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대한축구협회

UAE 공격 우려한 벤투, 압박 축구로 무실점 승리 이끌었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한국 대표팀의 수장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달 초 선수 명단을 발표한 자리에서 UAE의 공격력이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가 이에 대비해 들고나온 UAE전 압박 축구가 완벽에 가까운 효과를 발휘했다.

한국은 11일(한국시각) UAE를 상대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 골 차 승리였지만, 한국은 이날 시종일관 UAE를 압도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UAE를 꺾은 한국은 최종예선 일정 절반을 소화한 현재 다섯 경기에서 승점 11점을 획득하며 이란에 이은 조 2위 자리를 지켰다. 아시아 최종예선은 각 조 1~2위 두 팀에 월드컵 본선 직행권을 부여하며 3위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을 얻는다. 한국은 UAE를 꺾으며 3위 레바논과의 격차를 승점 6점 차로 벌렸다.

기사는 아래에 이어집니다

UAE는 한국전을 앞둔 시점에서도 최종예선 시작 후 초반 네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부진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달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지난 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UAE의 공격력이 예사롭지 않다며 수비적으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UAE는 매우 좋은 원칙(very good principles)으로 공격을 펼치는 팀이다. 그들은 수비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걸 요구할 것이다. UAE전의 키 포인트는 우리가 수비적으로 어떤 경기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상대의 공격력에 대비해 경기를 준비한 벤투 감독이 수비 상황에서 들고나온 전술적 틀은 완벽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그는 앞선 최종예선 네 경기에서 매번 점유율로는 상대보다 우위를 점한 UAE가 한국 원정에서는 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강한 압박을 주문했다. UAE는 앞선 네 경기에서는 점유율 55~70%를 기록했으나 한국을 상대로는 무려 40%로 수세에 몰린 채 경기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 UAE의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별 점유율

70% - 레바논전(9월 홈)

59% - 시리아전(9월 중립)

55% - 이란전(10월 홈)

65% - 이라크전(10월 홈)

40% - 한국전(11월 원정)

한국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다 보니 UAE가 벤투 감독이 우려한 '공격적 원칙'에 기반한 패스 연결을 시도할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이 점유율 60%를 유지하며 주도권을 쥔 채 경기를 흔들었고, UAE는 공격을 시도할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심지어 UAE 두바이 지역 일간지 '에마라트 알 윰'은 "UAE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흐름을 찾아오는 것 같으면서도 미드필드 지역보다 더 전진하지는 못했다. 한국의 골키퍼 김승규를 위협한 유효슈팅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 UAE의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별 패스 횟수

614회 - 레바논전(9월 홈)

486회 - 시리아전(9월 중립)

473회 - 이란전(10월 홈)

608회 - 이라크전(10월 홈)

355회 - 한국전(11월 원정)

벤투호의 전방위적 압박은 UAE가 패스를 시도한 빈도뿐만이 아니라 패스 연결 비율 또한 이번 최종예선 들어 최저치로 떨어뜨렸다. 판 마바이크 감독이 이끄는 UAE의 패스 성공률은 최종예선 A조 일정이 시작된 후 지난달까지 매 경기 80%를 훌쩍 넘겼다. 그러나 UAE는 한국의 압박에 고전한 이날 가까스로 80%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 UAE의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별 패스 성공률

89% - 레바논전(9월 홈)

84% - 시리아전(9월 중립)

83% - 이란전(10월 홈)

86% - 이라크전(10월 홈)

80% - 한국전(11월 원정)

물론 UAE는 한국 원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며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UAE의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비수 샤힌 압둘라흐만, 수비형 미드필더 마제드 하산, 2선 공격수 파비우 리마가 나란히 한국 원정에 결장했다. 그러나 UAE에는 지난주 한국에 도착한 후 약 일주일 가깝게 현지에서 벤투호를 상대할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유럽에서 활약 중인 대다수 주축 선수들의 소속팀 일정 탓에 사실상 이틀, 혹은 하루밖에 정상적인 팀 훈련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 중 벤투호의 주축 손흥민(토트넘), 김민재(페네르바체), 황인범(루빈 카잔)은 단 하루밖에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도 UAE를 상대로 팀이 조직적인 압박을 구사하는 데 일조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