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호주에서 축구로 힐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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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김재성이 전하는 호주 축구와 삶 이야기.

[골닷컴] 서호정 기자 =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 유나이티드와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의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4차전. 전반 7분 25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애들레이드 선수의 오른발을 떠난 공이 레이저처럼 날아가 제주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터트린 등번호 7번 선수를 향해 동료들이 기뻐하며 뛰어왔지만 정작 본인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들레이드의 3-1 승리를 이끈 선제골을 만든 주인공은 김재성이었다. 지난 시즌 제주 유니폼을 입고 하반기를 뛰었던 김재성은 현재 호주 A리그의 애들레이드에서 뛰고 있다. 2005년 제주의 전신인 부천SK에서 데뷔, 2008년부터 포항 스틸러스에서 뛴 김재성은 2009년 팀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도우며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참가하며 축구 인생의 절정기를 맞았다. 

월드컵 이후에도 여전히 각광을 받았던 김재성은 2015년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도전을 했다. 새로 창단된 2부 리그 K리그 챌린지의 서울 이랜드로 전격 이적한 것. 도전을 택한 그는 2015년 4골 12도움을 기록했지만 팀이 눈 앞에서 승격 기회를 놓치며 좌절을 맛봤다. 2016년에도 서울 이랜드에서 시작했지만 시즌 중 제주로 옮기며 도전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자신의 출발점으로 돌아왔지만 제주에서의 활약도 인상적이진 않았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그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때 김재성은 또 한번의 도전을 택했다. 호주 무대로의 진출이었다. A리그는 선수 연봉에서 K리그와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는 6개월 단기 계약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애들레이드행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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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후 3개월이 지난 지금 김재성은 팀의 주축으로 올라섰다. 2016-17시즌 전반기에 예상 못한 부진에 빠진 A리그 디펜딩 챔피언 애들레이드는 김재성 합류 후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미드필드에서 기술과 경험을 더한 김재성이 활력소가 됐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김재성의 골을 앞세워 제주를 꺾으며 첫 승을 신고, H조 2위로 올라섰다. 남은 감바 오사카 원정과 장쑤 쑤닝과의 홈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12일 애들레이드로 돌아가기 전 골닷컴은 김재성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첫 해외 생활인 호주에서의 삶에 만족을 표시했다. 단지 축구가 즐겁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축구 외의 삶에서도 김재성이라는 존재감을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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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개월 만에 제주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김재성:
제주국제공항에 내렸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저희 팀을 픽업하러 나오신 분이 제주 구단 분이었는데 절 보자마자 왜 그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냐며 웃으시더군요. 경기 전날에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훈련을 위해 원정 라커룸으로 들어가니까 어색했어요. 경기 당일 그라운드를 밟을 때부터는 제가 속한 팀이 이기길 원했죠. 다들 열심히 준비했어요. 팀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저도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했고요.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어요. 제주는 늘 고마운 팀이고 작년에 힘들 때 조성환 감독님이 절 여러모로 도와 주셨어요. 하지만 작년의 부진과는 다른 모습을 제주 팬, K리그 팬들에게 보여드리며 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플레이로 얘기하고 싶었어요.

Q. 굉장히 멋진 골을 성공시켰고 팀 승리의 발판이 됐습니다. 그런데 좋아하지 않더군요.
김재성:
순식간에 들어간 장면이었어요. 골이 들어가고 그 찰나에 세리머니를 할까 말까 했는데 몸이 반응을 하려고 할 때 바로 머리가 제지를 하더라고요. 하면 안 되는 상황이 맞았죠. 동료들이 달려왔는데 좋아서 밀고 때리고 하는데 저는 반응을 할 수 없었어요. 전 소속팀에 미안한 마음과 좋으면서도 티를 낼 수 없는 그 감정이 참 어렵더라고요. 

Q. 장거리 원정이라 애들레이드가 어려울 거라 봤는데 굉장한 투지를 보이며 챔피언스리그 첫 승을 거뒀습니다.
김재성:
지난 시즌 A리그 우승을 해서 챔피언스리그에 나오게 됐어요. 올 시즌 리그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제가 합류하기 전에는 리그 최하위였어요. 지금 애들레이드는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고 있고 저도 그 목표를 위해 영입된 선수예요. 제주로 오기 전 멜버른에서 졌어요. 하지만 팀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기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이번 제주 원정에서 졌으면 남은 챔피언스리그 경기들은 사실상 무의미해지니까 다들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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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호주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김재성:
호주로 오기 전 2년 간 서울에서도 생활했죠. 서울은 모든 게 갖춰진 대도시지만 복잡해요. 애들레이드는 조용한 도시입니다.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안정된 모습이에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도 스트레스도 줄었어요. 팀에 출근해서는 운동에만 전념하고 그 외 시간은 아내와 편하게 즐기는 중이에요. 공원도 많고, 날씨도 좋은 도시거든요. 

Q. 애들레이드로 가기 전 2년 가까이 하락세를 경험했는데 호주에서 다시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 같습니다. 
김재성:
전성기에 온 게 아닌 건 사실이죠. 선수 이후의 삶을 위해 얻고 싶은 게 많아서 택한 것도 맞아요.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특히 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은 유럽과 닮은 것 같아요.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것도 확실히 메리트죠. 그래도 선수로서 매 순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많아요. 이번 제주전을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도 제가 선수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것, A리그가 새로운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어요. 아직 은퇴할 나이도 아니고 더 오래 하고 싶어요.

Q. 애들레이드와 6개월 단기 게약을 맺었는데 재계약 얘기가 있습니까?
김재성:
구단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거 같아서 재계약 부분은 기다리는 중이에요. 애들레이드가 아니더라도 A리그에 매력을 확실히 느껴서 계속 기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A리그에 대한 적응을 마친 상황이니 다시 떠나는 게 아까운 것 같아요. 애들레이드와의 재계약을 최고의 옵션이라 생각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구단에게 제 가치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게 전달되면 좋은 소식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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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애들레이드로 이적할 당시 김재성 선수에 대한 박지성의 평가가 담긴 인터뷰가 호주 언론을 통해 소개돼 화제가 됐는데요?
김재성:
지성이 형 인터뷰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따로 연락해서 이야기를 하고 간 것도 아닌데 기사를 보고서야 제 얘기를 해준 것을 알았어요. 너무 고마웠어요. 호주에서는 저라는 선수를 알기 어려운데 ‘팍(Park)’ 하면 여기 선수들도 다 알 정도로 지성이 형은 유명하니까요. 그 얘기 때문에 호주 적응이 수월했어요. 동료들이 저를 평가하고 알아가는 데 그 기사 하나가 큰 도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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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리그를 평가해줄 수 있나요? 솔직히 중국이나 중동처럼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리그는 아닙니다.
김재성:
연봉 문제는 이 곳 선수들도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죠. 기회가 오면 해외로 많이 가려고 해요. 하지만 생활 면에서는 만족도가 높아요. 최근 ‘왜 이렇게 살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축구만 봐야 했고 나의 인생이란 게 없었어요. 여기 선수들은 한국 선수보다 승부욕이 더 강해요. 경기를 지면 물건을 발로 차고 욕도 하죠. 저는 그걸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승부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축구 외의 인생을 사는 데에도 최선을 다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많이 배워요. 리그 운영도 인상적이었어요. 샐러리 캡을 운영하고 있는데 각 구단에서 호주축구협회(FFA)에 일정 금액을 적립해 델 피에로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데려와요.(※Marquee제도) 특정 구단의 부담을 덜어주며 리그 전체 흥행을 위해 힘을 모으는 거죠. 그런 차이에서 새로운 걸 배워가고 있어요. 한국 선수들을 만나면 여기 얘길 많이 해줘요. 지난번 제주가 원정을 왔을 때도 (김)원일이랑 만나서 대화를 나눴어요. 

Q. 호주로 온 뒤 지난 석달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김재성:
애들레이드가 올 시즌 예상 밖의 부진이 길어져 승리가 적어요. 올 시즌 6승을 했어요. 그래도 제가 오고 6승 중 4승을 거뒀거든요. 이기는 그 순간은 항상 기억에 남죠. 항상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온 거니까요. 팀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길 기대했는데 승리라는 결과로 그게 증명될 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죠. 경기 끝나고 애들레이드 서포터들이 팀에 남아달라, 내년에도 함께 하자고 얘기할 때 행복합니다.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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