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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슈퍼 탤런트' 손흥민이 디펜딩 챔피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멀티골을 작렬하며 팀에 귀중한 시즌 첫 승을 선물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점이 있다면 바로 손흥민이 비로소 측면 미드필더 포지션에도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데에 있다.

함부르크는 도르트문트전을 앞두고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로 구단 설립 125주년을 맞이한 함부르크였으나 DFB 포칼(독일 FA컵) 1라운드에서 3부 리가 팀인 칼스루에에게 패해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은 데 이어 분데스리가에서도 개막 후 3전 전패를 당하며 최악의 시즌 출발을 기록했다.

함부르크는 북독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으로 유일하게 분데스리가에서 전 시즌을 보내고 있는 팀이다. 그러하기에 많은 독일 현지 언론들은 이번 시즌이 함부르크의 분데스리가 50주년의 마지막 해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정도였다.

게다가 함부르크는 도르트문트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고이코 카차르와 토마스 링콘 등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지난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에서 페트르 이라첵마저 퇴장을 당해 밀란 바델리를 제외하면 순수 중앙 미드필더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공격형 미드필더인 톨가이 아슬란이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그 외 데니스 아오고와 제프리 브루마도 부상으로 결장이 불가피했다.

이런 위기의 순간 함부르크는 분데스리가 챔피언 도르트문트를 상대해야 했다. 도르트문트는 이 경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분데스리가 역사상 2번째로 최장 기간 무패 기록인 31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다(공교롭게도 분데스리가 역대 최장 기간 무패 기록 팀은 바로 함부르크로 1982년 1월부터 1983년 1월까지 기록했던 35경기 무패였다).

당연히 경기 전 예상은 대다수 도르트문트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전반 2분 만에 다이빙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이변의 발판을 마련했다. 돌아온 에이스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사이로 파고 들어 감각적인 헤딩골을 성공시킨 것.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부진하던 팀에게 경기 초반 실점을 해서 자신감을 심어준 게 문제였다"며 손흥민의 선제골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2-1 아슬아슬한 리드를 잡고 있었던 59분경 상대 수비수(마츠 훔멜스)의 전진 패스를 중간에서 차단하자마자 곧바로 자신이 직접 드리블 돌파해 들어가 로만 바이덴펠러 골키퍼가 반응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치 손흥민의 우상이기도 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연상케하는 멋진 골이었다.

결국 함부르크는 손흥민의 2골에 힘입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3-2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승과 함께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독일의 스포츠 전문지 'SPOX'는 함부르크의 승리에 대해 "충격(Überraschung)과 돌풍(Sensation) 사이. 이런 걸 가리켜 우리는 Sensaraschung이라고 이름 지어야 한다"고 평했고, 타블로이드 '빌트'는 "미쳐버린 함부르크, 챔피언 도르트문트 상대로 시즌 첫 승 올리다"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무엇보다도 이 경기에서 고무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좋은 활약상을 펼쳤다는 데에 있다. 그동안 손흥민은 측면보다는 최전방에 섰을 때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 첫 2경기에서 슈팅 한 번 때려보지 못한 것도 포지션 변경에 따른 여파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손흥민은 2010년 여름 프리 시즌엔 9경기에서 9골을, 2011년엔 10경기에서 무려 18골을 몰아넣으며 팀내 최다골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올 여름 프리 시즌에선 13경기 3골에 그치며 예전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 역시 여름 프리 시즌 내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

그러던 손흥민이 9월 A매치 기간에 치른 2번의 평가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무려 7골을 몰아넣으며 자신에게 있어 최적의 포지션은 바로 최전방임을 입증해냈다. 심지어 함부르크 지역지'모어겐포스트' 역시 "마침내 손흥민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로 돌아왔다. 손흥민은 최전방에 설 때 비로소 가치있는 선수다"는 평가와 함께 손흥민을 원톱으로 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

지난 주말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전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 최전방으로 이동하면서 활기찬 움직임을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역시 손흥민에게 있어 최적의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라는 심증이 한층 더 굳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토어스텐 핑크 감독은 이번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도 고집스럽게 손흥민을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켰고, 손흥민은 2골을 넣으며 감독의 믿음에 답했다.

즉, 이 경기를 통해 손흥민은 자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걸 입증해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함부르크는 앞으로 손흥민의 활용폭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골닷컴 독일판은 손흥민에게 별 4.5개를 주며 이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골닷컴은 별 1개부터 5개까지 주어지고, 높을 수록 좋다). 그 외 레네 아들러 골키퍼와 두번째 골의 주인공 이보 일리체비치가 별 4개를 얻으며 손흥민의 뒤를 이었다.

함부르크 지역지 '모어겐포스트' 역시 손흥민에게 평점 1.3점을 주며 필드 플레이어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을 선사했다(모어겐포스트 기준으로 할 경우 1점부터 6점까지 평점이 주어지고, 낮을수록 좋은 점수이다). '모어겐포스트'를 기준으로 할 경우 팀내 평점 1위는 골키퍼 아들러였고(1.2점), 2도움을 올린 판 데르 파르트가 1.5점으로 손흥민에 이어 필드 플레이어들 중 2번째로 높은 평점을 얻었다.

한편 아들러 골키퍼와 판 데르 파르트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아들러는 10개의 유효 슈팅을 선방해내며 흔들리는 수비진의 최후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도르트문트는 이 경기에서 무려 28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그 중 12개의 슈팅이 골문을 향했다), 판 데르 파르트 역시 2도움을 올렸을 뿐 아니라 손흥민의 2번째 골 장면에서 영리한 페널티 박스 쇄도를 통해 도르트문트 수비수들의 시선을 뺏으며 손흥민의 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참고로 판 데르 파르트는 지난 프랑크푸르트전에 이어 이번 경기에도 손흥민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손흥민은 지난 2경기에서 3골을 몰아넣으며 4골의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득점 공동 2위에 올랐다. 손흥민의 지난 시즌 성적은 27경기 출전(선발 11경기) 5골이었다. 이번 시즌엔 현재 추세대로라면 시즌 두자리 수 골을 기대해볼만 하다. 에이스 판 데르 파르트와의 호흡도 뛰어나기에 더더욱 핑크 감독은 손흥민을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현재 분데스리가 득점 순위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 분데스리가 4R 기준 득점 순위

1위 토마스 뮐러(4경기 4골)
2위 손흥민(4경기 3골)
2위 마리오 만주키치(4경기 3골)
2위 토니 크로스(4경기 3골)
5위 아론 헌트(3경기 2골)
5위 레온 안드레아센(3경기 2골)
5위 사볼츠 후스티(3경기 2골)
5위 아르투르 소비히(3경기 2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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