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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2012/13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는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한 상위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바야흐로 춘추 전국 시대의 개막이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은 그 원인을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2000년대 들어 10년간 EPL 무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스널, 첼시, 그리고 리버풀, 속칭 빅4가 리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 후 2010년 들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리버풀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신 빅4 체제가 구축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맨유와 맨시티를 제외한 팀들이 무너지면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3위 첼시부터 5위 웨스트 브롬까지의 승점은 동률이고, 3위 첼시와 10위 아스널의 승점도 5점차에 불과하다.

지난 주말, EPL 15라운드 경기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맨유를 제외한 대다수의 상위권 팀들이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맨시티는 에버턴과의 홈 경기에서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고, 아스널은 스완지 시티에게 0-2로 완패를 당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첼시는 웨스트 햄 원정에서 1-3 역전패를 당하면서 10년 만의 첫 패배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중상위권 팀들의 전력이 상승했다기 보단 전적으로 상위권 팀들이 제각각의 이유들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현재 3위 첼시는 지나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입김이 또 다시 팀을 흔들고 있는 형세로 이어지고 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팀이 잠시 주춤하자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을 경질한 채 라파엘 베니테스를 신임 감독으로 세우는 강수를 던졌다. 이는 아브라모비치 자신이 직접 영입했으나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를 부활시키기 위한 감독 선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팬들이 원하는 경질도, 선임도 아니었다. 첼시 레전드 출신으로 지난 시즌 흔들리던 팀에 FA컵 우승은 물론 런던 클럽 최초의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선사하며 위기의 팀을 구해내던 디 마테오 대신 리버풀 감독 시절 첼시와 자주 충돌하면서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던 베니테스를 신임 감독직에 오르자 첼시 팬들은 매경기 '베니테스 사임(RAFA OUT)'이라는 피켓과 함께 야유를 쏟아부으며 아브라모비치의 결정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팬들의 지지 없이 제대로 굴러가는 팀은 없다. 이미 2010/11 시즌 리버풀도 로이 호지슨 감독에 대한 야유가 안필드에 넘쳐 흘렀었고, 결국 극심한 하향세를 타다 경질 수순을 밟아야 했다. 현재의 첼시가 이와 유사하다. 베니테스 부임 후 3경기에서 첼시는 2무 1패에 그치며 주저앉고 있다. EPL만 따져본다면 최근 7경기 연속 무승(4무 3패)의 슬럼프에 빠진 첼시이다.

이번엔 아스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스널의 경우 장기적으로 쌓인 문제들이 동시에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2000년대 초반, 무패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던 아스널은 2005년 주장 파트릭 비에이라의 이적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팀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타 클럽에게 뺏기는 일들이 발생했다.

티에리 앙리와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마띠유 플라미니, 알렉산더 흘렙, 세스크 파브레가스, 그리고 올 여름 로빈 판 페르시에 이르기까지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자연스럽게 전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도 세스크와 판 페르시의 이탈은 팀 전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스크 이탈 후 아스널의 경기력은 예전만 하지 못하고, 판 페르시마저 떠나면서 팀의 자랑이었던 득점력까지 떨어졌다. 이번 시즌 아스널은 15경기에서 팀 득점 24골에 그치며 웨스트 브롬과 함께 이 부문 공동 7위를 기록 중에 있다. 이제 더이상 아스널에 대해 '막강 화력' 혹은 '총포 군단'이라는 표현을 쓰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리버풀의 경우 200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지나치게 변화가 많았다는 게 하락세의 주원인이었다. 지난 5년 6개월간 구단주만 2명이 바뀌었고, 최근 2년 사이엔 무려 3명의 감독이 경질(베니테스, 호지슨, 케니 달글리시)되면서 바야흐로 혼돈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선굵은 롱볼 축구를 구사했으나 브랜던 로저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패싱 축구로의 변화를 감행하고 있다. 큰 틀에서의 전술이 단기간에 바뀌다보니 각각의 전술에 따라 필요한 유형의 선수도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선수 이동도 많아진다. 게다가 남아있는 선수들 역시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 팀 성적이 불안정한 건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비단 이들만이 아닌, 현재 EPL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인 맨유와 맨시티 역시 경기력적인 측면에선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맨유는 EPL 15경기에서 21실점을 허용하며 최다 실점 부문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말 그대로 수비는 낙제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판 페르시의 가세로 인해 공격력이 한층 배가된 데다가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맨시티 역시 지난 시즌 44년만에 우승을 차지했기에 선수들의 동기 부여 자체가 다소 떨어졌을 뿐더러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시즌 초반 무리하게 스리백 전술을 실험하다 실패를 맛보면서 경기력 측면에서 하락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시티가 맨유와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이유는 선수들 면면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

한 팀의 경기력을 분석하는 척도 중 하나는 바로 골득실을 비교하는 방식이 있다. 이는 득점이 많고 실점이 적은 팀일수록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 그러하기에 스포츠 통계학에선 골득실을 통해 승률을 예상하는 방식에 대해 피타고리안 승률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난 시즌 EPL 1위 맨시티의 골득실은 +64이었다. 2009/10 시즌 첼시의 골득실은 무려 +71에 달했다. 반면 이번 시즌 맨유의 골득실은 +16이고, 맨시티는 +17이다. 물론 아직 15라운드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에 골득실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를 시즌 전체로 환산해보면 맨유의 골득실은 +40.5, 맨시티는 +43에 해당한다. 상당히 떨어지는 골득실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현재 분데스리가 1위 바이에른 뮌헨은 무려 +35의 골득실을 기록하고 있다. 프리메라 리가 1위 바르셀로나 역시 +32의 골득실을 기록 중이다. 프리메라 리가 3위 레알 마드리드도 +24의 골득실을 기록하고 있고, 세리에A 1위 유벤투스 역시 +22로 맨유-맨시티보다 더 높은 골득실을 올리고 있다.

이 점만 놓고 봐도 현재 EPL 1, 2위 팀들의 경기력이 타리그 상위권 팀들보다 떨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3위 첼시마저 골득실 +9로 두자리 수의 골득실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EPL 상위권 팀들의 부진은 유럽 대항전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사실 200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EPL 팀들은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 다수의 팀들을 진출시켰고, 특히 2006/07 시즌부터 2008/09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세 팀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 진출시키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 중에서도 2007/08 시즌 당시엔 결승전에서 맨유와 첼시가 격돌하며 EPL 황금기를 구가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엔 맨유와 맨시티가 32강 조별 리그에서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어야 했고, 이번 시즌 역시 맨유와 아스널만이 16강 진출엔 성공했을 뿐(그마저도 아스널은 샬케에 밀려 조 2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디펜딩 챔피언 첼시는 탈락 일보 직전에 몰려있고, 맨시티는 이미 탈락이 확정됐다.

자연스럽게 다음 시즌 UEFA 리그 순위에서 EPL은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게 1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직면했다. 뿐만 아니라 3위 분데스리가와의 점수차도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이는 EPL 중위권 팀들의 전력이 올라왔다기 보단 상위권 팀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더 맞는 분석일 것이다.


# 12/13 시즌 EPL 순위

1위 맨유 12승 3패 승점 36, 골득실 +16
2위 맨시티 9승 6무 승점 33, 골득실 +17
3위 첼시 7승 5무 3패 승점 26, 골득실 +9
4위 토트넘 8승 2무 5패 승점 26, 골득실 +5
5위 웨스트 브롬 8승 2무 5패 승점 26, 골득실 +5
6위 에버튼 5승 8무 2패 승점 23, 골득실 +6
7위 스완지 6승 5무 4패 승점 23, 골득실 +6
8위 웨스트 햄 6승 4무 5패 승점 22, 골득실 +2
8위 스토크 5승 7무 3패 승점 22, 골득실 +2
10위 아스널 5승 6무 4패 승점 21, 골득실 +8
11위 리버풀 4승 7무 4패 승점 19, 골득실 +1
12위 노리치 4승 7무 4패 승점 19, 골득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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