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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Asian Cup

손흥민 막히자 또 드러난 '풀백 축구'의 한계

AM 5:59 GMT+9 19. 1. 23.
Son and Kim Jin-su
'플레이메이커' 손흥민의 부진, 두 풀백의 부정확한 크로스에 의존하는 공격 패턴 자초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끝내 실마리를 풀어낸 중국전에서 보여준 다양한 공격 패턴이 또 모습을 감췄다. 그러면서 필리핀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노출한 단순함이 다시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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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각) UAE 두바이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힘겨운 승부 끝에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전반전 종료를 앞두고 황희찬이 선제골을 넣으며 승리를 다 잡은듯했으나 77분 모하메드 마르주크에게 동점골을 헌납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연장전까지 돌입한 한국은 105분 이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반대쪽 포스트를 향해 올린 크로스를 김진수가 다이빙 헤더로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갈랐다.

어렵게 8강에 오른 한국의 다음 상대는 같은 날 이라크를 꺾은 카타르다. 카타르는 62분 수비수 바삼 히샴이 터뜨린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며 90분 안에 승부를 결정 지었다.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 카타르를 만날 한국에 주어진 휴식 기간은 단 이틀이다. 무려 120분간 긴장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른 한국은 이틀 휴식 후 25일 카타르를 상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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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이 꺼내든 선발 명단은 지난 중국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왼쪽 측면 수비수(풀백) 자리에 김진수를 대신해 홍철이 선발 출전했을 뿐 포메이션과 포지션별 선수의 역할은 중국전과 비슷했다. 표면적으로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이청용은 이번에도 깊숙한 중앙 미드필드 지역으로 후진 배치됐고, 중원진과 최전방 공격수 사이에서 손흥민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바레인은 중국과 달리 강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면서 수비라인을 무리해서 위로 끌어올리지 않은 채 내려앉았고, 손흥민은 비좁은 공간에서 고전했다.

[위 그림] 바레인전 양 팀 평균 포지션. 한국이 노란색(공격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 바레인이 파란색. 중국전과 마찬가지로 이청용(17번)이 왼쪽 측면 자리를 비워둔 채 중원 깊숙한 위치로 내려앉아 공격 전개에 관여하며 손흥민(7번)이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바레인은 왈리드 알 하얌(3번)을 페널티 지역 바로 앞 위치까지 내려 세우며 뒷공간을 최소화했다.

바레인이 중국과 달리 수비라인을 내려 앉히자 손흥민은 이날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최전방에 고립된 황의조가 손흥민과 같은 선상으로 내려와 경기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청용과 황인범(6번) 또한 위치가 겹치며 공격 작업이 원활하게 펼쳐지지 않았고, 양 측면의 두 풀백(14번 홍철, 2번 이용)이 문전으로 올리는 크로스에 의존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위 그림] 앞선 중국전 양 팀의 평균 포지션. 한국이 노란색. 바레인전과 달리 공격진의 손흥민(7번)과 황의조(18번), 중원의 이청용(17번)과 황인범(6번)의 위치 설정과 역할 분담이 훨씬 더 명확했다.

한국이 중국전과 매우 비슷한 방식의 공격 작업을 시도하고도 바레인을 상대로는 고전한 결정적인 원인은 처진 공격수, 혹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은 손흥민의 패스 공급이 내려앉은 상대 수비에 막혀 차단되는 현상이 잦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벤투 감독이 부임한 후 미드필드와 최전방 사이에서 공격을 이끌어주는 '10번'의 활약 여부에 따라 경기력에 큰 차이가 났다. 벤투 감독 부임 초기 남태희가 기대만큼 활약을 펼쳐준 평가전과 아시안컵에서는 황희찬이 제 몫을 해준 필리핀과의 후반전, 손흥민이 효과적으로 활약한 중국전 경기력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바레인을 상대로 '10번' 역할을 맡은 손흥민은 이날 코너킥을 제외하면 문전으로 연결한 패스가 거의 없었다. 이날 손흥민이 선보인 유일하게 날카로운 패스였던 전반전 아크 정면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이용에게 찔러준 침투 패스였다. 이후 이용의 크로스를 황희찬이 선제골로 연결한 건 득점 상황의 시발점 역할을 한 손흥민이 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위 그림] 바레인전 손흥민의 패스 연결 동선. 측면으로 벌려주는 패스나 해답을 찾지 못하고 중원으로 내준 백패스가 대다수였다.

이처럼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미드필드와 최전방 공격의 '라인 사이'에서 경기 운영을 책임지는 10번, 즉 플레이메이커의 활약 여부에 경기력이 좌우된다. 남태희가 지난 11월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벤투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이유 또한 그가 한국에서는 이 '10번'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격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공간 침투와 슈팅 능력이 최대 장점인 손흥민, 또는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가 주무기인 황희찬에게 고스란히 이 역할을 맡기고도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벤투 감독이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결국, 공격 진영에서 플레이메이커가 실마리를 풀어주지 못하면 차선책이 있어야 한다. 현재 이에 대한 한국의 차선책은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좌우 풀백 홍철(혹은 김진수)과 이용의 공격 가담이다.

# 바레인전 패스 콤비네이션 TOP 5

27회 - 김민재가 이용에게
21회 - 김영권이 정우영에게
18회 - 정우영이 황인범에게
17회 - 김영권이 홍철에게
15회 - 홍철이 황인범에게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 리그에서도 풀백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빈도가 높았다. 단, 한국은 앞선 세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김영권, 김민재)가 빌드업을 시작하면, 중앙 미드필더 이청용이나 정우영을 거쳐 좌우 풀백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패턴을 선보였다. 그러나 바레인전에서는 김영권과 김민재가 중원까지 올라와 공을 잡은 후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홍철과 이용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위 그림] 김영권이 홍철에게(왼쪽), 김민재가 이용에게(오른쪽) 연결한 패스 동선. 한국은 바레인을 상대로는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최후방 수비수가 바로 측면 풀백에게 패스를 공급했다. 이 덕분에 홍철과 이용은 공격 진영(attacking third)과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서 패스를 받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빌드업 과정은 이번 대회 초반 최후방에서 시작된 패스가 번번이 미드필드를 거치며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벤투 감독이 시도한 새로운 패턴이었다. 한국은 앞선 조별 리그 세 경기에서는 김영권과 김민재의 패스가 정우영을 거쳐 공격으로 전개되는 패턴이 중심을 이뤘지만, 바레인전에서는 수비라인을 아예 하프라인 위로 끌어올려 측면으로 패스를 뿌렸다.

# 필리핀전 패스 콤비네이션 TOP 5

24회 - 김영권이 정우영에게
22회 - 정우영이 이용에게
19회 - 이용이 정우영에게
19회 - 김민재가 정우영에게
17회 - 김민재가 김영권에게

# 키르기스스탄전 패스 콤비네이션 TOP 5

25회 - 김영권이 정우영에게
19회 - 김민재가 이용에게
17회 - 정우영이 김민재에게
16회 - 김승규가 김영권에게
15회 - 정우영이 김영권에게

# 중국전 패스 콤비네이션 TOP 5

18회 - 김영권이 정우영에게
12회 - 이청용이 김진수에게
11회 - 정우영이 김민재에게
11회 - 정우영이 황인범에게
11회 - 김민재가 김문환에게

결과적으로는 이용의 크로스가 한국이 바레인을 상대로 뽑아낸 두 골을 모두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날 선발 출전한 좌우 풀백 홍철과 이용이 문전으로 연결하는 크로스는 팀의 주 공격 루트가 되기에는 정확도가 지나치게 떨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애초에 크로스는 유럽 빅리그 팀들의 기록을 살펴봐도 성공률이 30% 안팎에 불과한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격 방식이다.

[위 그림] 바레인전 이용의 패스 연결 동선. 그가 문전으로 연결한 패스(파란색으로 표시된 크로스)는 단 하나였다. 다행스럽게도 딱 한 차례 연결된 이 크로스가 연장전 김진수의 결승골을 만들었다.

[위 그림] 바레인전 홍철의 패스 연결 동선. 그 또한 반대편의 이용과 마찬가지로 문전으로 연결한 패스(파란색으로 표시된 크로스)가 단 하나에 불과했다.

다만, 벤투 감독이 바레인전에서 거둔 수확은 황인범이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날 손흥민이 라인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 갇힌 데 이어 두 풀백이 올린 크로스가 대다수 상대 수비에 차단된 가운데, 황인범이 중원에서 공격 진영으로 찔러준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상대 수비를 위협할 수 있었다.

황인범은 이날 공격 진영으로 찔러준 패스를 포함해 황의조와 황희찬에게 총 세 차례 페널티 지역 안으로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연결하며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위 그림] 황인범의 패스 연결 동선. 파란색 화살표는 황인범이 왼쪽 풀백 홍철에게 연결한 패스다. 그는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 진영에 진입한 홍철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수차례 연결했다.

[위 그림] 파란색 화살표는 황인범이 황희찬에게 연결한 패스 동선이다.

[위 그림] 파란색 화살표는 황인범이 황의조에게 연결한 패스 동선이다. 그는 적재적소의 패스로 황의조의 문전 침투를 최대한 활용했다.

반면, 손흥민은 공격진에 배치된 선수 중 유일하게 문전에서 황인범의 패스 공급을 받지 못했다. 이는 손흥민이 상대의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 사이에서 표류하며 효과적인 움직임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 그림] 파란색 화살표가 황인범이 손흥민에게 연결한 패스 동선이다.

현재 대표팀에 남은 선수 22명 중 황인범은 상대 문전으로 찔러주는 전진 패스 능력이, 손흥민은 그곳으로 침투하는 능력이 가장 빼어나다. 아예 황인범의 위치를 한 칸 올려 그를 10번, 혹은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하며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황의조와 협력해 상대 최종 수비수와 부딪치는 패턴이 해답이 될 수는 없을까?

그게 아니라면 8강, 또는 4강(한국 진출 시) 복귀가 예상되는 이재성이 맡게 될 역할이 새로운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단, 높이 오를수록 상대팀의 전력이 강해질 토너먼트에서 지금처럼 단순한 공격 패턴만으로 살아남기를 기대하는 건 그저 욕심에 불과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KFA)
자료=아시아축구연맹(A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