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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레스 베일이 종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기록했던 역대 최고 이적료를 깨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베일이 마드리드에 입성한다. 정말 이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적도 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베일의 이적료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역대 최고 이적료인 1억 유로를 호가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종전 최고액은 2009년 이적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기록했던 9400만 유로였다.

베일과 호날두의 이적은 여러모로 닮은 부분이 있다. 둘 모두 이적 당시 나이가 만 24세로 동일하고,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최고 선수 자격으로 레알에 입성한다. 이에 더해 베일 자체가 호날두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속칭 '호날두 바라기'로, 드리블과 슈팅 자세, 프리킥 전 준비 동작에서부터 심지어 패션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호날두를 이미테이션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다만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호날두의 주발이 오른발인데 반해 베일의 주발은 왼발이라는 점이다. 즉, 두 선수가 좌우 측면에 반대발로 배치되는 가운데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면서 많은 중거리 슈팅을 양산해낼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보다 더 효율적인 공격도 없다. 그만큼 이들의 파괴력은 알고도 막지 못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이선 공격수들이 좌편향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레알에 다른 옵션을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앙헬 디 마리아도 벤피카 시절 왼쪽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던 선수였으나 호날두로 인해 오른쪽 측면에서 뛰어야 했다. 유스 출신 측면 미드필더 헤세조차 왼쪽이 주포지션이다.

심지어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되는 메수트 외질마저 측면에 배치될 경우 왼쪽이 더 익숙한 선수이다. 실제 외질은 샬케와 베르더 브레멘 시절, 주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다(시작 자체가 측면이었다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케이스). 하지만 레알 베티스와의 개막전에서 외질은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어 뛰었고, 부진한 모습을 보인 채 69분경 디 마리아로 교체됐다. 즉, 베일의 가세는 레알의 계획대로 잘 풀릴 경우 호날두 의존증이 심했던 레알 공격의 좌우 밸런스를 맞춰주는 해결책이 되어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가 베일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지나칠 정도로 토트넘에게 끌려다녔다는 데에 있다. 이로 인해 레알은 유무형적으로 많은 손해를 봐야 했다.

먼저 베일이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할 만한 선수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호날두는 레알 이적 당시 EPL 최고 선수를 넘어 이미 FIFA 발롱 도르를 수상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였다. 여전히 호날두는 많은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함께 '신계의 두 선수'라는 평가를 들으며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반면 베일은 EPL 내에서조차도 루이스 수아레스와 로빈 판 페르시라는 경쟁자가 있었다.

이에 더해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베일의 영입은 데이빗 베컴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만한 파괴력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네이마르에도 미치지 못할 위험성 있다. 실제 2012년 광고 수입에서 (지금은 은퇴한) 데이빗 베컴이 3300만 유로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메시와 호날두, 그리고 네이마르가 그 뒤를 이었다. 베일은 전체 2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수이다.

베일만한 이적료와 몸값을 자랑하려면 마케팅적인 측면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전설적인 감독 아리고 사키는 베일 이적과 관련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건 미친 금액이다. 내 생각에 마드리드는 단순한 스포츠적인 이유만이 아닌 상업적인 이유로도 베일과 계약을 맺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레알 이적과 함께 그의 마케팅 파워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긴 하겠지만, 그의 조국 자체가 웨일즈인 데다가 월드컵에도 나서지 못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베컴처럼 외모적으로 큰 메리트를 안고 있는 것도 아니다. 베컴은 미국 무대에서 뛰면서도 상품 가치 1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었다. 축구 마케팅사에 있어 베컴은 다른 선수들과 격을 달리 하는 인물이다.

네이마르 역시 남미에서 뛰면서도 개인 스폰서만 11개를 두고 있었고, 초상권과 광고 모델료 등을 통해 연수입 약 313억을 벌어들이는 브랜드 파워를 자랑했다. 심지어 네이마르는 머리 스타일까지 스폰서에서 관리하고 있을 정도.

트위터 팔로워에서도 베일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트위터 팔로워에선 호날두가 2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자랑하며 축구 선수 중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고, 카카(1650만명)와 네이마르(820만명), 그리고 호나우디뉴(720만명)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심지어 디에고 포를란(380만명)과 루이스 파비아누(160만명), 알렉스(코리티바 소속, 150만명) 같은 비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뿐 아니라 지금은 은퇴한 호나우두가 베일보다 더 많은 팔로워를 기록 중이다.

같은 EPL 선수들을 비교하더라도 웨인 루니(700만명)와 리오 퍼디난드(460만명), 후안 마타(240만명), 그리고 루이스 수아레스(210만명)가 베일보다 더 많은 팔로워를 자랑하고 있다. 그나마 베일의 팔로워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6월 이후 비약적으로 늘어나며 13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120만명의 톰 클레버리(맨유)를 살짝 앞서는 수준. 2013년 5월 기준으로 따질 경우 베일은 축구 선수 중 팔로워 순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도표 참조).



트위터 팔로워는 해당 선수의 인기 척도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베일의 인기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베컴과 메시, 그리고 토레스 같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들이 트위터 팔로워 순위에 없는 이유는 이들이 트위터를 안 하기 때문).

게다가 베일은 레알 마드리드 이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과정에서 토트넘 팀 훈련에 무단 결근했다. 이로 인해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위험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레알 선수들과 발도 맞춰보지 못했다. 시즌 초반 팀 적응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이는 지난 시즌 베일과 마찬가지로 난항 끝에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했던 前 토트넘 플레이메이커 루카 모드리치가 고스란히 겪었던 시행착오와 동일하다. 이로 인해 모드리치는 전반기 프리메라 리가에서 가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선수 중 하나로 혹평받은 바 있다.

이에 더해 자잘한 것까지 포함하면 레알은 이번 베일 영입 협상에서 잃은 게 너무 많았다.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3라운드 경기가 열리기 이전에 레알은 베일 영입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선 베르나베우 구장에 프레젠테이션 관련한 구조물들을 설치했으나 토트넘이 시간을 끄는 바람에 결국 철거해야 했다.

스페인 스포츠 일간지 '마르카'에 따르면 프리 시즌을 중요시 여기는 안첼로티 감독이 베일을 위한 '미니 프리시즌'도 준비해 놓았다고 보도했으나 이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

물론 레알의 입장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라이벌 바르셀로나가 네이마르를 영입했기에 레알도 그에 상응하는 선수 영입이 필요했다. 레알은 품격을 중시 여기는 구단이기에 '악동' 루이스 수아레스는 여러모로 팀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다. 베일 외에 딱히 네이마르에 대적할 만한 이름값을 가진 선수가 이적 시장에 없었던 것도 분명하다. 게다가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베일이 팀에 잘 녹아든다면 레알은 호날두 득점 의존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로 인해 토트넘의 장단에 너무 놀아나는 모습을 보였다는 데에 있다. 반면 토트넘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에릭 라멜라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동시에 영입해 베일의 이적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레알에서 외질 혹은 디 마리아를 영입하고 싶어하는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도 압박하는 데 성공했다. 말 그대로 레알의 베일 영입은 상처 뿐인 영광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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