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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우승 후보' 네덜란드가 덴마크와의 EURO 2012 본선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네덜란드가 이번 EURO 2012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0-1로 패하며 덴마크에게 무려 45년 만의 패배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네덜란드가 덴마크 상대로 단 한 골도 넣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네덜란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로빈 판 페르시(30골)와 분데스리가 득점왕 클라스 얀 훈텔라르(29골)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팀이었다. 그들의 후방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에이스 아르옌 로벤과 남아공 월드컵 득점 공동 선두에 빛나는 플레이메이커 베슬리 스네이더, 그리고 재능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이브라힘 아펠라이가 받치고 있었다.

그 외 백업 자원으로는 토트넘의 에이스 라파엘 판 더 파르트를 비롯해 성실한 공격수 디르크 카윗, 이번 시즌 에레디비지에에서 25골을 넣은 젊은 공격수 루크 데 용, 그리고 신성 루치아노 나르싱 등이 대기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네덜란드의 공격진용은 화려함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네덜란드는 EURO 2012 예선에서도 10경기에서 무려 37골을 넣으며 경기당 3.7골로 최다 득점을 기록한 팀이었다. 훈텔라르는 EURO 2012 예선에서 무려 12골을 넣으며 예선 득점왕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비효율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실제 네덜란드는 이 경기에서 무려 28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중 유효 슈팅은 단 8개에 불과했다. 반면 덴마크는 8개의 슈팅을 모두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고, 그 중 하나의 골을 성공시켰다.

결국 다급해진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70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니헬 데 용 대신 판 더 파르트를, 아펠라이 대신 훈텔라르를 각각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심지어 경기 종료 5분 여를 남겨놓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 그레고리 판 더 비엘 대신 카윗을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으나 골을 넣는 데엔 실패했다.

그러면 네덜란드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첫째로 공격수들의 컨디션 난조를 꼽을 수 있다. 주전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판 페르시는 경기 내내 영점이 맞지 않는 모습을 노출했고, 로벤은 자주 탐욕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네이더가 여러 차례 득점 찬스들을 창출했으나 다른 선수들이 이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둘째로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이나 투입하는 전술적인 비효율성에 있었다. 이미 네덜란드 축구계의 원로이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요한 크루이프는 네덜란드 대표팀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이나 세우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크루이프가 이에 대해 "수비형 미드필더가 둘이나 배치되면 공격 전개가 느려질 수 밖에 없고, 창조적인 플레이메이커가 한 명 줄어들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공격진이 고립될 수 밖에 없다. 우리 팀 최고의 선수들은 최전방에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이나 배치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네덜란드가 수비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 크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며 네덜란드의 결승 진출을 견인했다. 강팀 상대로 수비에서 약점이 있는 네덜란드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투입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상대가 덴마크였다는 데에 있다. 덴마크라면 그래도 네덜란드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대이다. 굳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이나 배치할 필요는 없었다.

반면 덴마크는 이번 경기에서 허리를 두텁게 쌓은 네덜란드를 의식이라도 하듯 철저하게 중앙을 버린 채 측면 위주의 공격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신성'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이 경기에서 별로 할 일이 없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덴마크는 시몬 포울센과 라스 야콥센, 두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을 바탕으로 네덜란드의 측면을 괴롭혔고, 오른쪽 날개 데니스 롬메달의 노련한 플레이와 왼쪽 날개 미카엘 크론-델리의 저돌적인 플레이가 한데 어우러지며 효과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실제 선제골 역시 포울센의 측면 돌파 후 크로스를 크론-델리가 수비수 한 명 제치고 슈팅으로 연결해서 나온 것었다.

마지막 네덜란드 패인의 요인은 바로 수비의 부실함에서 나왔다. 안 그래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네덜란드는 주전 왼쪽 풀백 에릭 피터스와 중앙 수비수 요리스 마타이센을 모두 부상으로 잃었기에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포백 구성에 상당한 고심을 했었고, 그 결과 마지막으로 꺼내든 카드가 예트로 빌렘스와 론 블라르였다. 하지만 이번 EURO 본선 출전 선수들 중 가장 어린 18살의 빌렘스와 A매치 8경기에 불과한 블라르는 첫 메이저 토너먼트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수비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들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오른쪽 풀백 판 더 비엘에 있었다. 첼시 이적설에도 이름을 오르내리던 판 더 비엘은 포울센과의 일대일에서 자주 수비적인 실수들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쩌면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주가가 떨어진 선수들 중 하나가 바로 판 더 비엘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죽음의 조에 속한 네덜란드는 덴마크에게 0-1로 패하며 불안한 조별 리그 출발을 알렸다. 이제 네덜란드는 13일 '영원한 라이벌' 독일과, 17일 '유럽의 브라질' 포르투갈과 조별 리그 남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꼭 이겼어야 했던 덴마크와의 첫 경기에서 패한 네덜란드, 이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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