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김병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골"

[골닷컴] 김현민 기자 =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김병지 골키퍼가 지난 7일, K리그 최초 6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은 '고품격 축구 방송' 오프사이드를 통해 김병지 골키퍼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1992년 울산에서 프로 데뷔, 포항과 서울, 그리고 경남을 거치면서 K리그 통산 최초 600경기 출전. 현역 최고령 출전 기록은 현재 진행형. 20년 동안 한 시즌 무교체 선수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을 7차례나 수상했고, 2004년 4월 3일부터 2007년 10월 14일까지 153경기 연속 무교체 출전 기록.

경기당 1.04 실점을 기록 중이고, K리그 최초 골키퍼 득점자이자 골키퍼로서는 3골을 넣은 특이 이력의 소유자. K리그 최초 200경기 무실점, 최다 무실점 역시 김병지 선수의 기록. 말 그대로 기록의 사나이이자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칭할만 하다.


골키퍼 포지션과 관련한 K리그 기록이란 기록들은 거의 다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은?

숫자는 제일 작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바로 골키퍼로 3골을 넣은 기록을 꼽을 수 있다. 프로 최초로 필드골을 골키퍼가 넣은 기록이다보니 3이라는 숫자가 가장 의미 있다.


서울과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출전하면서 개인 통산 6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항상 목표를 이룰 때의 느낌보다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게 된다. 그런 설레임과 함께 도전 의식이 들어오다 보니 긴장감도 든다. 기쁜 마음과 설레임이 같이 교차한다


새로운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신의손 골키퍼가 기록했던 최고령 출전 기록이 있는데, 2년 정도 시간을 채우면 그 기록은 저절로 깨게 된다. 2년이 지나면 700이란 숫자가 다가온다. 그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두고 있다. (편집자 주: 신의손의 최고령 출전 기록은 44세 7개월 17일이고, 현재 김병지 선수는 42세 6개월이다)


축구를 시작하는 유망주들이나 후배들에게 자기 관리와 관련해 조언해줄 게 있다면?

선수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정신적인 부분이다. 의지나 목표 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자기 스스로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박수를 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팬들 역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서 K리그 선수들 중에서 프리킥을 가장 잘 찬다고 생각한 선수가 있다면?

김형범 선수. 공의 구질이 낙차가 크고 포인트가 정확하게 날라온다


K리그 최고령 선수, 꽁지머리, 골넣는 골키퍼, 거미손 골키퍼, 가끔 집나가는 수문장, 그리고 날미존(날아다니는 미친 존재감)에 이르기까지 별명이나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다. 이 중 어떤 별명이 가장 맘에 드나?

내 이미지랑 가장 잘 맞는 건 골 넣는 골키퍼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날미존이 맘에 든다.


골 넣는 골키퍼하면 호제리우 세니를 비롯해 파라과이의 칠라베르트 골키퍼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이 있는데,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선수가 있는지?

예전에 멕시코 캄포스 선수와 비교가 됐으면 좋겠다. 한창 골 넣는 골키퍼로 입지를 다졌을 당시에 보면 세계적인 트랜드가 바르테스, 캄포스, 칠라베르트, 그리고 이기타 같은 선수들이 유명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나도 그런 이미지로 갔다. 물론 좋았던 시절도 있고 아니었던 적도 있지만, 선수 생활을 걸어오면서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줬던 선수들. 요즘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지만 그 때의 향수에 대한 추억은 항상 가지고 있다.


1992년 K리그 데뷔 후 21년간 선수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998년 10월 24일 경기. 울산 현대 시절 포항 스틸러스와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는데 인저리 타임에 올라가서 헤딩골을 넣었는데 그 경기는 나 개인만이 아닌 K리그 역사에서도 최고의 명경기 베스트 5 안에 들어갔던 경기로 기억한다.


여전히 달리기가 빠른가? 그렇다면 공격수가 하고 싶지 않은지?

지금도 상위 3~40% 안에 들어간다. 공격 본능이 있기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공격수를 해보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4호골 기록에 도전하고 싶은가?

당연히 있다. 올해 기회가 있었는데 까이끼의 해트트릭이 걸려있어서 양보했다. 지난 8월 대구에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 페널티 킥을 얻으면 내가 차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도 지시를 내렸고, 나 역시 차려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동료 선수들이 까이끼가 이 골을 넣으면 해트트릭이 된다고 해서 다시 돌아갔던 경험이 있다.


지난 9월 22일, 전북과의 경기에서 예상치 못하게 선수 생활을 통틀어 통산 첫 퇴장을 당했다. 그 사건이 가장 기억하기 싫은 순간인가? (편집자 주: 전북 박원재의 드리블을 막는 과정에서 옐로 카드를 받으면서 페널티 킥을 허용했고, 실점 후 아쉬움의 표현으로 공을 골대로 찼으나 심판은 판정 불만으로 해석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명했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퇴장 그 자체도 아쉬웠고, 과정도 아쉬웠다. 시즌 전 대한 축구 협회나 K리그 연맹에서 주심들이 와서 K리그 규칙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 실점 후 다시 한 번 골대로 공을 찰 경우 경고를 준다는 규칙은 없다. 전세계적으로도 그런 예가 없었다.




마지막을 고향팀에 바친다는 의미에서 2009년 경남에 입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남 입단 당시 감회는?

조광래 감독님이 고향팀을 선택하게끔 많은 명분을 주셨다. 동향이라서 그런지 많은 팬들이 성원을 해주시고, 부모님도 가까이 계셔서 자주 찾아온다. 매년 시도민 팀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려서 자부심도 느낀다. 올해도 상위 스플릿에 남아있는 유일한 시도민 팀이고, FA컵 결승전에도 올랐다. 이 한 경기가 올 시즌 수고와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는 찬스다 보니 경남도민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으면 한다.


현 시점에서 경남의 목표는 정규 리그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보단 FA컵 우승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소리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시즌 시작 전 최진한 감독님의 2가지 목표가 바로 상위 스플릿 포함과 FA컵 우승이었다. 그 중 절반은 성공했다. 사실 감독님으로부터 FA컵 우승이 목표라는 소리를 들었을 당시만 해도 가능할까라는 의문점이 더 많았지만, 8강에서 수원 삼성을, 4강에서 울산 현대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객관적으로 보면 질 경기들이었지만 잘 치렀고,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들을 이기고 올라온 만큼 마지막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부어서 예상 외의 성과를 이뤄내고 싶다.


시도민 구단 중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에 입성한 데 이어 FA컵 결승전 진출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는데, 경남의 최대 강점을 딱 하나만 꼽자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분위기. 경기력이 좋아서 분위기가 좋다기 보단 분위기가 좋아서 경기력이 좋다. 도지사님이 대권에 출마하는 바람에 구단주가 공석이고, 이전 사장님의 몸이 갑작스럽게 편찮아 지셔서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물론 중간에 새로운 사장님이 오셨지만 아직까지도 정상적으로 구단 행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분위기만큼은 나만이 아닌 모든 선수들이 최고라고 느끼고 있다. 팀웍이라는 게 분위기에서 나오더라. 신뢰와 서로간의 믿음이 경기력으로 나오고 있다.


후배들과의 나이차가 상당히 많이 나는 편인데 어려워하지 않나?

당연히 어려워 할 것이다. 그래도 나부터 먼저 편하게 다가가려고 노력도 하고, 숙소 생활도 하면서 스타 크래프트 같은 게임도 함께 한다.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다.


김병지 선수에게 있어 1998년 월드컵은 어떤 경험이었나?

꿈의 무대였고 목표였다. 하지만 골키퍼는 실점의 멍에를 짊어져야 한다. 첫 승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갔는데 이루지 못해 아쉬웠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됐었다. 세계의 벽이 그 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높다는 걸 실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주전 경쟁에서 밀렸을 때 히딩크 감독이 따로 해준 얘기가 있었나?

미안하다고 하더라. 경기하는 날 아침에 불러서 이운재 골키퍼가 출전할 거니까 미안하다고 말해주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골키퍼 시각으로 보는 신선한 해설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았는데, 다시 축구 해설을 해보고 싶지는 않은가?

물론 해설 역시 축구와 관련된 일인 건 맞지만, 내 축구 인생을 그리는 데에 있어 조금 벗어나 있는 일이다.  현재 은퇴 후 내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지도자와 구단 행정, 그리고 축구 선수들의 권익이나 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일인데, 몸이 하나다 보니 이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아들 바보'로 소문날 정도로 아들들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데, 자식 자랑 좀 해달라.

아빠가 하는 축구를 다들 좋아하고 있고, 첫째는 사춘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공감대 형성이 되다 보니 대화도 많이 하고 아빠에 대한 이해도 많이 하고 있다. 나 역시 그 나이대의 축구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조언해줄 수 있다. 첫째 둘째 셋째 다 성격은 다르다.


아들들도 골키퍼로 키우고 싶은가?

마음은 다 골키퍼로 키우고 싶은데 골키퍼는 체격이 커야 한다. 첫째 둘째는 체격적인 면 때문에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셋째는 또래에 비해 신장이 커서 어릴 때부터 골키퍼로 키울 생각이다. 본인들도 키퍼를 하고 싶어한다.


# 이 인터뷰는 골닷컴 영문판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 더 많은 인터뷰 내용은 축구 전문 팟캐스트 방송 오프사이드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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