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식 영상 코칭, 선수들에게 영감 줄까? 혼란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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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 아우베스, 세바스티앙 소리아, 요한 크루이프의 공통점은?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현실과 너무 큰 목표점을 던져 준다.

[골닷컴] 서호정 기자 = 2014년 10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슈틸리케호, A대표팀)에 부임하고 처음으로 선수단을 소집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첫날 팀 미팅에서 자신의 현역 시절 영상을 틀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부끄럽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영상을 보여줬다고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장점은 축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진지함이다. 슈틸리케호 출범 초기 선수들에게 세세한 분석 영상을 제공했다. 밤을 새며 영상을 보고 직접 자료를 만들 정도로 열의가 넘친다.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판 마르바이크 감독 선임이 실패한 뒤 새로운 후보자를 런던에서 만날 때 그런 슈틸리케 감독의 순수한 열정에 높은 평가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축구에 대한 이상론적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는 요한 크루이프, 아르센 벵거 등이 주창하는 ‘아름다운 축구’의 철학과 닮아 있다. 높은 볼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하는 것을 경기를 풀어가는 첫 단추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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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할 때 이상주의자는 몽상가가 된다. 한국 A대표팀이 높은 볼 점유율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축구를 할 수 있는 상대는 전 세계에 많지 않다. 아시아권에서도 최종예선 단계에 돌입하면 상대의 예리한 역습 전술에 흔들린다. 그럴 경우 볼 점유율은 숫자 놀음에 그치고 만다. 

선수들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코칭도 그런 맥락과 닮아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 해외 선수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플레이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했다. 장현수에게는 당시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풀백이던 다니 아우베스(현 유벤투스), 지동원에게는 카타르 대표팀의 우루과이 출신 귀화 공격수 세바스티앙 소리아(알 라이안)의 영상을 보여줬다. 

감독이 자신의 전술이나 목적을 위해 어떤 스타일의 플레이를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시각자료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료를 보는 선수의 특징과 거리가 멀다면 영감을 주고자 했던 시도는 좌절만 주고 만다. 

장현수는 다재다능한 선수이나 풀백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다음 순번에 있는 포지션이다. 정말 어쩔 수 없이 팀이 필요로 할 때 소화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에게 그 세번째 옵션의 포지션을 A대표팀에서 장시간 요구했다. 그런 상황에서 아우베스의 영상이 선수에게 어떤 효과를 줬을 지는 예상이 쉽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에게 박스 안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 소리아처럼 득점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동원은 체격 조건 면에서는 소리아와 흡사한 선수다. 그러나 피지컬적 우위보다는 뛰어난 퍼스트 터치와 박스 앞에서의 침착함으로 승부하는 유형이다. 지동원은 그 유명한 슈틸리케 감독의 소리아 발언 이후 “내가 못해서 나온 말이다”라며 자신의 탓으로 돌렸지만 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도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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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와의 중요한 결전을 하루 앞두고 틀었다는 故 요한 크루이프의 영상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하고 싶은 플레이가 축구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는 크루이프를 지향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가 원했던 것은 영감이었고, 기대했던 것은 변화였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과의 간격이다. 좋은 플레이를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것만으로 선수들이 자각하고 변할 수 있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의 영상을 즐겨 보는 어린 선수들은 얼마든지 그렇게 성장했을 것이다. 방법론이 동반되어야만 비로소 변화와 개선은 이뤄진다.

K리그의 한 감독은 “성인 선수들이 갖고 있는 형질을 단기간에 바꾸거나 깨는 건 훈련시간이 확보돼 있는 소속팀에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소집 후 2~3일의 훈련 여유 밖에 없는 대표팀이 그런 방법을 택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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