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정성룡과는 커버 범위부터 달랐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정성룡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김승규가 벨기에와의 월드컵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준수한 활약상을 펼치며 앞으로를 기대케 했다.
비록 한국은 0-1로 패하며 1무 2패와 함께 2014 브라질 월드컵 32강 조별 리그에서 조기 탈락했으나 정성룡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김승규가 안정적인 골키핑을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김승규는 이 경기에서 4차례의 선방을 펼쳐보였다. 59분경 드리스 메르텐스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저지했고, 79분경 디보크 오리기의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강력한 슈팅을 선방해냈으나 이는 아쉽게도 쇄도해 들어오던 얀 베르통언 앞으로 떨어져 실점으로 연결됐다. 경기 종료 직전에도 에당 아자르의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손끝으로 막아내는 신기를 보였다.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동물적인 선방 능력을 유감없이 선보인 김승규였다.

비단 선방이 전부가 아니었다. 정성룡과는 커버 범위 자체가 달랐다. 정성룡의 알제리전 히트맵과 김승규의 벨기에전 히트맵을 비교해보면 정성룡의 히트맵은 주요 활동 범위인 주황색이 골문 바로 앞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에 반해 김승규의 활동 범위는 페널티 킥을 차는 지점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이는 김승규가 정성룡보다 더 많은 범위를 커버했다는 걸 의미한다.

커버 범위가 넓다보니 자연스럽게 펀칭과 공중볼 캐칭 횟수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김승규는 전반 8분경 상대의 크로스를 펀칭으로 처리했고, 31분경엔 안토니 판덴 보레의 멀리 넘어가는 크로스를 앞선에서 또 다시 펀칭으로 저지해냈다. 바로 뒤에 케빈 미랄라스가 노마크 상태로 있었기에 이 펀칭이 없었다면 속절 없이 실점을 허용했을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실제 이 경기에서 김승규는 2차례의 펀칭과 1차례의 공중볼 잡아내기를 성사시켰다.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단 한 번의 펀칭도, 공중볼 잡기도 기록하지 못한 정성룡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정성룡은 초반 2실점에 있어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선제 실점 장면에선 홍정호와 김영권이 상대 공격수 이슬람 슬리마니를 양쪽에서 압박하면서 슈팅 각도를 완벽하게 좁혀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가만히 골문 앞에서 버티고 있어 자신의 키를 넘기는 골을 허용하며 말았다. 조금만 바깥으로 나왔어도 슬리마니는 슈팅을 쏠 각도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2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정성룡은 공중볼 낙하 지점을 잘못 잡아 앞에서 잘라 들어오는 라피크 할리셰의 헤딩 골을 뒤에서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유사한 장면에서 김승규가 펀칭으로 쳐낸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축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적어도 오늘 보여준 김승규의 모습이라면 알제리전 초반 2실점은 허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랬다면 알제리전 결과 자체가 다르게 나왔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는 단순한 골키퍼 역할을 넘어 최종 수비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독일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의 경우 종종 페널티 박스 바깥까지 커버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축구가 발전할수록 오프사이드 트랩 활용 빈도가 늘어나기에 자연스럽게 골키퍼의 커버 범위는 중요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골키퍼가 뒷공간을 커버해주지 못하면 이는 오롯이 포백 라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지난 알제리전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던 홍정호와 김영권 두 중앙 수비수들이 벨기에전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분명한 건 오늘 벨기에전을 통해 그 동안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김승규는 마침내 자신의 능력이 월드컵과 같은 국제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제 정성룡의 시대는 저물고 김승규의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