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com] '차세대 괴물' 괴체, 카가와 공백 지운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독일에서 최근 가장 각광받는 유망주는 누구일까? 바로 도르트문트의 공격형 미드필더 마리오 괴체이다. 그는 후반기 2경기 연속골과 함께 카가와 신지의 빈 자리를 훌륭히 메우며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선두 독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 원래 카가와 자리가 아니었다?

후반기 개막전을 앞두고 많은 독일 언론들은 카가와 신지가 아시안 컵에 참가한 도르트문트가 전반기의 호조를 이어갈 수 있을 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신지의 빈 자리를 메울 선수가 누구일지에 대해서도 많은 설왕설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던 모하메드 지단을 비롯해 '대형 신인' 괴체, 그리고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450만 유로를 들여 영입한 폴란드의 신예 공격수 레반도브스키 등이 그 후보로 꼽히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도르트문트 팬들과 위르겐 클롭 감독은 카가와 신지의 공백을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물론 신지가 있으면 팀 전력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고, 한층 더 다양한 공격진을 구성할 수 있긴 하지만, 신지가 없더라고 그의 역할을 대신할 믿을만한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선수가 바로 괴체였다. 애초에 클롭 감독은 신지를 영입했을 당시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할 생각이 없었다. 신지를 영입한 이유는 바로 좌우 측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클롭 감독은 프리 시즌에 신지를 오른쪽 측면과 왼쪽 측면에 번갈아가며 활용했었다.

하지만 좌우 측면에서 모두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던 신지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자 클롭 감독은 신지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고정시키는 대신 좌우 측면에 케빈 그로스크로이츠와 야쿱 브와스치코프스키(애칭 쿠바), 그리고 괴체를 번갈아가며 활용하기 시작했다.

카가와 신지가 아시안 컵에서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대표팀 감독에게 측면이 아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도 도르트문트에서의 경험이 뒷받침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즌 초반 좌우 측면 날개는 지난 시즌 주전이었던 쿠바와 그로스크로이츠였다. 애초에 클롭 감독의 의향은 18살에 불과한 괴체를 무리해서 활용하기 보다는 벤치에서부터 차근차근 키워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즌 첫 2경기에서 부상 중인 쿠바를 대신해 선발 출전한 괴체가 기대 이상으로 너무 뛰어난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슈투트가르트와의 2라운드 경기에선 쐐기골을 넣으며 3대1 승리에 일조했다. 반면 부상에서 복귀한 쿠바는 볼프스부르크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괴체가 쿠바와의 주전 경쟁에서 앞서며 붙박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자리를 꽤차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측면 자원 3인의 전반기(총 17경기) 출전 횟수는 아래와 같다.

괴체: 12경기 선발, 4경기 교체 (2골 6도움)
그로스크로이츠: 15경기 선발, 2경기 교체 (4골 3도움)
쿠바: 7경기 선발, 7경기 교체 (2골 4도움)

즉, 애초에 괴체는 오른쪽 측면에 세우려던 선수가 아니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키울 재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지가 좌우 측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측면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선수는 바로 지난 3시즌 동안 도르트문트의 돌격 대장을 충실히 수행했었던 쿠바였던 것이다.

신지가 아시안 컵에 참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도르트문트는 괴체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할 수 있었고, 괴체는 68분여를 소화하며 영리한 볼배급과 시원한 돌파를 연달아 선보이는 한편 직접 팀의 마지막 골까지 성공시키며 3대1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시합 휘슬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접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어시스트할 수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스벤 벤더의 헤딩슛은 골 포스트를 강타하고 말았다.

전반기 막판 부상 등으로 인해 다소 부진에 빠지면서 잦은 교체를 당했던 그로스크로이츠 역시 빠른 역습으로 2골 1도움을 올리며 3골에 모두 관여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당연히 독일의 타블로이드 '빌트'는 경기가 끝난 후 그로스크로이츠와 괴체에게 평점 1점을 주었고, 스포츠 전문지 '키커' 역시 그로스크로이츠에게 평점 1점을, 그리고 괴체에게 2점을 각각 수여했다. 18라운드 분데스리가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린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도르트문트의 3골은 모두 괴체가 그라운드에 있을 때 나온 것이었다. 후반 49분부터 55분까지, 불과 6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상대 수비수의 실수가 컸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레버쿠젠 수비진을 순간적으로 휘저은 도르트문트 공격진의 빠른 역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괴체와 그로스크로이츠가 있었다.

레버쿠젠전 승리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하노버를 제외한 상위권 팀들이 모두 패하거나 무승부에 그치면서 2위권과의 승점차를 12점차로 벌릴 수 있었다. 또한 신지 없이도 레버쿠젠 같은 강팀을 상대로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걸 입증해냈다. 실제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대0 승리를 거두며 도르트문트에게 패를 안긴 두 팀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수확은 바로 괴체가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는 데에 있다. 골닷컴 인터내셔널은 레버쿠젠과의 경기가 끝난 후 선수 평점에서 괴체에 대해 "카가와 신지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18살에 불과한 이 어린 선수는 환상적인 기술과 좋은 결정력으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 내내 정확한 판단력을 선보였고, 멋진 골을 성공시켰다. 정말 보기 드문 진정한 재능이다"고 표현하며 평점 8점과 함께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했다.

이어진 슈투트가르트전에서도 괴체의 활약은 빛을 발했다. 사실 괴체는 슈투트가르트전을 앞두고 기관지염에 걸려있었고, 이로 인해 이번 경기에 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도 출전을 감행한 괴체는 레버쿠젠전에 비해 다소 몸이 무거워 보이긴 했으나, 감각적인 볼 터치에 이은 반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팀에 또 다시 승리를 선물하는 듯 보였다. 비록 아쉽게도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파벨 포그레브냑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대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 경기에서도 그는 팀내 최고 평점을 얻는 데 성공했다.




# 괴체, 외질의 전철 밟을까?

독일에서 이처럼 많은 주목을 얻고 있는 신인은 지난 20년을 따져봐도 '불운한 천재' 제바스티안 다이슬러 정도 밖에는 없었다. 미하엘 발락도,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루카스 포돌스키도, 심지어 메수트 외질도 괴체만한 평가를 얻지는 못했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그의 이름인 '괴체'는 '아이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말 그대로 이름값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키커지에서 선정한 전반기 각 포지션 선수 순위에서도 프랑크 리베리와 토마스 뮐러, 제페르손 파르판, 그리고 마르코 마린 같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자신의 원 포지션이 아닌 측면 미드필더 부문 1위를 당당히 차지했다. 이것만 봐도 그에 대한 독일 언론들의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여러가지 면에서 괴체는 선배 외질을 연상시킨다고 할 수 있다. 외질은 샬케는 물론 베르더 브레멘 이적 이후 한동안 디에구에 밀려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디에구가 2009년 여름 유벤투스로 이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아올 수 있었고,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브레멘의 플레이메이커를 넘어 독일의 플레이메이커로까지 성장하게 되었다.

외질처럼 괴체 역시도 카가와 신지로 인해 전반기 내내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으나, 신지가 아시안 컵에 참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원래 자신의 보직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아왔다. 게다가 외질과 괴체는 레비어 더비 라이벌 유스 출신이기도 하다(외질은 샬케 유스 시스템이 키워낸 선수이고, 괴체는 도르트문트 유스 출신이다).

반면 신지와 괴체는 스타일면에서 차이가 있다. 신지가 괴체보다 더 저돌적이면서도 날카롭게 빈 공간을 파고 들어 직접 골을 넣는 형태의 선수라면 괴체는 신지보다 더 플레이메이킹에 더 치중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하기에 신지가 8골 1도움으로 어시스트 숫자가 하나에 불과한 데 반해 괴체는 4골 6도움으로 신지보다 더 많은 도움 숫자를 기록 중에 있다.

외질 역시 골보다는 어시스트에 더 주력하는 유형의 선수이다. 다만 외질이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오른 시기가 20살이었다면 괴체는 아직 18살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는 데에 있다.

그는 지난 해 11월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78분경 교체 투입되어 통독 이후 A매치 최연소 데뷔 선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독일 축구 역사를 통틀어봐도 우베 젤러 이후 2번째로 어린 나이). 즉, 외질보다도 2년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독일 축구팬들은 괴체에게 더 많은 대표팀 출전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괴체의 매력에 흠뻑 빠진 요아힘 뢰브 감독 역시 이후의 대표팀 경기들에서도 괴체를 차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몇몇 전문가들은 다이슬러를 예로 들면서 괴체를 조심스럽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동의하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은 바로 괴체가 독일 최고의 재능이라는 점이다.

현재 독일 현지 분위기는 도르트문트의 우승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빌트'는 이 추세라면 도르트문트가 3월에 분데스리가 우승을 조기 확정 지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키커' 역시 "2등을 차지할 팀은 어디?"라는 헤드라인을 통해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의 남은 과제는 우승이 아닌 2위 쟁탈전임을 시사했다.

장기부상에서 돌아온 레버쿠젠과 독일 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미하엘 발락 역시 "선두는 이미 멀어졌다. 도르트문트가 너무 멀리 도망가 버렸다"며 우승 경쟁이 일찌감치 끝났음을 토로했고,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 역시 "도르트문트는 젊고 승리에 굶주린 팀이다"며 도르트문트의 우승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신지 없이도 도르트문트는 강하다. 그리고 도르트문트엔 '괴물 신인' 괴체가 있다. 또한 신지가 결장하는 기간이 괴체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다(신지가 돌아오면 다시 괴체는 측면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기에...). 괴체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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