엘베디의 경고 누적 퇴장까지 이끌어낸 것. 이번에도 다시 라모스가 명예 회복을 위해 페널티 킥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좀머에게 막혀서일까? 두 번째 페널티 킥 시도는 좀머에게 일찌감치 방향이 읽히면서 정면성 슈팅으로 차는 우를 범했다. 결국 한 경기에서 페널티 킥을 두 차례나 막히는 수모를 겪은 라모스였다. 이전까지 라모스의 페널티 킥을 선방한 골키퍼는 위에서도 언급한 수바시치가 유일했다(그 외 2번은 모두 골키퍼 선방이 아닌 골대를 벗어난 실축이었다).

스페인은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수비형 미드필더 미켈 메리노를 빼고 공격수 헤라르드 모레노를 투입하면서 파상공세에 나섰다. 결국 스페인은 경기 종료 직전 레길론의 땅볼 크로스를 모레노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패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간신히 패배는 면할 수 있었으나 스위스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스페인은 네이션스 리그 조 1위 자리를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한 독일에게 내주고 말았다. 특히 라모스 개인에게 있어 최고의 하루여야 마땅했던 기념비적인 경기를 좀머의 선방쇼로 망치고 말았다. 이 정도면 좀머가 이 경기의 씬 스틸러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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