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 VAR과 속도의 시대 개막 外

댓글()
Getty Images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프랑스의 우승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대망의 막을 내렸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은 러시아 월드컵을 결산해 보았다.

  1. gettyimages

    # VAR 첫 선, 대회를 지배하다

    러시아 월드컵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의 약자로 비디오 판독을 의미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VAR이 도입된 것.

    VAR은 즉각적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무려 29회의 페널티 킥 판정이 이루어졌다. 이는 역대 월드컵 한 대회 최다 페널티 킥이 발생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18회보다 11회가 더 많은 수치다. 과거 심판들이 놓치던 자잘한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실수들은 가차없이 VAR에 걸렸다.

    페널티 킥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트피스 골 역시 늘어났다. 총 세트피스 골은 73골로 역대 최다(종전 기록은 1998년 월드컵 62골)였고, 세트피스 골 비율 또한 43%로 역대 최고(종전 기록은 1994년 월드컵 38%) 수치였다. 

    이렇듯 페널티 킥에 의한 골이 늘어나다보니 0-0 무득점 경기도 프랑스와 덴마크의 조별 리그 최종전 단 한 경기가 유일했다. 이는 1954년 월드컵 이후 역대 월드컵 최소 경기 무득점에 해당한다.

    다만 VAR 역시 최종 결정권은 심판에게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수혜 논란도 발생했다. 특히 유럽 팀들이 수혜를 많이 받은 편에 속해 강팀에게 합법적인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토너먼트 들어서 VAR 판정은 단 한 번에 그쳤다. 하지만 바로 그 한 번이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결승전에서 발생했다. 프랑스의 코너킥 공격 과정에서 크로아티아 측면 미드필더 이반 페리시치가 핸드볼 반칙을 범했고, VAR 판독 결과 페널티 킥이 선언된 것. 문제는 페리시치가 사무엘 움티티의 헤딩을 근거리에서 막았기에 의도성 여부가 불분명했다는 데에 있다. 이에 오심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VAR이 월드컵을 지배했고, VAR 논란은 이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경기 흐름이 자주 끊기면서 추가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사태들도 일어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90분 이후 추가 시간에만 무려 23골이 쏟아져 나왔다. 이 역시 역대 최다이자 지난 3번의 월드컵 조별 리그(2006, 2010, 2014) 90분 이후 추가 시간 도합 골(27골)과 유사한 수치다. 

    이는 이미 2017/18 시즌부터 VAR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VAR을 하더라도 여전히 수혜팀과 피해팀이 속출했고, 도리어 논란을 가중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프라이부르크와 마인츠의 경기에선 전반전 종료 직전 판정이 뒤늦게 VAR로 판정이 번복되면서 선수들 상당수가 이미 라커룸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페널티 킥이 진행되는 촌극이 연출됐다. 이로 인해 독일 내 설문조사에선 7대3의 비율로 분데스리가 VAR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한국과 독일전에서 무효로 판정됐던 골(김영권의 선제골)이 VAR 판독을 통해 정상적인 골로 인정 받는 등 명백한 오심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VAR의 필요성 자체는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막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있을 수 밖에 없다. 룰 개정 등을 통한 개선이 필요할 따름이다.

  2. Getty

    # 점유율의 시대 저물고 속도의 시대 도래하다

    이번 월드컵은 점유율 시대의 종결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점유율 1위 스페인(69.2%)은 16강전에서 탈락했고, 2위 독일(65.3%)은 역사상 처음으로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3위 아르헨티나(61.1%) 역시 16강전에서 탈락했고, 4위 사우디아라비아(57%)는 독일과 함께 조별 리그에서 짐을 쌌다. 

    이미 수비적으로 내려앉은 팀을 상대로 패스를 돌리면서 느리게 공격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졌다. 특히 대표팀의 경우 소속 클럽과는 달리 선수들끼리 발을 맞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하기에 세밀한 패스 플레이로 수비하는 팀을 공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것이 점유율을 중시 여기는 팀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주된 이유이다.

    반면 우승국 프랑스는 점유율 49.6%로 참가국들 중 18위에 해당했다. 특히 결승전에선 34.2%로 축구 통계 업체 'OPTA'가 집계하기 시작한 1966년 월드컵 이래로 결승전에서 승리한 팀들 중 가장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 외 8강에 진출한 러시아는 점유율 39.4%로 30위였고, 또 다른 8강팀 스웨덴 역시 41.3%로 27위에 그쳤다.

    대신 속도가 중요해졌다. 역사상 처음으로 3위를 차지한 벨기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역습에 능한 팀이었다. 우승팀 프랑스와 준우승팀 크로아티아도 역습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벨기에엔 에당 아자르, 크로아티아엔 이반 페리시치, 그리고 프랑스엔 킬리앙 음바페라는 스피드를 바탕으로 역습의 첨병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특급 측면 자원들이 있었다. 8강에 진출한 개최국 러시아에도 데니스 체리셰프(4골)가 있었다.

    이는 공격 전개를 목적으로 하는 패스 횟수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번 월드컵에서 32개팀이 기록한 패스 횟수는 총 5만 9255회로 4년 전 브라질 월드컵보다 4460회가 늘어났다.

    이런 점에서 우루과이와 브라질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우루과이는 역습을 주도하는 간판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가 16강전에서 74분경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고, 결국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카바니의 공백을 크게 드러내면서 공격수들의 부진 속에서 0-2 완패를 당했다. 브라질은 정통파 측면 공격수 더글라스 코스타의 부상으로 정상 출전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윌리안에 의존해야 했다.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 전반에만 2실점을 허용한 브라질은 코스타를 교체 투입하면서 뒤늦은 추격에 나섰으나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의 선방쇼에 막히며 1-2 패배와 함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 동안 축구판은 스페인의 유로 2008 우승을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독일의 우승까지 패스 플레이를 바탕으로 소유하는 팀들이 축구판을 지배했다. 하지만 유로 2016 포르투갈의 우승을 시작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속도전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이젠 소유를 위한 소유는 불필요하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3. Getty Images

    # 아프리카의 몰락

    이번 월드컵은 유럽 대륙 러시아에서 열리는 만큼 유럽 팀들이 강세를 보였다. 실제 대회에 참가한 유럽 14개국 중 독일과 폴란드, 아이슬란드, 그리고 세르비아 4개국을 제외하면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특히 B조와 C조, 그리고 G조는 유럽팀이 사이좋게 16강에 올랐다(B조 스페인-포르투갈, C조 프랑스-덴마크, G조 벨기에-잉글랜드). 남미는 대회 초반 아르헨티나가 탈락 위기에 몰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결국 월드컵에 참가한 5개국 중 페루를 제외한 4개국이 모두 16강에 오르는 괴력을 과시했다.

    유럽과 남미가 강세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타 대륙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북중미에선 3개국 중 유일하게 멕시코만이 16강에 진출했다. 아시아 역시 5개국 중 일본만이 16강에 올랐다. 그래도 아시아는 내용적인 면으로 놓고 보면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 그리고 한국이 모두 조 3위를 차지하면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고, 이란 역시 유럽 챔피언(유로 2016 우승국) 포르투갈과 1-1 무승부를 거두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아프리카 대륙이었다. 월드컵에 참가한 5개국이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단 한 팀도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특히 이집트는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최종전에서도 1-2로 패하며 3전 전패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에 코트디부아르의 전설 디디에 드로그바는 'BBC'를 통해 "아프리카 축구가 퇴보했다. 언젠가 아프리카는 다시 성공하겠지만 우리가 월드컵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할 계기다. 우리도 유럽, 남미 팀들과 같은 일관성을 보여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4. Getty Images

    # 이변 이변 이변

    기본적으로 유럽과 남미가 득세를 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변은 연출됐다. 사실 이번 월드컵은 지역 예선부터 심상치 않았다. 유럽 지역 예선에선 전통의 명가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남미 지역에서도 칠레가 단 승점 1점 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심지어 북중미 지역에선 미국이 탈락하면서 파나마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대이변이 발생했고, 온두라스마저 플레이오프 끝에 탈락했다.

    가장 이변이 많이 발생한 대륙은 다름 아닌 아프리카였다. 전통의 강호 카메룬과 가나, 그리고 코트디부아르가 동시 다발적으로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게다가 지난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알제리마저 탈락했다.

    이렇듯 예선에서부터 일찌감치 전통의 강호들이 탈락하면서 파나마와 아이슬란드가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페루(36년), 이집트(28년)와 모로코(20년)가 오랜만에 월드컵에 복귀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이변은 이어졌다. 바로 디펜딩 챔피언이자 FIFA 랭킹 1위에 빛나는 독일이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0-1로 패한 데 이어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0-2로 완패하며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은 것. 이는 독일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 실패이자 아시아 팀에게 월드컵에서 당한 첫 패였다.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이 정도로 충격파가 큰 이변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하기에 FIFA 공식 홈페이지마저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카잔의 기적'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 외 16강전에선 우승 후보 스페인이 러시아에게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크로아티아는 발칸 반도 최초로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며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브라질, 독일, 스웨덴, 잉글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역대 월드컵 결승전에 이름을 올린 13번째 국가로 등극했다.

  5. Getty

    # 그 외

    이번 대회는 유난히 자책골이 쏟아졌다. 총 12골이 자책골로 터져나오며 역대 월드컵 최다 자책골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 기록인 6골(1998년 월드컵)보다 정확하게 2배가 많은 수치다. 월드컵의 대미를 장식한 것도 자책골이었다. 크로아티아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는 11분경, 세트피스 수비 과정에서 자책골을 헌납하며 월드컵 결승전 역사상 첫 자책골이라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몰락한 아프리카와는 별개로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3무 9패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이 16강전에 올랐고, 한국과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도 모두 1승을 거두며 자존심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그 외 유럽은 4개 대회 연속으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데 반해 남미는 단 한 팀도 준결승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남미 팀이 준결승전에 단 한 팀도 진출하지 못한 건 1934년(이탈리아)과 1966년(잉글랜드), 1982년(스페인), 2006년(독일)에 이어 이번이 4번째이다. 아프리카 만큼은 아니더라도 남미 역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