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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신형 전차군단' 독일이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독일은 후반 깜짝 제로톱 전술을 활용해 재미를 보며 앞으로를 기대케 했다.

독일 대표팀이 26년 만에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독일이 프랑스 상대로 승리를 거둔 건 1987년 베를린에서 열린 평가전이 마지막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독일은 프랑스 상대로 지금과 똑같은 2-1 승리를 거두었다. 이후 프랑스 상대로 1무 4패의 부진을 보이던 독일이었다.

게다가 독일이 프랑스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건 1935년이 마지막이었다. 즉, 이는 78년만의 프랑스 원정 승리였다. 이후 프랑스 원정에서 3무 6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이어오던 독일이었다.

양팀은 정확하게 1년 전에도 평가전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독일은 브레멘 홈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올리비에 지루와 플로랑 말루다에게 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 터져나온 카카우의 골 덕에 간신히 영패를 면할 수 있었던 독일이었다.

이렇듯 프랑스만 만나면 약한 모습을 보이던 독일이 이번 평가전에서, 그것도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2-1 역전승을 거두었다. 비록 평가전이라고는 하지만, 독일 입장에선 상당히 의미가 깊은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더 고무적인 부분은 바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들어 제로톱 전술을 본격적으로 실험 가동했고, 이러한 전술 변화가 2-1 역전승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데에 있다. 말 그대로 독일은 이번 평가전을 통해 프랑스 징크스 탈출 및 전술 실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한 셈이다.

사실 전반 종료 직전 프랑스 공격형 미드필더 마띠유 발뷔에나의 선제골이 터져나올 때만 하더라도 또 다시 독일은 프랑스 징크스에 발목을 잡히는 듯 싶었다. 카림 벤제마의 프리킥이 골대를 강타한 걸 무사 시소코가 헤딩으로 연결했고, 이를 발뷔에나가 밀어넣은 것.

하지만 후반 6분 만에 토마스 뮐러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독일은 57분경 원톱 공격수 마리오 고메스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를 투입하며 메수트 외질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제로톱 전술로의 변화를 모색했다.

이 전술 변화는 주효했다. 외질은 자유자재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프랑스 수비진을 유린해 나갔고, 크로스의 가세로 중원 싸움에서도 독일이 주도해나갔다. 외질이 미드필드 라인으로 내려오면 뮐러와 안드레 쉬얼레가 전방으로 올라가면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전반 내내 수비에 더 주력했던 사미 케디라도 제로톱 전술로의 변화 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세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의 역전골이 터져나왔다. 허리 라인으로 내려오면서 프랑스 수비진을 유인한 외질이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뒷공간으로 찔러주었고, 이를 오버래핑해 들어가던 케디라가 가볍게 골로 연결시킨 것. 결국 독일은 케디라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완승이었다. 점유율에서 6대4의 우위를 보인 독일이다. 'ARD'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독일의 전설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메멧 숄은 평소 대표팀에 대해 독설을 아끼지 않았으나 이번만큼은 "리베리와 벤제마가 공을 잡을 때만 제외하면 독일이 경기를 주도했다"고 호평했다.

제로톱 전술의 키를 잡은 외질은 이 경기에서 케디라의 골을 어시스트했을 뿐 아니라 경기 내내 활발한 모습을 보이며 각종 독일 언론들에서 선정한 이 경기 최우수 선수에 뽑혔다.

물론 이번이 처음으로 제로톱 전술을 활용한 경기는 아니었다. 이미 독일은 바로 지난 A매치 기간에 가진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도 마리오 괴체 제로톱 전술을 구사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엔 고메스와 클로제가 모두 부상으로 결장했기에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감이 없잖아 있었다. 게다가 외질 역시 컨디션 문제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하기에 에이스 외질이 포함된 제대로 된 제로톱은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다.

외질 제로톱 전술은 향후 독일 대표팀의 선수단 운용에 있어 상당한 이점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독일 대표팀의 전문 공격수는 만 34세의 노장 공격수 미로슬라브 클로제와 마리오 고메스 밖에 없다. 그마저도 현재 클로제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이고, 고메스는 장기 부상에서 복귀한 후 아직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고메스는 이번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도 가장 부진한 선수로 꼽히고 있을 정도로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였다.

그나마 바이엘 레버쿠젠 간판 공격수 슈테판 키슬링이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키슬링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독일 청소년 대표팀에도 최전방 공격수 자원은 그리 눈에 띄질 않고 있다.

반면 현재 독일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이 넘쳐나고 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이 포지션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질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기에 크로스는 그동안 중앙 미드필더로 주로 뛰어야 했고, 마리오 괴체도 독일 대표팀에선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21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의 에이스 루이스 홀트비 역시 대표팀 승선은 언감생심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외질 제로톱 전술이 자리잡는다면 독일 대표팀은 앞으로 외질과 크로스의 공존 혹은 외질과 괴체의 공존이 가능해진다. 홀트비와 율리안 드락슬러, 혹은 막스 마이어와 같은 어린 공격형 미드필더 재능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하기에 많은 독일 축구계 인사들은 전차군단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제로톱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前 독일 축구 협회장 프란츠 베켄바워는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데 굳이 최전방에 공격수를 배치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이 EURO 2008 본선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연달아 스페인에게 패해 우승에 실패한 것도 독일의 제로톱 전술을 부추기고 있다. 스페인에 의해 연달아 고배를 마신 후 뢰브 감독은 독일 대표팀에 스페인 스타일의 축구를 이식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끈 펩 과르디올라가 다음 시즌부터 바이에른 뮌헨 감독직을 수행한다면 전차군단의 스페인화는 한층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지금 당장 제로톱을 주 전술로 활용할 필요는 없다. 아직 클로제가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고메스 역시 예전의 기량을 회복한다면 유럽에서 손꼽히는 공격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키슬링에게도 다시금 대표팀에서 뛸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뮐러와 쉬얼레, 로이스, 그리고 루카스 포돌스키가 득점력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제로톱 전술의 키를 잡고 있는 외질이 상대에게 봉쇄당한다면 플레이 자체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위험 요소도 있다. 실제 본격적으로 제로톱을 처음으로 가동한 지난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독일은 공격 면에서 답답한 모습을 노출하며 0-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옵션으로 요긴하게 사용해볼만한 전술인 건 분명하다. 게다가 클로제가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고, 고메스(만 27세)와 키슬링(만 29세)도 조만간 삼십 대에 접어들 예정이기에 독일의 장기적인 미래를 감안한다면 제로톱으로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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