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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만성 기자 =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이영표가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과 독점 인터뷰를 했다.

올해로 이영표의 나이도 어느덧 35세. 이는 축구 선수로선 '불혹의 나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그는 올 초 이적한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밴쿠버 와이트캡스의 중심축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 시즌 최하위의 멍에를 뒤집어쓴 밴쿠버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에 올라있다.

캐나다 일간지 '더 프로빈스'의 축구 전문기자 마크 웨버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영표는 올 시즌 밴쿠버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는 "밴쿠버의 경기를 봐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영표를 시즌 내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세 명의 선수 중 하나로 꼽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레니 밴쿠버 감독 또한 이영표를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이영표는 지난달 26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포틀랜드 팀버스전까지 올 시즌 전 경기인 27경기에 교체 한 번 없이 풀타임 출전했다. 이는 주전 골키퍼 조 캐넌보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이다.

레니 감독은 포틀랜드전에서 체력이 고갈된 이영표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파악한 후 즉시 일주일간 특별 휴가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이영표는 지난 2일 LA 갤럭시전에 결장했다. 레니 감독은 갤럭시가 데이비드 베컴, 로비 킨 등을 보유한 강팀인 만큼 이날 경기가 '빅매치'로 꼽힌 데다 플레이오프 진출의 사활이 걸린 경기였음에도 배려 차원에서 이영표에게 시즌 도중 휴가를 줬다.

이영표의 선수 생활은 올 시즌을 끝으로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이영표가 MLS행을 택한 이유는 향후 축구 행정가를 꿈꾸는 그로서 '스포츠 선진국' 미국을 경험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가 올 시즌이 끝난 후 밴쿠버와 계약 연장을 맺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 축구 기자들 역시 이영표의 밴쿠버 잔류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영표와 또다시 마주 앉았다. 그가 한국, 유럽, 중동, 그리고 미국 무대를 거치며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은퇴를 앞둔 현시점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고 싶었다.

다음은 이영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몇 년간 MLS는 베컴뿐만이 아니라 티에리 앙리, 알레산드로 네스타 등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은 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 플레이어 영입이 MLS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스타 플레이어 영입은 MLS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어린이들은 스타 플레이어를 보고 싶어하고, 함께 이야기 싶어 한다. 이를 파악한 구단이 팬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주며 구단과 지역사회가 친근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러한 점은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베컴이나 앙리, 네스타 등이 오면서 MLS의 전반적인 리그 이미지가 좋아졌다. 그들이 오며 많은 사람들이 MLS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는 곧 MLS의 상품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 한국에서 뛰던 시절엔 안양에 있었다. 당시에 느낀 K리그와 지역 사회의 관계는 어땠나.

떠난 지가 오래돼서 지금 상황은 정확히 모르겠다. 이제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다만 지금은 많이 발전됐겠지만, 그때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었다. 구단과 팬의 사이를 넘어서 구단과 지역 사회의 유대감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특별히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 같은 것도 없었다. 요즘 듣기엔 그런 부분이 많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그나마 그것도 FC 서울 정도의 마인드를 가진 구단이나 가능하지 다른 팀들은 여전히 마케팅의 필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FC 서울은 이런 점을 깊이 있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실제로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 FC 서울은 K리그에 제시될 수 있는 좋은 모델 중 하나다.

- 사우디에서도 뛰었다. 기록을 살펴보니 사우디 리그는 2010-11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4천명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이영표 선수의 친정팀인 알 힐랄이 유일하게 만 명 정도의 평균 관중수를 유지했다.

만 명보단 더 될 것이다. 기록이 정말 그렇게 나왔나? 다른 구단은 이해가 가는 게 그들의 홈 구장을 보면 최다수용인원이 5천명 정도밖에 안 된다. 더욱이 사우디의 전 국민 중 절반이 알 힐랄 팬이다. 따라서 알 힐랄은 어딜 가도 홈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어디서 경기를 해도 우리 팬들이 항상 훨씬 더 많았다. 그리고 홈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할 땐 관중수가 6만도 넘는다.

- 사우디 내에서 알 힐랄과 알 이티하드는 인기가 상당하다. 마치 스코틀랜드에선 어딜 가도 셀틱과 레인저스 팬이 많은 것과 비슷한 셈이다. 연고지를 두고 있는 팀이 전국적으로 그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는 비결이 뭔가.

아주 긴 시간 동안 쌓인 전통이다. 40년, 80년, 100년 동안 우승을 오십몇 차례를 했다. 매년 세 개씩 우승을 한다. 거기다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이 팀을 거쳐 갔다.

- 주제를 MLS로 돌려보자. 구단이 팬층 확보를 위해 지역사회에 접근하는 부분에 아시아 축구가 MLS에 배울 점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짜여있는 프로그램보단 MLS 구단의 마인드 자체에서 배울 점이 많다.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포츠에 대한 다른 각도를 주의 깊게 공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에선 스포츠는 공정해야 하고 스포츠는 스포츠다워야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영국은 그런 부분을 중시한다. 그래서 영국은 특정 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미국 출신 구단주가 와서 구단을 사면 팬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그 정도로 전통성을 중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국도 완전히 그런 걸 배제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시장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국은 나름대로 전통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전통을 지키는 건 분명히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영국은 이런 성향이 너무 강해 시대적인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약점도 안고 있다.

MLS는 유럽과 시각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라커룸에 기자들이 들어온다는 건 영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여기 사람들은 스포츠가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스포츠가 스포츠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스포츠가 지역 사회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스포츠에 마케팅이라는 요소가 녹아들어 있다. 경기 중에 중계진이 감독 인터뷰를 한다. 영국이나 한국에선 선수가 경기하는 도중 감독이 인터뷰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팬들은 분명 경기 중에 팀이 이기거나 지고 있을 때 감독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 엄청 궁금해한다.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게 미국의 스포츠 문화다. 이런 건 누가 옳거나 나쁜 게 아니다. 미국의 스포츠 마인드가 더 열려 있을 뿐이다. 이런 시도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한 것이다. 이를 통해 팬들이 스포츠에 가까이 갈 수 있다. 한국으로선 이런 개방적인 마인드를 배우고 우리 문화에 맞게 받아들이면 좋을 거 같다.



- 밴쿠버는 2년 전에 창단한 프로팀이다. 아이스하키가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야구와 공생해야 하는 K리그의 실정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밴쿠버가 MLS에 들어온 지는 2년밖에 안 됐지만, 창단을 한 시기는 1974년이다. 우리 팀은 북중미에서 가장 오래된 팀 중 하나, 캐나다에선 가장 오래된 팀 중 하나다. 역사를 보면 우승 경험도 많다. 그전엔 팬들도 많이 있었으나 그동안 캐나다 축구가 침체하며 팬들을 많이 잃은 경향도 있다. 그러나 다시 요즘에 축구팀이 MLS에 들어가며 평균 관중은 2만명이 육박할 정도다. 오히려 밴쿠버 구단은 아이스하키 구단이 잠식하고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 지를 알고 있다. 아이스하키가 가진 팬들을 빼앗아 오는 건 아니지만, 하키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축구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고 있다. 하키 경기장은 1만 8천명인데, 우리는 2만이다. 어차피 아이스하키는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사실 경기장 2층은 막아 놓는다. 아마 2층까지 포함하면 4만 5천이나 5만까지는 될 것이다. 다만 2층을 막아놓으면 2만인데 그 자리가 꽉 찬다. 그러면 일단 관중수만 놓고 보면 축구가 아이스하키를 넘어선 것이다.

- 구단이 지역 팬들에게 다가가는 데 있어 직접 느낀 한국과 MLS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은 팬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부분에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겠다. K리그 구단이나 연맹에 오래 있었던 분들이 한국 시장은 시장의 규모가 워낙 작아서 마케팅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일각에선 단순히 한국의 스포츠 마케팅을 수준이 떨어져 못할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나도 많은 고민을 해봤다. 과연 한국 스포츠 시장이 마케팅을 못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 하는 것인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시장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마케팅을 못하기 때문에 시장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런 고민 때문에 나도 유럽에서 만난 많은 사람한테 물어봤다. 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전제는 한국이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지, 세상 어디에도 안 되는 시장은 없다고 말한다. 마케팅이라는 개념 자체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한다. 물론 한국도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있을 때까지는 한국 시장은 워낙 작고 다른 즐길거리가 많아서 마케팅 자체가 안 된다는 말이 팽배했다. 그런 의식이 계속해서 변하지 않으면 시장을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 주제를 사우디로 돌려보자. 사우디는 자국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은 정반대인데.

내가 사우디에 있을 때 야세르 알 카타니라는 선수가 있었다. 이미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알 카타니는 정말 유명하고 알 힐랄 구단의 아이콘 같은 존재다. 알 카타니가 나와 있을 때 스페인의 어느 한 팀에서 오퍼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결국 못 갔다. 구단주가 그를 잡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잡았느냐고? 유럽에서 제안받은 연봉의 세 배를 제시했다. 선수로선 못 가는 것이다. 결국 그는 남았다.

- 사우디 내에선 자국 최고의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하지 않는 데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 스타가 잔류함으로써 팬들이 경기장을 더 찾게 되나. 아니면 팬들이 선수를 더 큰 무대로 가지 못하게 하는 구단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되나.

사우디 축구는 특화된 시장이다. 사우디는 다른 스포츠는 없고 오로지 축구가 전부다. 또 다른 특성이 하나 더 있다. 구단마다 왕자가 구단주로 있다. 그 왕자들 간의 자존심 싸움이 심하다. 따라서 구단 차원에서 승리하고 성적을 내는 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많은 선수가 외국에 나가서 뛰는 게 좋긴 하겠지만, 사우디 내부에선 매년 라이벌팀, 그리고 왕자들 간의 자존심 대결에서 이기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지출과 수입에 크게 신경 안 쓴다. 어차피 구단주는 금전적인 부분에서 아쉬울 게 없다. 사우디 축구는 그런 특수한 상황 속에 있다. 구단주가 수입에 크게 개의치 않고 성적을 중시한다.

- 이 외에도 사우디는 문화적으로 음주문화나 여성팬 경기장 출입 문제와 같은 제한이 존재한다.

사우디는 여성 팬들이 경기장을 갈 수는 없지만, 내가 밖에 나가면 모든 여자가 날 알아봤다. TV로 다 경기를 보는 것이다. 경기장엔 못 가도 TV를 통해 전 경기를 다 본다. 중동 전역에 전 경기가 생중계된다. 사우디뿐만이 아니라 카타르, UAE 등등 중동 전역에 전부 중계된다. 내가 밖에 나가면 여자 팬들이 다 나를 알아보고 사진 찍자고 하더라. 나도 깜짝 놀랐다. 중동 TV 채널도 보면 자국 리 물론 일본 축구까지 중계하는 채널이 스물다섯 개 정도 된다. 어떻게 보면 이미 그 친구들이 우리보다 축구문화가 더 정착됐다.

2편에서 계속...

사진: 공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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