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as Christensen, DenmarkGetty

'크리스텐센 전진 배치' 덴마크, 전술 싸움에서 완승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덴마크가 웨일스와의 유로 2020 16강전에서 초반 경기력에서 밀리자 전술 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소하며 4-0 대승을 거두었다.

덴마크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UEFA 유로 2020 16강전에서 웨일스를 4-0으로 대파했다. 이와 함께 덴마크는 유로 2004 이후 17년 만에 메이저대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덴마크는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카스퍼 돌베리가 최전방 원톱으로 포진했고, 미켈 담스고르와 마르틴 브레이스웨이트가 이선에 위치하면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요아킴 멜레와 옌스 스트뢰거 라르센이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토마스 델라이니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다. 주장 시몬 키예르를 중심으로 야니크 베스테르고르와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이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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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선발 라인업 vs 웨일스https://www.buildlineup.com/

주전 최전방 공격수 유수프 포울센이 부상으로,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엘 바스가 질병으로 결장한 대신 돌베리와 라르센이 선발 출전한 걸 제외하면 조별 리그 2, 3차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과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덴마크였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은 건 웨일스였다. 웨일스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에이스 가레스 베일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슈팅을 가져가며 덴마크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9분경, 베일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시도한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 덴마크 선수단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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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웨일스는 중원에서도 아론 램지를 중심으로 조 앨런과 조 모렐이 덴마크 더블 볼란테(델라이니-호이비에르)와의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로 인해 17분경까지 슈팅 숫자에서 7대1로 덴마크에 크게 앞선 웨일스였다.

이에 덴마크는 전술 변화에 나서며 웨일스 공략에 나섰다. 바로 수비수인 크리스텐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하면서 4-3-3으로 전환한 것. 이를 통해 베일과 함께 웨일스 더블 에이스인 램지 봉쇄에 나선 덴마크였다.

덴마크 크리스텐센 전진 배치 vs 웨일스https://www.buildlineup.com/

이는 주효했다. 크리스텐센이 전진하면서 램지가 막히자 웨일스는 18분부터 후반 8분경까지 35분 동안 단 하나의 슈팅조차 시도해보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덴마크는 차근차근 경기를 조립해 나가며 웨일스 공략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는 27분경,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멜레의 전진 패스를 받은 담스고르가 터닝 동작으로 수비를 제치고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받은 돌베리가 중앙으로 접다가 환상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덴마크가 공격을 주도했으나 31분경 담스고르의 땅볼 크로스에 이은 돌베리의 센스있는 힐킥과 전반 종료 직전 멜레가 각도 없는 곳에서 시도한 강력한 슈팅이 웨일스 골키퍼 대니 워드의 선방에 막히며 더 이상의 골을 추가하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무리해야 했다. 비록 전반전에 덴마크가 넣은 골은 단 1골이었으나 전술 변화 이후 점유율에서 7대3으로 크게 앞섰을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기에 후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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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가 공격을 주도하는 동안 웨일스는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웨일스는 41분경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 코너 로버츠가 부상을 당하면서 이른 시간에 네코 윌리엄스를 교체 출전시키는 등 악재가 따랐다.

결국 덴마크는 후반 3분 만에 윌리엄스의 실수를 틈타 추가 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브레이스웨이트의 측면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윌리엄스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걸 돌베리가 잡아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돌베리의 멀티골로 승기를 잡은 덴마크는 후반 15분경에 공격형 미드필더 담스고르와 경미한 부상을 당한 델라이니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뇌르고르와 마티아스 옌센을 교체 출전시켰다. 이와 함께 크리스텐센은 다시 수비수로 내려가면서 수비적인 5-3-2 포메이션으로 전환해 공격적으로 올라오는 웨일스의 배후를 공략하는 역습 전술로 전환한 덴마크이다.

덴마크 2-0 이후 라인업 vs 웨일스https://www.buildlineup.com/

웨일스도 공격의 활로를 찾기 위해 베일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 측면 공격수 다니엘 제임스가 오른쪽으로 서로 위치를 맞바꾸기도 했고, 후반 15분경엔 수비형 미드필더 모렐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 해리 윌슨을 교체 출전시키며 공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비수 5명과 수비형 미드필더 3명을 배치한 덴마크의 단단한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덴마크는 후반 25분경, 돌베리 대신 195cm 장신 공격수 안드레아스 코르넬리우스를 교체 출전시켰다. 이어서 32분경에 경미한 부상을 당한 키예르와 지친 라르센을 빼고 요아킴 안데르센과 왼쪽 측면 수비수 니콜라이 보일리센을 투입하면서 체력안배에 나섰다. 보일리센이 왼쪽 측면 수비수로 위치하면서 자연스럽게 멜레는 오른쪽 측면 수비로 이동했다.

덴마크 마지막 교체 라인업 vs 웨일스https://www.buildlineup.com/

덴마크는 후반 40분경, 옌센의 크로스에 이은 코르넬리우스의 헤딩 슈팅을 상대 골키퍼가 선방했고, 이어진 브레이스웨이트의 슬라이딩 슈팅이 골대 맞고 나가는 불운이 있었다. 하지만 후반 43분경, 옌센의 크로스를 멜레가 받아서 접는 동작으로 수비 제치고 왼발 슈팅으로 팀의 3번째 골을 넣은 데 이어 경기 종료 직전 멜레의 크로스를 코르넬리우스가 논스톱 패스로 내준 걸 브레이스웨이트가 왼발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며 4-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경기의 영웅은 단연 멀티골의 주인공 돌베리였다. 그는 포울센의 부상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선발 출전했음에도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슈팅을 시도해 3회를 유효 슈팅으로 가져갔고 팀의 첫 2골을 모두 책임지며 4-0 대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술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건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했으나 초반 웨일스의 공세에 밀리자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되어 램지를 꽁꽁 묶었고, 승기를 잡자 다시 센터백으로 내려가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 크리스텐센이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회의 가로채기를 기록했고, 3회의 공중볼 획득에 더해 걷어내기 2회와 태클 1회를 성공시키며 수비적으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미 크리스텐센은 지난 러시아와의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도 공격적으로 전진해 후반 34분경,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4-1 승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면서 적재적소에 맞게 팀 전술 운용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코르넬리우스 교체 출전도 효과를 발휘했다. 그는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소화하는 동안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키며 지친 웨일스 수비진을 교란시켰다. 이는 웨일스 팀 전체 드리블 돌파 성공 횟수(3회)보다도 많은 수치였다. 이를 바탕으로 브레이스웨이트의 마지막 골을 어시스트했다.

멜레는 소속팀 아탈란타에서 본래 본인이 맡고 있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전환하면서 한층 더 공격적으로 역량을 발휘하며 골을 추가한 데다가 마지막 골에 있어 기점이 되는 크로스를 연결주었고, 또 다른 교체 출전 선수인 옌센 역시 활발한 움직임과 정교한 패스로 멜레의 골을 어시스트 했다.

이렇듯 덴마크는 적재적소에 효과적인 전술 변화와 교체 카드를 활용하면서 웨일스에 4-0 대승을 거두었다. 반면 웨일스는 부상으로 인한 부득이한 교체이긴 했으나 윌리엄스가 2번째 실점에 있어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고, 공격 강화용으로 투입된 윌슨은 마지막 순간 감정 조절에 실패해 거친 백태클로 퇴장을 당하는 우를 범했다.

즉 선수 개인의 역량은 물론 전술 싸움에서도 카스퍼 휼만드 덴마크 감독이 롭 페이지 웨일스 임시 감독(원래 감독은 라이언 긱스이지만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대행직을 수행하고 있다)에게 완승을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것이 덴마크가 유로 역사상 최초로 2경기 연속 4득점 대승을 거둔 팀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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