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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영표 "유소년 육성, 지금해도 10년" ②

[독점] 이영표 "유소년 육성, 지금해도 10년" ②

Getty Images

[골닷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만성 기자 =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이영표가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과 독점 인터뷰를 했다.

1편에서 계속...

- 그렇다면 유럽 얘기를 해보자. 독일의 도르트문트에서 뛰었던 경력이 있다. 도르트문트의 팬층은 상상을 초월한다. 매주 홈 경기가 월드컵 그 이상이다.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실 도르트문트는 팬층을 지금보다 더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조차 없다. 매경기 7만 이상이 들어온다. 평균 관중이 8만 이상이다. 매경기가 매진인 셈이다. 비결은 단순히 오랜 전통에 따라 만들어진 기본적으로 단단한 팬층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아니지만, 그 지역 안에서 엄청난 팬층이 확보돼있다. 그리고 그 팬들은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팬들이다. 절대 마음이 변치 않을 팬들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구단이 아무리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더라도 다시 살아날 힘이 있고, 어려운 시기를 딛고 분데스리가 2년 연속 우승팀이 될 수 있다. 워낙 팬층이 두터우니까 성적이 좋든 나쁘든 매경기 8만이 들어오면 벌써 관중 수입이 얼만가. 더욱이 이제 그런 팬들을 갖고 있으면 성적이 안 좋아도 스폰서 계약에 문제가 없다. 충성하는 팬들이 있으면 광고효과가 극대화된다.

- 대다수의 유럽 명문구단은 오랜 전통으로 다진 기본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 그런 기본 팬층을 다지기 위해 디뎌야 할 첫 번째 단계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확실히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성적에 따라 팬들이 지역 연고지와 관계없이 특정 팀을 좋아할 수는 있다. 따라서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국은 마케팅에 앞서 선수들이 경기할 때 매력적인 경기를 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팬들이 경기를 보며 "와와" 소리가 나올 경기를 해야 한다. 다만 이런 효과를 보려면 유망주 육성이 필수적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어린 선수가 좋은 선수가 되려면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한국의 약점은 명확하다. 한국엔 열심히 하는 지도자는 많은데, 좋은 지도자는 많지 않다. 좋지 않은 지도자는 좋은 선수를 키워낼 수 없다. 좋은 선수가 안 나오면 리그 전체가 매력적인 경기를 못하고, 매력적인 경기를 못하면 관중이 몰리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리그 자체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맨 밑으로 내려가 유망주 육성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좋은 수준의 지도자가 있어야 하고, 그런 지도자를 만들려면 좋은 지도자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정책이 아직 한국은 너무 부족하다. 지금 당장 해도 10년이 걸린다. 좋은 지도자가 나와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쳐도 이 선수들이 성장해서 좋은 선수가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게 최소 10년은 걸린다. 지금 해도 10년 걸리는데, 지금도 안 하고 있으면 10년 후에도 우리의 목표는 월드컵 진출이고 16강일 뿐이다.

계속해서 좋은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 나오려면 좋은 지도자가 있어야 하고, 그런 지도자가 있으려면 좋은 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돼서 매력적인 경기를 하기 시작하면 관중은 따라오게 돼 있다.



- 선수로서 성적을 내는 것 외에 팬들이 경기장을 찾게 하려면 맡아야 할 임무가 있다면.

선수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선수가 단순히 경기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확실하다. 스포츠라는 게 선수가 경기에 나가서 이기고, 성적을 내서 우승한다고 축구가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이상의 가치가 항상 있다.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팬들과 함께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함께 즐긴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혼자 축구 잘해서 우승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선수는 팬들에게 함께 한다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커지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고, 기뻐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시장이 커지면 선수의 연봉도 올라가지 않나. 단순히 경기해서 이기면 끝난다는 생각이 아니라 경기력 외에도 전반적인 시장이 더 커지면 선수한테도 이익이 생긴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유공 팬이었다. 왜냐하면 유공의 어린이 클럽을 갔었기 때문이다. 그 하나가 나를 유공 팬으로 만들었다. 선수들이 크리스마스 때 어린 팬한테 선물을 하나 나눠주고 병원에 가서 손 한 번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 잠재적인 팬들을 완전 우리 쪽으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선수 한 명이 병원가서 손 한 번 잡아주고, 모자 하나 선물해주는 게 그 아이를 평생 한 팀의 서포터로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어린아이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FC 서울이 가서 선물 한 번 주면, 그 아이들은 전부 FC 서울 팬이 된다.

- 결국 프로의식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선수가 이런 프로정신을 가지려면, 어느 시점에서 누구에게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보나.

어릴 때부터 끊임없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선수라는 건 많은 사람 앞에,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품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아야 한다. 이런 건 굉장히 중요한 교육이다. 사실 한국은 이런 것들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요즘 선수들은 다르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면 더 다를 것이다. 앞으로도 선수들은 계속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연맹은 물론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체계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 한국, 유럽, 중동, 그리고 미국 무대를 직접 경험했는데, 선수들의 프로정신이 가장 잘 정착된 곳이 있다면.

유럽 선수들이 가장 멘탈리티가 좋다. 다만 스포츠맨십과 사생활은 다른 문제다. 그러나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상대에 맞설 때 갖는 멘탈리티는 유럽이 한국보다 훨씬 좋다. 사실 많은 사람이 한국의 특기가 뭐냐고 물어보면 정신력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은 한국이 정신력은 좋은데 기술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님이 뭐라고 하셨나. 히딩크 감독님은 첫 훈련을 하고 나서 한국 선수들이 기술은 좋은데 정신력이 안 좋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국내 선수들의 멘탈이 유럽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유럽이 훨씬 낫다. 유럽은 선수들이 강한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약한 상대를 우습게 보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 경기장 안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럽 선수들은 다르다.

- 유럽 선수들의 프로정신이 투철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유럽은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지도자들한테 좋은 교육을 받는다.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하고 왜 이겨야 하는지,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의 가치, 그리고 이기고 지는 것의 차이를 제대로 배웠다. 연습이라도 이기고 지는 게 확실하다. 그런 가치를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배웠기 때문이다.



사진: 공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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