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더비 완승' 레알, 지단 용병술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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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전반전엔 이스코 프리롤에 배치한 다이아 4-4-2로 경기 지배. 후반 아틀레티코가 공격 강화하자 역습형 4-3-3으로 전환해 2골 추가하며 3-0 대승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레알 마드리드가 아틀레티코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레알이 베르나베우 홈에서 치러진 아틀레티코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0 대승을 거두었다. 분명 이 경기의 주인공은 호날두였다. 하지만 세부적인 면에서 뜯어보면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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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아 4-4-2 레알, 전반전을 지배하다

이 경기에서 지단은 가레스 베일의 부상 공백을 이스코로 메웠다. 이와 함께 전체적인 포메이션에도 변화를 가했다. 평소 즐겨쓰는 BBC(카림 벤제마와 베일, 호날두로 구성된 레알 공격 트리오) 중심의 4-3-3 포메이션이 아닌 이스코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다이아몬드 4-4-2를 가동했다(하단 사진 참조). 중원에서의 지배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이스코의 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Real Madrid 4-4-2

이는 주효했다. 이스코는 전반 내내 폭넓은 활동폭과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레알로 끌고 왔다(하단 이스코 터치 맵 참조). 공격 시엔 좌우 측면으로 자주 빠지면서 아틀레티코 수비진에 혼란을 가중시켰고, 수비 시엔 중원 싸움에 가세하며 점유율 확보에 주력했다.

Isco Touch Map

이미 지단은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당시 이스코를 프리롤로 배치한 다이아 4-4-2를 통해 재미를 본 전례가 있다. 이스코가 바이에른의 후방 플레이메이커 사비 알론소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면서 패스 축구의 근간을 흔들어 놓은 것. 결국 레알은 당시 고전하긴 했으나 연장 접전 끝에 4-2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실제 이스코는 전반 내내 볼 터치 54회와 패스 42회를 기록했다. 6분경엔 감각적인 원투 패스를 통해 다니 카르바할에게 슈팅 찬스를 제공해주었고, 16분경엔 직접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얀 오블락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장기인 테크닉을 바탕으로 드리블 돌파도 3회를 기록한 이스코였다.

무엇보다도 이 경기에서 이스코가 대단했던 건 바로 패스에 있었다. 이스코는 전반 42회의 패스를 시도하는 동안 패스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하단 이스코 전반 패스맵 참조). 62분경에 들어 이 경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패스 실수를 저질렀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패스 플레이를 선보인 이스코였다.

Isco Pass Map

이렇듯 레알은 이스코 프리롤을 통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면서 전반 내내 경기를 지배하는 데 성공했다. 전반전 점유율은 레알이 66대34로 크게 앞섰고, 슈팅 숫자에선 12대1로 상대를 압도했다. 5회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는 동안 상대에게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허락하지 않은 레알이었다. 

결국 레알은 경기 시작 9분 만에 호날두의 헤딩골로 앞서나갔고, 아틀레티코에게 이렇다할 공격 기회마저 내주지 않은 채 전반전을 1-0으로 마무리했다.

Isco


# 후반 레알, 4-3-3 역습으로 승부에 쐐기 박다

다급해진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은 후반 12분경, 다소 이른 시점에 2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부진했던 공격수 케빈 가메이로와 중앙 미드필더 사울 니게스를 빼고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와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니콜라스 가이탄을 교체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한 것. 

하지만 여전히 레알의 수비벽은 뚫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56분경 야닉 카라스코와 59분경 코케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페널티 박스 안 침투도 여의치 않았던 아틀레티코였다. 이에 시메오네는 후반 23분경 측면 미드필더 카라스코를 빼고 공격수 앙헬 코레아를 교체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시메오네의 승부수에 지단도 곧바로 응수에 나섰다. 많은 활동량을 기록하면서 체력이 다소 떨어진 데다가 이미 옐로 카드도 한 장 수집한 상태였던 이스코를 빼고 측면 공격수 마르코 아센시오를 교체 투입하면서 4-3-3으로 전환한 것. 이에 더해 후반 32분경엔 최전방 공격수 카림 벤제마를 빼고 또 다른 측면 공격수 루카스 바스케스를 교체 투입하며 역습에 주력했다(하단 사진 참조).

Real Madrid 4-3-3

이는 주효했다. 아센시오와 바스케스는 공격적으로 올라온 아틀레티코의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지친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게다가 레알이 공격 폭을 넓게 가져가는 스리톱으로 전환하자 자연스럽게 아틀레티코의 수비 폭도 좌우로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레알의 2골이 모두 터져나왔다.

먼저 후반 28분경 측면에서 중앙으로 마르셀루가 연결해준 대각선 패스를 벤제마가 받아 옆으로 살짝 내주었고, 이를 받은 호날두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역습 과정에서 바스케스가 빠른 스피드로 아틀레티코 왼쪽 측면 수비수 필리페 루이스를 제친 후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 패스를 호날두가 원터치에 이은 슈팅으로 가져가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지단의 승부수가 빛을 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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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은 그 동안 전술적인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시달려야 했다. 매번 BBC만 고집한다며 플랜A보다 플랜B가 더 강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에도 전임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을 답습했을 뿐 새로운 건 없었다는 저평가를 들어야 했던 지단이었다.

하지만 지단은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같은 중요 무대에서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전술 변화를 단행하며 순항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전에선 '은사' 안첼로티를 꺾었고, 준결승전에선 떠오르는 젊은 명장 시메오네와의 1차 맞대결에서 전술적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만약 이번에도 레알이 1992년 유러피언 컵에서 챔피언스 리그로 대회 명칭과 포맷이 바뀐 이후 사상 처음으로 2시즌 연속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감독' 지단에 대한 위상도 선수 시절 못지 않게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Zinedien Zid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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