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에릭센Getty Images

'선발 복귀 대성공' 에릭센, 브렌트포드 9경기 무승 탈출 견인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심정지 이후 266일 만에 선발 출전한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장기인 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최근 9경기 무승의 슬럼프에 빠진 소속팀 브렌트포드에 승리를 선사했다.

브렌트포드가 캐로우 로드 원정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3-1 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브렌트포드는 7승 6무 15패 승점 27점으로 강등권인 18위 번리(승점 21점)와의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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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렌트포드는 노리치전을 앞두고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PL 8경기 1무 7패의 부진에 빠지며 한 때 10위였던 순위가 15위까지 추락한 것. 어느덧 강등권과의 승점 차도 3점으로 줄어들면서 잔류를 장담할 수 없는 위치에 놓였다.

이에 브렌트포드는 지난 뉴캐슬과의 27라운드 경기에서 교체 출전하면서 766일 만에 PL 복귀전을 치른 에릭센을 선발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마찬가지로 27라운드에 부상 복귀해 교체 투입된 간판 공격수 이반 토니도 선발로 내세웠다.

브렌트포드 선발 라인업 vs 노리치Brentford FC

에릭센은 덴마크 대표팀 소속으로 2021년 여름, 유로 2020 본선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는 핀란드와의 조별 리그 1차전에서 43분경, 심정지를 일으키면서 쓰러졌다. 다행히 응급처치를 통해 의식을 되찾은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체내에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 오랜 기간 회복 훈련 끝에 뉴캐슬전에서 259일 만의 그라운드 복귀를 알린 에릭센이었다.

노리치전은 무려 266일 만의 선발 출전이었다. 아직 너무 이른 선발 출전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었다. 실전 감각 부족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불식시켰다. 그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11km의 거리를 커버하면서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했다. 평균 속도 역시 6.56km/h로 선발 출전 선수들 중 수비형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뇌르고르(7.00km/h) 다음으로 빨랐다.

장기인 킥력도 여전했다. 그는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면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세트피스에서 그는 빛을 발했다. 먼저 7분경, 에릭센이 길게 넘겨준 코너킥을 수비수 에단 피녹이 헤딩 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공격수 브라이언 음뵈모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이어서 31분경, 에릭센의 정교한 크로스를 또다른 수비수 크리스토퍼 아예르가 백헤딩으로 내준 걸 먼포스트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토니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에릭센의 코너킥이 선젝로의 기점 역할을 담당한 것.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48분경에도 코너킥으로 브렌트포드 수비수 폰투스 얀손의 머리에 정확하게 볼을 공급했다. 얀손이 헤딩을 하는 과정에서 노리치 수비수 벤 깁슨이 발을 높게 들어서 걷어차는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 킥이 선언됐고, 이를 토니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브렌트포드가 2-0으로 앞서나가는 데 성공했다. 2번째 골이 된 페널티 킥 선언도 에릭센의 코너킥이 기점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기세가 오른 브렌트푸드는 55분경, 토니가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얻어냈고, 직접 페널티 킥으로 또다시 골을 추가하면서 승리 굳히기에 나섰다. 브렌트포드는 정규 시간 90분까지 무실점을 이어왔으나 추가 시간 2분경에 노리치 간판 공격수 티무 푸키에게 실점을 내주었으나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3-1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노리치 vs 브렌트포드 결과Brentford FC

이 경기의 영웅은 해트트릭을 달성한 토니이다. 하지만 브렌트포드 팬들에게 있어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2골에 간접적으로 관여한 에릭센의 활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야 토니에게 확실하게 볼배급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브렌트포드에게 생긴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브렌트포드 선수들 중 가장 많은 68회의 볼터치를 자랑했다. 당연히 패스 시도(46회)와 성공(38회)은 물론 공격 진영으로 향한 패스(17회)도 최다였다. 전체 패스 성공률은 82.6%로 선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높았고, 공격 진영으로의 패스 성공률 역시 74.1%로 준수한 수치였다. 게다가 브렌트포드 선수들 중 독보적으로 많은 8회의 크로스를 시도해(나머지 선수들의 총 크로스 숫자가 5회로 에릭센보다 적다) 4회를 정확하게 동료들의 머리에 배달했다. 크로스 성공률은 50%로 상당히 준수한 수치였다(통상적으로 크로스는 30%만 성공해도 높은 기록에 해당한다).

에릭센 기록 vs 노리치Squawka Football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소유권 획득(8회)과 가로채기(2회)를 기록하면서 수비적으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42분경에 노리치 측면 수비수 브랜든 윌리엄스를 뒤에서 거칠게 잡아끌다가 엉켜넘어졌다. 이에 윌리엄스는 거친 파울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항의하려다가 본인에게 파울을 범한 선수가 에릭센인 걸 알아차리고선 껴안고 웃더니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보기 드문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렇듯 에릭센은 9개월 전, 심정지를 당하면서 생사를 오간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재한 체력과 킥력을 자랑하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토니와 에릭센의 호흡이 맞아떨어진다면 브렌트포드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치열한 잔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에릭센, 266일 만의 선발 출전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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