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스 호프만Getty Images

'플릭의 남자' 호프만, 독일 오른쪽 풀백의 새 주인 등극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한스-디터 플릭 신임 감독 체제에서 전승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독일이 아르메니아전에서 스리백 전술을 실험했다. 플릭 감독 하에서 오른쪽 풀백 주전으로 낙점된 요나스 호프만이 윙백으로 전진 배치되어 1골 1도움을 올리며 4-1 대승을 견인했다.

독일이 바즈겐 사르키샨 레푸블리칸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아르메니아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최종 10차전에서 4-1 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독일은 9승 1패 J조 1위로 월드컵 예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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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독일은 플릭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월드컵 예선에서 7전 전승을 올렸다. 7경기에서 올린 득점은 무려 31골(경기당 4.4득점)인데 반해 실점은 단 2골(0.3실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독일 역대 감독들을 통틀어 보더라도 데뷔 기준 최다 경기 연승 신기록이자 7경기 최다 득점에 해당한다. 데뷔 기준이 아니더라도 21세기 들어 최다 연승 타이 기록(2017년 7연승)이자 역대 2위(1위는 1979년부터 1980년까지 12연승)이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를 이어오고 있는 독일이다.

플릭 독일 7전 전승OptaFranz

플릭 감독은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마자 리들레 바쿠를 비롯해 자말 무시알라와 플로리안 비르츠, 카림 아데예미, 루카스 은메차, 다비드 라움 같은 신예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고 있고(이 과정에서 바쿠와 아데예미, 무시알라는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그 동안 대표팀에서 외면 받았던 크리스티안 귄터와 케빈 폴란트, 막시밀리안 아놀트 같은 선수들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이름값이 아닌 현재 경기력 중심으로 선수단을 구축하고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플릭은 요아힘 뢰브 전임 감독이 유로 2020 본선에서 3-4-2-1을 활용하던 것에서 감독 본인이 선호하는 4-2-3-1로 전환하면서 전술 변화에도 나섰다. 이와 함께 유로에서 오른쪽 윙백 역할을 수행하던 요슈아 키미히를 원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돌려놓는 대신 소속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는 호프만을 오른쪽 풀백(측면 수비수)으로 보직을 변경하는 강수를 던졌다. 또한 이전까지 주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르로이 사네를 왼쪽 측면 공격수로 옮겼고, 멀티 수비수 틸로 케러를 상대팀 전술에 맞춰서 포백 모든 위치(왼쪽, 중앙, 오른쪽)에 번갈아가면서 활용하고 있다.

플릭 독일 베스트 일레븐buildlineup

이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사네는 플릭 감독 체제에서 6경기에 출전해 4골 1도움을 올리고 있고, 케러는 안정적인 수비로 팀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호프만은 아르메니아전 이전까지 전경기(6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이 중 4경기에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2경기는 교체 투입)해 기대 이상의 준수한 수비는 물론 장기인 공격 능력을 백분 발휘해 연신 위협적인 크로스를 동료들에게 제공하면서 공수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특히 지난 9월에 있었던 아르메니아와의 4차전 홈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 기록). 키미히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돌아오면서 경기 지배력과 안정감이 올라온 것도 전승 행진에 있어 큰 요소로 작용했다. 케러는 플릭 감독 체제에서 유일하게 전경기 선발 출전하면서 독일 수비진의 새로운 믿을맨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아르메니아전에서 플릭 감독은 기존 4-2-3-1 포메이션과는 달리 유로에서 뢰브 감독이 썼던 3-4-2-1을 들고 나오며 전술 실험에 나섰다. 카이 하베르츠가 '가짜 9번(정통파 스트라이커가 아닌 선수가 최전방에 서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으로 위치했고, 사네와 토마스 뮐러가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다비드 라움과 호프만이 좌우 윙백으로 측면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책임졌고, 일카이 귄도안과 플로리안 노이하우스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다. 마티아스 긴터를 중심으로 요나단 타와 케러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골키퍼가 지켰다.

독일 선발 라인업 vs 아르메니아buildlineup

플릭 체제 독일 베스트 일레븐(출전 수로 분류)

다만 케러는 측면 풀백 역할도 수행하는 선수다 보니 오른쪽 측면으로 많이 빠지면서 센터백과 풀백의 중간자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대신 호프만이 오른쪽 이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뮐러와 거의 동일한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사실상 측면 공격수처럼 플레이를 했다. 즉 스리백과 포백의 중간에 위치하는 하이브리드형 전술이었다고 봐두 무방하다. 이는 독일의 아르메니아전 평균 위치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하단 평균 위치 도판 참조).

그 동안 풀백을 서면서 공격 본능을 일정 부분 제어했던 호프만은 소속팀에서 주로 뛰는 포지션으로 전진 배치되자 본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83분을 소화하면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찬스메이킹(4회)와 라움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크로스(5회)를 동료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롱패스는 5회를 시도해 4회를 정확하게 공격진에 배달했다.

독일 평균 위치 vs 아르메니아OPTA

13번 뮐러, 18번 호프만, 5번 케러, 20번 라움

이 과정에서 독일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15분경, 뮐러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측면을 파고든 호프만이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하베르츠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볍게 골을 넣은 것.

전반 종료 직전 노이하우스가 얻어낸 페널티 킥을 귄도안이 차분하게 성공시킨 데 이어 후반 5분경에 뮐러의 패스를 받은 귄도안이 중거리 슈팅으로 또 다시 골을 넣으며 멀티골을 기록한 가운데 독일의 마지막 골 주인공도 다름 아닌 호프만이었다. 후반 19분경, 아르메니아가 수비 진영에서 볼을 돌리던 장면에서 강력한 압박으로 가로채기를 성사시킨 호프만은 그대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가선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4-1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듯 호프만은 플릭 감독 체제에서 주전으로 중용되면서 독일 오른쪽 측면 수비의 새로운 주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아르메니아전을 통해 공격적으로 전진 배치될 시 한층 더 장기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즉 플릭 감독은 상대팀 전술에 맞춰서 호프만의 위치를 조정해 가면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환경적인 요건을 갖출 수 있게 됐다. 플릭 체제에서 독일 오른쪽 측면의 주인은 바로 호프만이다.

플릭 "호프만은 매우 영리하고 볼을 안전하게 다룰 줄 알며, 빠른 스피드를 겸비하고 있다"

호프만에 대한 플릭의 코멘트Sky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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