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전사 잇따른 결장, 감독과의 궁합 탓?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는 박지성만 웃었다. 퍼거슨 감독의 재신임을 얻은 박지성은 맨시티와의 맨체스터 더비 경기에 선발로 출장해 61분간 활약했다. 반면 설기현, 이청용, 조원희는 경기 출장 기회조차 얻지 못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2009. 9. 21. 오전 9: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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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시즌 초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은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좀처럼 출장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최고참 박지성 역시 맨유의 시즌 초반 7경기에서 선발 출전과 교체 출장, 결장을 반복하며 주기적인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지성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다른 태극 전사들이다. 설기현, 이청용, 조원희는 좀처럼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설기현과 조원희의 경우 프리 시즌, 대표팀 경기를 통해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선수 기용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소속팀 감독들은 두 선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감독이 원하는 경기 스타일이 두 선수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축구에서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감독과 선수의 궁합 역시 중요하다.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를 호령하던 안드레이 셰브첸코는 첼시에서 주제 무리뉴 감독을 만나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고, AS 모나코에서 주전에도 속하지 못하던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는 아르센 벵거 감독(아스날)을 만나 프리미어리그 최고 스타가 된 후 이번 여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이처럼 감독과 선수의 궁합이 선수의 운명을 정하는 일은 축구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도 감독과의 궁합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현재 감독과 가장 좋은 궁합을 유지하고 있는 태극 전사는 박지성, 궁합이 가장 나쁜 선수는 설기현이다. 조원희 역시 새로운 사령탑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와 궁합이 좋지는 않다. 이청용은 감독과의 궁합은 좋지만 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찰떡 궁합 박지성, 두 차례나 재계약
궁합 풀이 중 어변성룡(魚變成龍)이라는 말이 있다. 어릴 적에는 신통치 못하던 사람이 자라서 훌륭하게 된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 외소한 신체 조건 탓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박지성은 허정무(올림픽 대표팀) → 거스 히딩크(월드컵 대표팀 / PSV 아인트호벤) → 알렉스 퍼거슨(맨유) 감독을 만나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허정무, 히딩크 감독이 더 넓은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었다면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대등한 위치에 올리는 역할을 했다. 최근 선발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박지성에 대한 퍼거슨 감독의 신임은 여전하다.
박지성은 지난 18일 맨유와 2년 재계약을 맺었다. 주급 7만 파운드(약 1억 4천만원)의 조건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은 7명의 태극 전사 중 소속팀과 재계약을 이끌어 낸 선수는 박지성이 유일한데, 이는 감독의 신임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 최고 클럽 중 하나인 맨유가 박지성에게 두 번이나 계약 연장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감독과 구단 모두가 박지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설기현, 풀럼과의 잘못된 만남
2004년 울버햄튼에 입단한 설기현은 울버햄튼, 레딩을 거치며 성공적으로 잉글랜드 무대에 안착했다. 매 시즌 출장 경기수도 30경기를 넘었다. 설기현은 붙박이 주전을 넘어 팀에서도 에이스였다.
그러나 2007년 풀럼에 입단한 후 3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설기현의 출장 경기수는 24경기에 불과하다. 이중 선발로 출장한 경기 숫자는 단 9번이다.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 2007년 여름 이적 시장 마지막 날 설기현을 영입한 로리 산체스 감독은 처음부터 설기현에게 믿음을 주지 않았다.
당시 사이먼 데이비스와 하무에르 부아자가 풀럼의 측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었고, 클린트 뎀프시가 교체 카드로 투입됐다. 뎀프시의 대안도 설기현이 아니었다. 측면 수비수 모리츠 볼츠가 오히려 측면 공격수가 본업인 설기현보다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얻었다.
산체스 감독이 경질된 후 로이 호지슨 감독이 풀럼 사령탑에 오른 후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호지슨 감독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에버튼과의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오늘 선수 명단에 포함된 18명의 선수가 모두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현재 부상 선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설기현을 비롯한 몇몇 선수와 같이 컨디션이 좋은 선수도 경기에 출장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호지슨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풀럼의 18명에도 설기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후 설기현은 1.5군이 출전한 CSKA 소피아와의 유로파컵, 울버햄튼과의 경기에 출장 명단에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설기현은 감독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풀럼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원희, 감독 바뀌고 철퇴…
조원희는 이번 여름 소속팀 감독이 바뀐 후 위기를 맞았다. 새로 부임한 마르티네스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에 조원희가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원희를 영입한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전형적인 영국 스타일을 선호했다면, 위건의 현 사령탑인 마르티네스 패스 위주의 아기자기한 축구를 추구한다.
그는 이번 여름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로 허리 진영을 완전히 재구성했다. 4-1-4-1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위건의 미드필더 5명 중 헨드리 토마스, 샤를 은조그비아, 조르디 고메스, 모하메드 디아메까지 4명이 마르티네스 감독이 직접 영입한 선수들이다. 브루스 감독 체제에서 후보 선수였던 제이슨 쿠마스는 마르티네스 감독 부임 후 재신임을 얻었다.
이청용, 감독은 신임하지만 팀은 위기
‘7호 프리미어리거' 이청용은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지만 팀 상황이 좋지 않다. 볼튼은 5경기를 치른 현재 1승 1무 3패 승점 4점으로 17위를 기록 중이다. 아슬아슬하게 강등권을 피했다.
갓 잉글랜드 무대에 데뷔한 이청용은 서서히 출장 시간을 늘려가며 팀 스타일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매 경기 팀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볼튼 감독이 이청용이라는 교체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래도 위기에서는 미리 검증된 선수를 기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볼튼 서포터들이 감독 퇴진 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볼튼의 게리 멕슨 감독은 최근 기자 회견에서 "약 3주전 리버풀전에서 팬들이 'Megson Out(멕슨은 물러나라)'이라고 쓰여진 걸개를 들고 있는 것을 봤다"고 고백한 바 있다. 좁아진 맥슨 감독의 입지처럼 이청용에게도 기량을 검증 받을 시간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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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 조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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