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라이브 스코어
K리그 1

왜 베테랑이 필요한가? 전남이 증명한다

AM 9:57 GMT+9 17. 5. 2.
chunnam dragons
5연패 후 3-1, 4-0, 5-0, 2-1… 두 베테랑이 전남을 바꿨다

[골닷컴] 서호정 기자 = K리그에서 베테랑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에 목 매달기 시작하면서 고연봉의 베테랑들은 시즌 종료 후 가장 먼저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경험과 경륜이 있지만 그 비용으로 4~5명의 최저연봉 신인을 키워 이적료를 버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최근 K리그의 정서다. 

그러나 단지 숫자로, 계산기로 확인되지 않는 베테랑의 가치가 있다. 위기에 놓인 팀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은 대부분 베테랑의 몫이다. 코칭스태프가 진입할 수 없는 선수들만의 영역에서 베테랑은 가교 역할을 한다. 선수의 심정과 코칭스태프의 머리속을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존재가 일으키는 화학 작용은 크다. 올 시즌 그 효과를 누리는 대표적인 팀은 전남 드래곤즈다.

개막전에서 전북 현대에게 1-2로 패했을 때만 해도 전남은 경기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시즌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룬 조직력에 페체신이라는 새로운 공격 옵션의 조화가 돋보였다. 그러나 그 뒤 내리 4경기를 더 지며 5연패의 늪에 빠졌다. 노상래 감독도 “문제가 있는데 뭐가 이유인지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라며 당시 기묘했던 분위기를 소개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노상래 감독은 쓰리백을 포백으로 바꿨고 부상에서 돌아온 자일, 유고비치 등을 앞세워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그 결과 전남은 리그에서 인천, 울산, 강원을 꺾고 3연승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중간에 있었던 FA컵에서도 4-0 대승을 거뒀다. 5연패에 빠진 팀이 2주 사이 3-1, 4-0, 5-0, 2-1 승리를 거두는 마법 같은 일이다. 


주요 뉴스  | "[영상] 아쉽게 무산된 권창훈의 프랑스 데뷔골"

전술 변화와 최재현과 같은 신인 선수의 과감한 기용도 있었지만 노상래 감독은 두 베테랑 현영민과 최효진의 역할에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해에는 자신이 직접 사임 의사를 밝히는 배수의 진을 친 끝에 반전을 이끌어냈지만 같은 방법을 또 쓸 순 없었다. 선수들 스스로가 패배의식을 걷어내야 할 때 두 베테랑이 움직였다. 

주장 최효진은 5연패 후 인천과의 원정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회식을 권했다. 외국인 선수까지 28명 전원이 광양 시내의 삼겹살집에 모였다. 코칭스태프는 동석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같은 식당에서 회식을 한 뒤 좋은 흐름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 뒤에는 카페로 이동했다. 사실상 그 카페를 전남 선수단이 접수했다. 그 안에서 최효진, 현영민이 나서서 대학 MT에서나 볼 수 있는 단체 게임을 주도했다. 자일, 토미, 페체신, 유고비치 등도 금방 따라하며 다들 웃고 즐겼다. 친밀감이 생기고 해 보자는 의지가 강재혔다. 

최효진은 “5연패로 팀 분위기는 말도 안될 정도로 나쁜데 게임을 하자고 했다. 분위기는 울상이지만 그때만큼은 다 잊고 하나가 돼 웃어 보고 싶었다. 울상, 죽을상 한다고 경기를 이기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당시 회식의 취지를 소개했다. 

최고참 현영민은 몸으로 후배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인천전에서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아 상대 선수와 공중볼 경합 중 충돌하며 눈가부터 광대뼈까지 멍이 들었다. 경기 중 계속 붓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경기는 측면 수비를 보던 현영민이 노상래 감독의 요청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한 경기였다. 다양한 경험과 넓은 시야로 새로운 포지션에 곧잘 녹아 든 현영민의 헌신적인 플레이에 전남 선수들은 한발 더 뛰기 시작했다. 

현영민은 “감독님이 궁지 속에서 모험을 택하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감독님이 바라는 것에 100% 헌신하는 것 뿐이었다. 그런 간절한 모습이 후배들에게 전달됐다면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효진은 “그날 영민이 형 플레이를 본 우리 선수들이 다 눈빛이 달라졌다. 최재현, 이슬찬 같은 간절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폭발적으로 뛰기 시작했다”라며 현영민 효과를 소개했다. 


주요 뉴스  | " [영상] 장외룡의 충칭! 헐크의 상하이 상대 극적 무승부!”

노상래 감독은 두 베테랑의 가치를 인정한다. 팀 전술 미팅 때 현영민과 최효진은 적극적인 발언을 한다. 이미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는 두 선수는 코치처럼 생각하는 선수들이다. 평상시에 K리그와 유럽 축구 경기를 보며 나름의 분석을 한다. 상대팀의 경기를 체크하고 그 안에서 느낀 점을 전술 미팅 시간에 개진한다. 노상래 감독과 코치들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결과론적이지만 팀이 위기일 때 결국 중심을 잡고 인공호흡을 하는 거은 베테랑들이다. 

최효진과 현영민은 모두 이 연승 행진에 취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최효진은 “겨우 세 걸음 내딛었다. 작년 후반기 성공에 도취하다 초반 5연패를 당했다. 우리는 매 경기 전쟁을 치러야 하는 팀이다. 똘똘 뭉쳐서 상대보다 한발 더 뛰어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현영민도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하는데 자만심과 안일함에 그걸 못하고 무너졌다. 이제 우리 걸 찾아가는 중이다. 겨우 세발 뗐다. 더 간절해야 이길 수 있다”라며 동의했다. 

전남은 3일 서울 원정에 나선다. 지난 2년 간 FC서울을 상대로 1승 1무 5패의 압도적 열세를 기록했던 전남은 되찾은 자신감과 절실함을 안고 서울 징크스를 끊길 원한다. 리그 4연승을 달성하면 전남은 8위인 현재 성적을 단숨에 상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