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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공'에 담긴 BVB 팬들의 진짜 불만은?

# 테니스공 투척 사건, 독일 전역을 흔들다

지난 2월 10일, 슈투트가르트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DFB 포칼(독일 FA컵) 8강전에서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도르트문트 원정팬들이 경기 시작 20분이 지난 후 메르체데스-벤츠 아레나에 입장했고, 수백 개의 테니스 공을 경기장 안으로 투척한 것. 

그 이유는 도르트문트 팬들이 내건 배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총 2개의 배너를 걸었다. 첫째 '너네의 가격, 거대한 테니스(Eure Preice, Grosses Tennis)'이고, 또 다른 하나는 '축구는 지불 가능해야만 한다(Fussball muss bezahlbar sein)'였다. 이는 축구는 테니스와 같은 귀족 스포츠가 아닌 서민들을 위한 스포츠라는 의미이다. 

현재 유럽은 축구 경기장 티켓 가격 인상 문제로 홍역을 겪고 있다. 지난 해 10월, 바이에른 뮌헨 팬들은 아스널과의 챔피언스 리그 원정 경기 당시 아스널 측에서 책정한 거액의 원정 티켓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팬이 없는 축구는 단 1페니(10원)의 가치도 없다"는 현수막을 들어올렸다. 리버풀 역시 2016/17 시즌 티켓 가격을 59파운드(약 10만원)에서 77파운드(약 13만원)로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리버풀 팬들은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77분경 경기장을 떠나는 형태로 항의를 단행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부분이 있다. 먼저 슈투트가르트는 원정석 티켓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실제 슈투트가르트는 이번 도르트문트 팬들의 집단 행동에 난색을 표하며 구단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이번에 원정 티켓에 책정한 티켓 가격은 19.50유로(입석)에서 38.50유로(좌석)였다. 이는 2012/13 시즌 이래로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은 금액이다"라고 항변했다. 

게다가 독일은 축구 티켓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물론 좌석에 따라 다양한 가격이 책정되어 있지만, 시즌권을 보유한 홈팀 서포터들이 주로 가는 입석(최저가 구역)의 경우 12유로(베르더 브레멘, 호펜하임, 잉골슈타트)에서 16.70유로(보루시아 도르트문트)까지 책정되어 있다. 무려 6개 팀이 베를린 동물원 입장권(14.50유로)보다 더 낮은 가격에 티켓을 팔고 있다(하단 주석1 참조).

이는 타 유럽 리그와 비교해도 엄청 싼 금액에 해당한다.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의 가장 싼 티켓(입석) 가격이 15유로(한화 약 2만원)인데 반해 프랑스 리그 앙의 최강 팀 파리 생제르맹의 티켓 최저가는 25유로(3만 4천원)이고, 유벤투스는 45유로(6만 1천원)이며, 레알 마드리드는 53유로(7만 2천원)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의 티켓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EPL에서 가장 티켓 가격이 싼 본머스의 최저가 티켓만도 32파운드(약 5만 6천원)이고, 가장 티켓 가격이 비싼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아스널의 최저가 티켓은 무려 97파운드(약 16만 8천원)에 달한다. 잉글랜드 현지 팬이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 팀 축구 경기를 보는 것보다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와서 경기를 보는 게 더 금액이 적게 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연스럽게 독일 현지에선 도르트문트 팬들의 집단 행동과 관련해 축구가 귀족스포츠화가 되어선 안 된다는 시각에 동조를 보내면서도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독일 축구협회(DFB) 역시 징계 위원회를 소집한 상태다.


# 팬들이 테니스공을 던진 진짜 이유는?

그러면 도르트문트 팬들이 테니스공을 던진 근원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독일 리그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50+1 완화 움직임과 기업화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50+1 정책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50+1은 독일 분데스리가를 특정 짓는 규정 중 하나로 비상업적 비영리 단체가 51% 이상의 구단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골자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바이엘 레버쿠젠(바이엘 제약회사 소유)과 VfL 볼프스부르크(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 소유) 같은 1963년 분데스리가 출범 이전에 기업 출자로 설립된 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시민 구단(e.V: eingetragener Verein의 약자. 직역하면 등록 구단이라는 의미)의 형태를 띄고 있다.

다만 여기에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50+1 정책이 완화되고 있다. 2015년 3월, 마침내 독일 축구 리그 연맹(DFL)은 20년 이상 50+1 규정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 특정 팀을 지원했을 경우 해당인(혹은 기업)에게 구단의 독점적 소유를 허용하겠다는 수정 규정을 승인했다.

이에 발맞춰 1989년부터 호펜하임을 후원하며 49%의 구단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독일 유명 소프트웨어사 'SAP' 창업주 디트마르 호프가 96%의 지분을 사들이며 소유주로 등극한 것. 그 동안 50+1 폐지를 앞장서서 주장해온 하노버 회장 미하엘 킨트 역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2부 리가 구단 RB 라이프치히의 존재도 50+1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음료 회사 레드 불이 지원하고 있는 라이프치히는 타 구단과는 달리 주식 보유 현황이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레드 불이 49% 이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라고만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라이프치히의 투자 내역을 보면 시민 구단의 범주를 넘어서 있다는 데에 있다. 지난 여름, 베르더 브레멘 간판 공격수 다비 젤케가 800만 유로(약 109억원)의 이적료와 함께 라이프치히로 이적했다. 2시즌 연속 2천만 유로(약 272억원)의 이적료를 지출하고 있는 라이프치히이다. 분데스리가에서도 이 정도의 순 이적 지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구단은 찾아보기 드물다. 2부 리가 팀이 감당할 수 있는 이적료가 아니다. 그러하기에 독일 축구 팬들은 라이프치히를 50+1 규정을 절묘하게 빗겨가고 있는 구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많은 분데스리가 구단들이 e.V.(eingetragener Verein: 등록 구단. 시민구단과 유사한 의미)에서 AG(Aktiengesellschaft: 주식 합자회사)로의 전환을 추진 중에 있다. 기본적으로 독일 구단들은 시민 구단의 형태를 띄고 있다 보니 단순히 축구만이 아닌 농구단과 배구단, 핸드볼팀, 하키팀, 심지어 육상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포츠에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가장 돈이 되는 건 축구이다. 그러하기에 축구팀을 AG 형태의 자회사로 독립시키면서 50+1 규칙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외부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이다.

이를 가장 먼저 시행한 구단이 바로 독일의 명가 바이에른 뮌헨이다(바이에른 역시 다양한 스포츠를 지원하고 있지만 축구단은 AG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아디다스와 아우디, 알리안츠 보험사가 각각 8.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함부르거 SV가 AG로 전환했다(주석2). 

슈투트가르트 역시 AG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슈투트가르트 팬들은 쾰른과의 후반기 개막전에 'e.V.'라는 피켓을 들며 구단 수뇌진들의 AG 전환 움직임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베른트 발러 슈투트가르트 회장은 "구단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동시에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구장에서 팬들이 펼친 행동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번 도르트문트 서포터들의 항의가 슈투트가르트 원정 경기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도르트문트 팬들이 축구단의 기업화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도르트문트는 베르더 브레멘과 함께 50+1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대표 주자격에 해당한다.

독일 축구 서포터들이 구단의 사유화 내지는 기업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까지는 팬들이 직접 총회에 참석하다 보니 티켓 가격 방어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구단이 사유화된다면 해당 특정인 혹은 기업체 하기 나름이다. 티켓 가격을 올려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항의 시위 밖에 없게 된다.

당장 리버풀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팬들의 반발에 부딪쳐 티켓 가격 인상안을 철회하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엄밀히 따지면 소유주 하기 나름이다. 

그 외에도 구단 사유화에 따른 부정적인 일들을 우리는 많은 과거의 예시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포츠머스는 알렉상드르 가이다마크에게 구단 소유권을 넘겼다가 금융 위기와 함께 급격한 하향세를 타면서 4부 리그(리그 2)까지 추락했고, 이탈리아 명가 파르마 역시 구단 소유권을 사기꾼인 지암피에트로 마넨티에게 팔았다가 파산과 함께 4부 리그(세리에D)로 강등됐다. 마넨티가 파르마를 인수한 이유는 횡령 및 돈세탁을 위한 용도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독일 축구 서포터들은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닌 구단이 사유화될 경우 파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인 효과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 미리 이런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시민구단 형태를 고수해야 한다는 '스포츠 순수주의'를 향한 독일 팬들의 열망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도르트문트 사장 한스-요아힘 바츠케는 50+1 정책을 지지하면서 한 발언을 남기도록 하겠다. 

"독일 구단들이 잉글랜드 구단들에 비해 더 낭만적이다. 잉글랜드에서는 자신의 구단에 미국 자본이 침입하는 사실에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다르다. 특정 구단이 있고, 팬들은 그 구단을 나의 구단이라고 여긴다. 카타르나 아부 다비 구단이 아닌 나의 구단인 것이다. 난 하노버 회장 킨트의 주장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사람이다. 독일인들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구단이 팬을 팬이 아닌 고객으로 보게 될 때 그 구단은 망하게 될 것이다. 독일에서는 구단과 팬 사이의 연대감이 매우 중요하다. 로마로 가는 길은 많다. 첼시는 슈가 대디(Sugar Daddy, 돈 많은 중년 남자를 지칭함) 자금 덕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2011/12 시즌)을 차지했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만약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첼시는 어떻게 될까?"


주석 1. 분데스리가 팀별 최저 티켓 가격

도르트문트: 16.70유로
함부르크: 16유로
쾰른: 16유로
샬케: 15.50유로
바이에른: 15유로
헤르타 베를린: 15유로
디름슈타트: 15유로
프랑크푸르트: 15유로
볼프스부르크: 15유로
레버쿠젠: 15유로
슈투트가르트: 14.50유로
묀헨글라드바흐: 14.50유로
아우크스부르크: 14유로
하노버: 14유로
마인츠: 13.50유로
베르더 브레멘: 12유로
호펜하임: 12유로
잉골슈타트: 12유로


주석 2. 분데스리가 AG팀들의 주식 보유 현황

1.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63.4%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e.V.
28.6% 프로인데 데어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AG
4.4% BHF-은행
3.6% 볼프강 스토이빙 AG

2. 함부르거 SV(HSV)

82.25% 함부르거 SV e.V.
11% 클라우스-미하엘 퀴네
1.5% 헬무트 본호르스트
1.5% 부르마이스터 가문
0.75% 알렉산더 마르가리토프

3. 호펜하임

96% 디트마르 호프
4% TSG 1899 호펜하임 e.V.

4. 바이엘 레버쿠젠

100% 바이엘 AG

5. 바이에른 뮌헨

75.01% FC 바이에른 뮌헨 e.V.
8.33% 아디다스 AG
8.33% 아우디 AG
8.33% 알리안츠 보험사

6. 볼프스부르크

100% 폭스바겐 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