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K리거] 맨밥만 먹던 울산 리차드, “이제 고기엔 쌈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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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Windbichler 울산 리차드
21개국 70명. 축구를 하기 위해 대한민국으로 온 K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국적과 숫자입니다. 그들이 얘기하는 K리그와 한국 생활은 어떨까요? 골닷컴이 <이웃집 K리거>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네 번째 주인공은 울산 현대의 리차드 선수입니다.

[골닷컴] 배가원 인턴기자 = 뭔지 모르는 건 먹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리차드. 그런 신념 때문에 처음 유럽을 벗어나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된 첫 주에 그는 유일하게 아는 맨밥만 먹어 2~3kg을 반강제(?) 감량했다. 이제는 소고기를 먹을 때 쌈장이 빠지면 안된다며 세상 자연스럽게 손바닥 위에 상추를 올리고 그 위에 소고기, 소금, 마늘, 쌈장 그리고 밥을 얹어 한 입에 넣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극복한 후로는 고향인 오스트리아에 휴가를 가서도 한식 생각이 나요.”

리차드는 한식에 익숙하지 않았을 당시 김에 푹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맨 밥만 먹던 시절 김에 밥을 돌돌 말아먹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팀 동료들이 이런 그를 ‘아기’라고 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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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활 2년차인 리차드는 사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의욕에 차 있었다. AFC 챔피언스리그 등으로 바쁜 스케줄이 겹친 탓에 한국어 공부는 뒷전이 됐다면서도 자신의 게으름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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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한국 생활 중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고민 없이 한국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거예요.”

울산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리차드는 2010년 오스트리아의 아드미라 바커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2015년에는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명문팀 FK 아우스트리아 빈으로 이적을 했다.

리차드는 프로에 데뷔하고 만 18세에 연령별 대표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2008년 18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19세, 20세, 21세 이하 팀에서 오스트리아를 대표한 리차드는 밝은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모든 축구 선수들처럼 리차드 또한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독일의 분데스리가 등에서 뛰는 꿈을 꾸며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로 인해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한 리차드는 긴 고민 끝에 자신에게 이적 제의를 한 울산을 믿고 한국으로 향했다.

리차드는 만약 자신이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로 돌아간다면 공격수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전에 한 선수가 ‘공격수는 스타고, 수비수는 리더’라고 했는데, 저는 리더도 좋지만 다음 생에는 골을 넣는 공격수가 될 거예요!”
 
사실 리차드는 수비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 변경을 경험했다. 이제는 센터백으로 뛰는 그는 이제는 새로운 포지션으로 뛰어 보기에는 만 27세라는 나이가 부담이 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 자신은 센터백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대신 공격 기회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그 꿈을 대신하고 있다.
 
리차드는 만약 자신이 축구 선수가 안 됐더라면 아이스 하키 선수가, 운동 선수가 되지 않았더라면 항상 동경하는 비행기 조종사가 됐을 거라며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리차드에게 이는 그저 ‘만약에’에 불과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프로 축구 선수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Richard Windbichler 리차드

만 25세에 고국을 떠나 한국에 온 리차드는 K리그에 온 첫 오스트리아 국적 선수다. 울산 입단 전까지 오스트리아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리차드는 한국 축구의 존중하는 문화를 극찬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라이벌전인 FK 아우스트리아 빈과 라피드 빈의 경기는 그 열기만큼 팬들도 과격하다. 관중석에서 홍염을 피우는가 하면, 경기장 밖에서는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리차드는 이런 과격한 팬 문화는 자랑스럽지 않다며, 한국 팬들의 차분함을 높게 샀다. 또한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도 상대 팀 팬들에게 경기에 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K리그와 팬들의 문화는 유럽 팬들이 본받아야 할 ‘롤 모델’이라고 했다.
 
리차드는 이러한 한국 팬들 중 기억에 남는 팬이 두 명이 있다고 했다. 한 명은 자신의 팬심을 손편지 세 장에 정성스레 적은 여고생이다. 요즘같은 디지털 세대에 손으로 직접 쓴 정성에 감동했다며 리차드는 감사한 마음에 해당 학생과 팬과 선수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평생 잊지 못할 정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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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팬은 울산 현대에서 처음으로 리차드의 등번호와 이름이 있는 유니폼에 사인을 요청했던 아주머니다. 처음 온 한국에서 자신의 유니폼을 들고 온 분이기에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는 리차드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 모두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음을 영상 편지로 해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에 쑥스러워했지만, 하고 싶은 많은 말들을 정리하느라 세 번의 NG를 낸 리차드는 자신이 밀고 있는 한국어인 ‘걱정하지마!’로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 리차드의 한국 생활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은 GOAL 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이웃집 K리거> 주인공은 수원 삼성의 골잡이 데얀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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