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GOA-live] '레전드 매치'와 파운데이션, 축구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댓글()
리버풀 레전드 매치 현장
5만 4천석의 안필드가 꽉 찬 채 진행된 리버풀 VS 레알 마드리드 레전드 매치 현장, 그리고 그 레전드 매치를 통해 축구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이야기.

[골닷컴, 리버풀] 이성모 기자 =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월드컵 지역예선으로 뜨거웠던 지난 1주 사이, 잉글랜드 머지사이드의 리버풀에서는 특별한 경기가 열렸다. 리버풀 레전드 대 레알 마드리드 레전드의 레전드 매치였다. 제라드, 캐러거, 두덱 등을 포함한 리버풀 레전드와 로베르토 카를로스, 루이스 피구 등을 필두로 한 레알 마드리드 레전드의 경기에서 제라드의 맹활약에 힘입은 리버풀 레전드가 4대 3 승리를 거뒀다.

사실 이날의 경기는 대회에서의 '우승' 혹은 '승리'를 위한 경기가 아니었던 만큼 안필드 현장에 있는 선수들이나 팬들도 그 어느때보다도 훈훈하고 따뜻한 가운데서 이날의 경기를 즐겼다. 이 기사에서는 이날 현장의 풍경들과 함께 이 경기의 진짜 목적과, 세계 축구계 곳곳에서 열리는 '레전드 매치'와 그 뒤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통해 축구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리버풀 레전드 매치 현장

(이날 열린 경기의 화두를 한 눈에 보여주는, '소제목'에 적합한 사진) 

1. 레전드 매치 현장, 안필드에 울려퍼진 "제라드, 제라드, 제라드"


주요 뉴스  | 이승우의 격한 외침, '인성 논란' 거리가 아닌 이유

우선 이날 현장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5만 4천 석의 안필드가 '매진' 됐다는 것이었다. 통상 이런 식의 레전드 매치나 이벤트성 경기들의 경우 경기장의 대부분이 비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부 경기에서는 아예 구단 차원에서 일부 스탠드는 사용을 안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기는 단 한 장의 좌석도 남질 않았다. 덕분에 양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안필드 입구에서 암표를 파는 암표상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미 모두 은퇴한 선수들의 경기에 암표상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이 경기에 대한 관심,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라는 두 구단에 대한 팬들의 애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안필드에서 열린 양팀의 맞대결은 한마디로 말해서 '제라드, 제라드, 제라드'였다. 양팀의 기라성 같은 레전드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모습(첨부 이미지 참조)에서부터 경기 중 팬들의 반응, 경기가 끝난 직후 인터뷰 장면에서의 모습까지 모든 면에서 리버풀 팬들이 얼마나 제라드를 사랑하는지가 여실히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단적인 예로, 이날 후반전에 제라드가 PK를 얻은 직후(안필드에 모인 팬들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볼이 제라드에게 갈 때마다 '슛'하라며 환호했다) 그 PK를 제라드가 아닌 로비 파울로가 처리하겠다고 나서자 리버풀 팬들이 파울러에게 야유를 보내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물론, 이 야유도 이 날 경기의 특성상 어느 정도는 '장난삼아' 보낸 야유였고(그러나, 진심으로 보낸 팬들도 분명 있었다) 파울러 역시 마찬가지로 콥 엔드 스탠드에 앉은 팬들에게 두 손가락을 들어 욕하는 제스처를 하며 '응수'했지만, 사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후반전 들어 리버풀 팬들의 관심사는 오직 제라드의 골이었다.

1990년대, 1970~80년대에 누렸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침체기에 빠졌던 리버풀에서 맹활약하며 한 때 현지 팬들로부터 '신'(GOD)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파울러가 제라드에게 PK 양보를 안 한다고 야유를 듣는 상황. 다행히도 제라드는 그 PK 이후에 직접 멋진 퍼스트 터치에 이은 발리 슛으로 직접 골을 넣으며 자신의 골만을 간절히 바랐던 리버풀 팬들의 기대에 응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이날 경기의 '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된 제라드는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활약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이 승리를 로니 모란에게 바친다"(최근 별세한 리버풀 레전드)라고 말하며 또 한 번 리버풀 팬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날 현장에서 본 제라드와 그에 대한 팬들의 모습은 머지 않은 미래에 그가 리버풀 감독이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리버풀 레전드 매치 현장

(경기 내내 이어진 팬들의 응원 속에 결국 직접 골을 넣는데 성공한 제라드. 출처=제라드 인스타그램)  

리버풀 레전드 매치 현장         

 (양팀 경기가 끝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한 리버풀 레전드들. 제일 왼쪽의 두덱은 이날 후반전에 교체 아웃되어 나오면서 리버풀 벤치와 레알 마드리드 벤치 중에 자신이 어느 쪽으로 가야되느냐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현장에 모인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출처=두덱 인스타그램) 

2. 레전드 매치 그 이후, 5만 4천 명의 입장료(약 20억 원)는 어디로 가는가?

지금까지 소개한 것이 이날 안필드 현장의 분위기였다면, 이 기사를 통해 다루고 싶은 본론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날 리버풀 레전드 VS 레알 마드리드 레전드 경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각각 아래와 같다.

1) 이날 레전드 매치에 입장한 약 5만 4천 명의 팬들의 입장료는 '100%' 리버풀 구단에서 운영하는 자선단체인 리버풀 파운데이션에 기부된다.

2) 이날 레전드 매치에 출전한 선수들은(각기 전유럽 및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 전원이 단 한 푼의 출전료도 받지 않는다. 즉, 그들이 이 경기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자선사업의 일환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이날 경기의 총 입장료를 추정해보면(물론 이는 리버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자료이다) 한화로 약 15억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리버풀에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보통 티켓 가격인 20파운드를 5만 4천 명으로 곱하고(20 X 54000) 거기에 현재 환율을 계산해서 추정한 금액에서(약 16억 원) 어린이, 노약자의 경우 티켓 가격이 20파운드보다 할인된다는 점을 감안해서 1억원 정도를 뺀 금액이다. 

거기에 이날 경기 내내 경기장 내부, 외부를 통해서 문자 메시지 한 건당 5파운드씩의 기부를 받은 점, 그 외 VIP 등으로 입장한 팬이나 기업 등에 대한 입장료 수익 등을 감안해보면 우리는 대략 이 한 경기로 인해서 리버풀이 올린 입장료 수입은 약 20억 원 내외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것은 과연 구체적으로 이 20억 원의 수입이 어떻게 활용되느냐, 이 돈이 '세상을 바꾸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를 하고 있느냐라는 점이다. 앞서 이 금액은 전액이 '리버풀 파운데이션'에 기부된다고 했으므로, 그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리버풀 파운데이션의 관계자일 것이다.

그래서, 리버풀 파운데이션의 이사장을 직접 만나 그 점에 대해 물어봤다. 

리버풀 레전드 매치

리버풀 레전드 매치 현장

(안드레아 쿠퍼, 리버풀 파운데이션 이사장. 위 사진은 레전드 매치를 기념해 양팀 레전드들과 사진을 찍은 쿠퍼 이사장의 모습이고 아래는 기자와 직접 만나 인터뷰를 가진 후 찍은 사진이다)

3. "2016년 한 해 21,000명의 어린이, 환자, 지역 주민들을 도왔다"

리버풀 레전드 매치에 맞춰 리버풀 시내에서 직접 만난 안드레아 쿠퍼 리버풀 파운데이션 이사장은 기자의 질문에 대해 가장 먼저 "2016년 한 해에만 이번 레전드 매치와 같은 이벤트를 포함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모금된 돈으로 약 21,000명의 리버풀 지역 어린이, 환지, 지역 주민들을 도왔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는 리버풀이라는 축구 클럽을 통해 자신이 이끄는 파운데이션이 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쿠퍼 이사장은 또 "리버풀 파운데이션은 비교적 최근인 2010년에  창설된 기관이다. 사실 우리는 파운데이션 창설에 앞서서 직접 리버풀 팬들에게 클럽의 공식 자선단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나, 그들이 우리에게 가장 기대하는 사항 등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라며 "그 결과, 대부분의 팬들이 자선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리버풀 파운데이션이 어린이들이나 환자들을 돕고 지역의 실업률을 낮추는 데 공헌하길 바라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리버풀 파운데이션이 진행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그녀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예를 들기도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리버풀은 잉글랜드의 다른 지역보다 가난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비율이 더 높은 지역이다.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대략 3분의 1 가량이 어린이들이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고 이는 잉글랜드 전체 평균인 5분의 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빈곤의 문제를 겪는 아동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는 건강의 문제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문제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 위해 리버풀 지역의 병원들과 연계해서 연구비 등을 지원하고,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무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런 방법을 통해 어린이들을 포함해서 커뮤니티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등에 선수들이 병원에 방문해서 어린이 환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 역시 우리가 클럽과 함께하고 있는 일들의 하나다. 물론 그것은 전체 커뮤니티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리버풀 선수들을 영웅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에겐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큰 용기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녀의 설명을 들으면서 기자는 한가지 아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런 파운데이션의 활동이 어쩌면 클럽 차원에서 '홍보'의 성격을 띄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쿠퍼 이사장은 그 질문에 대해 아주 단호한 답변을 남겼다.

"우선 그 질문에 대해서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리버풀 FC와 완전히 분리된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과거에도 자선단체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축구 클럽의 홍보 활동이 아니라 이 단체를 통해 어떻게 하면 가장 리버풀 파운데이션이 관계를 맺고 있는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느냐라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리버풀 파운데이션은 앞서도 설명했던 것처럼 리버풀 팬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서 만들어진 단체라는 것이다. 즉, 리버풀 팬들 자체가 스스로 어린이들, 환자들을 도울 자선단체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길 바랐지 우리를 통해서 홍보활동을 하길 바랐던 것이 아니었다."

"리버풀 같이 모두가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시에서는 사실상 축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꼭 리버풀에서만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곳에서도 리버풀과 같은 클럽이 갖고 있는 힘을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 영감을 주고 그들의 삶을 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리버풀 레전드 매치 현장

리버풀 레전드 매치 현장

(리버풀 레전드 매치 현장에는 가족끼리, 특히 아버지와 함께 온 아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주요 뉴스  | ''레전드 매치'와 파운데이션, 축구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4. "축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안드레아 쿠퍼 리버풀 파운데이션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축구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녀의 말로 마무리가 됐다. 리버풀 파운데이션은 실제로 현재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단체이며 이번 레전드 매치를 통해 발생한 약 20억 원에 가까운 수입 역시 지난해 그들이 그랬듯 약 올해에도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돕는데 활용될 것이다.

기자는 이 기사를 통해 단지 리버풀 레전드 매치와 리버풀 파운데이션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지 않다. 리버풀은 그 하나의 예일 뿐이다. 이런 형태의 레전드 매치는 세계의 많은 클럽들을 통해서 치러지고 있으며 그런 대부분의 경기를 조직하고 진행하는 것은 이번 기사에서 예로 들었듯 각 구단이나 축구 단체가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파운데이션들이다.

이미 은퇴했지만 축구팬들이 사랑했던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다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레전드 매치, 그 매치에 기꺼이 돈을 내고 입장하는 팬들, 그리고 그 수익을 활용해서 각계각층의 사회 약자들을 돕고 있는 많은 클럽의 자선단체들.

이런 존재들이 바로 "축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의 예일 것이며, 축구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많은 사람들의 꿈은 이날 아빠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았던 많은 아이들에게 전해져서 앞으로도 오래 이어질 것이다.

lee.sungmo@goal.com 

다음 뉴스:
'멀티플레이어' 파비뉴, 줄부상 리버풀의 복덩이
다음 뉴스:
이승우의 돌발 행동과 기성용의 따뜻한 충고
다음 뉴스:
황의조 목의 두 줄 상처, 언제 누구에게 긁혔나?
다음 뉴스:
카세미루 "상대가 누구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승리"
다음 뉴스:
호날두 "슈퍼컵은 시작.. 전관왕 원한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