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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헤라르드 피케 "오늘 제대로 된 카테나치오(이탈리아식 빗장 수비) 수업을 받았다". 이탈리아 명문 AC 밀란이 현재 세계 축구계의 정점에 올라서 있는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두며 전통 명가로서의 위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밀란이 조직적이면서도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후반에 터져나온 케빈 프린스 보아텡의 선제골과 셜리 문타리의 추가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2골의 주인공 보아텡과 문타리가 과거 포츠머스에서 뛰었던 선수들로 가나 대표팀 소속이라는 데에 있다. 이제 밀란은 캄프 누 원정에서 1골차로 지거나 혹은 1골만 넣는다면 2골차로 지더라도 8강에 올라가게 된다. 이래저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밀란이다.

사실 이 경기 휘슬이 울리기 이전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팬들은 바르사가 최소 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먼저 밀란은 이번 시즌 에이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수비의 핵 티아구 실바가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했고, 오랜 기간 밀란 축구의 근간을 이루었던 노장 선수들을 내보내면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전반기를 8승 3무 7패 세리에A 7위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게다가 밀란은 그동안 바르사 상대로 홈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산 시로 홈에서 밀란은 바르사 상대로 1승 2무 3패를 기록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번의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밀란이었다(3무 4패).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밀란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전력 누수가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후반기 들어 밀란은 7경기 연속 무패 행진(5승 2무)을 달리며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렸으나 상승세의 주역인 마리오 발로텔리가 이미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소화한 탓에 컵 타이 규정에 묶여 출전이 불가했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이탈리아 무대에 돌아온 발로텔리는 3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밀란 공격의 핵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에이스 스테판 엘 샤라위와 지암파올로 파치니는 이제 갓 부상에서 돌아왔기에 정상 컨디션을 보일 수 있을 지 여부가 불투명했다.

이에 더해 마띠유 플라미니와 안토니오 노체리노는 팀 훈련 과정에서 넓적 다리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정상적인 중앙 미드필드 라인 구성조차 쉽지 않은 밀란이었다.

당연히 유럽 주요 베팅 업체들의 배당율 역시 바르사 승리 쪽으로 기울었다. 실제 바르사의 8강 진출 배당은 1.09로 16강 참가 팀들 중 가장 낮았던 데 반해 밀란의 8강 진출 배당은 무려 6.00에 달했다. 이는 셀틱마도 못한 배당이었다. 게다가 1차전 승무패 배당 역시 원정팀 바르사 승 배당이 1.48에 불과했다. 반면 밀란 홈임에도 불구하고 무 배당이 4.25였고, 밀란 승 배당은 무려 6.25에 육박했다.

이렇듯 세간의 평가는 바르사의 완승을 예상했으나 밀란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지도 하에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2-0 완승을 거두었다.

바르사 상대로 밀란은 홈임에도 불구하고 라인을 내린 채 최대한 간격을 좁히면서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섰다. 이를 통해 바르사의 페널티 박스 침투를 최소화하는 한편 밀란 수비의 핵 필립 멕세의 약점인 스피드 문제를 상쇄시켜 나갔다.

밀란은 이번 시즌 세리에A 25경기에서 31실점을 허용할 정도로 수비 면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리에A 20개 팀들 중 최소 실점 8위에 오를 정도로 저조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밀란 선수들은 바르사 상대로 집중력 있는 수비를 선보이며 제대로 된 슈팅 기회조차 내주지 않았다. 실제 점유율은 73대27로 바르사가 압도했으나 정작 바르사의 슈팅 숫자는 단 7차례 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크리스티안 아비아티 골키퍼가 선방한 유효 슈팅은 경기 막판 카를레스 푸욜의 헤딩슛 하나가 전부였다. 심지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슈팅을 기록한 것도 두 차례에 불과했다. 애초에 페널티 박스 침투조차 허용하지 않은 밀란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바르사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제대로 된 카테나치오(이탈리아식 빗장 수비) 수업을 받은 느낌이다"며 밀란 수비에 감탄을 표했다.

반면 밀란은 효율적인 역습을 통해 바르사를 괴롭혀 나갔다. 실제 밀란은 단 27%의 점유율 속에서 적은 공격 기회에도 불구하고 바르사보다 더 많은 8개의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유기적인 역습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미 지난 시즌에도 바르사 상대로 멋진 골을 성공시킨 바 있는 보아텡은 이번 경기에서도 왼발 발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고,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밀란 역습을 주도한 에이스 엘 샤라위는 81분경 영리한 패스로 문타리의 추가 골을 어시스트하며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밀란은 바르사 상대로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32강 조별 리그와 8강전에서 격돌하며 무려 4차례나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이로 인해 알레그리 감독은 물론 선수들 역시 타 리그 구단들에 비해 바르사 스타일에 익숙한 편에 속했다. 그러다 보니 바르사를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 역시 밀란이 바르사 상대로 그 어느 팀보다도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경기가 끝난 후 바르사 수석 코치 조르디 로우라는 기자 회견에서 "결과도 결과이지만, 경기력 자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0-2 패배는 만회하기 어려운 점수이다. 밀란의 조직력은 정말 대단했다. 우리는 많은 득점 기회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반면 바르사는 최근 밀란 상대로 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오다 보니 선수들이 다소 자만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게다가 움직임도 평소에 비해 무거워보였다. 특히 바르사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 메시는 풀타임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7339m에 불과한 활동량과 함께 선발 선수들 중 가장 떨어지는 기록을 올렸다.

아마도 문타리의 인터뷰가 이번 경기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볼 수 있겠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하나의 팀으로 움직였다. 알레그리는 우리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조정해 주었다. 바르사를 상대로 잘 준비되어 있었고, 그들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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