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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2011/12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첼시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첼시는 런던 클럽 최초 챔피언스 리그 우승 팀으로 당당히 자신들의 이름을 역사에 새겨놓았다.

첼시가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체제가 들어선 03/04 시즌 이후 9년 만에 마침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애초에 아브라모비치가 처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구단을 인수했을 당시 그가 가장 열망하던 트로피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서야 마침내 소원을 성취했다고 볼 수 있는 셈.

원래 축구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아브라모비치가 급작스럽게 축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건 02/03 시즌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관전하면서부터였다.

이 경기에서 레알 공격수 호나우두는 '스리샷 스리킬(3번의 슈팅을 모두 골로 성공)'이라는 진기명기를 보여주었고, 63분경 교체 투입된 데이빗 베컴은 2골을 연달아 넣으며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2차전 결과는 홈팀 맨유의 4-3 승리였으나 1, 2차전 종합 스코어에선 6-5로 레알이 앞섰다.

이 경기를 통해 축구의 재미를 흠뻑 느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당시 맨유를 인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의 컨설턴트 역할을 맡고 있었던 축구계의 슈퍼 에이전트(메이저리그로 치면 스캇 보라스와 비견할 수 있다) 피니 자하비가 맨유 인수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첼시를 인수하라고 조언해 결국 2003년 여름,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의 새 구단주에 오르게 된다.

당시만 하더라도 첼시는 01/02 시즌 4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재정난으로 인해 파산 일보 직전에 몰려있었다. 이로 인해 첼시의 2부 리그 강등이 논의 중에 있었고, 윌리엄 갈라스와 프랭크 램파드, 그리고 존 테리와 같은 주축 선수들은 모두 이적이 유력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의 구단 인수 덕에 첼시는 극적으로 주축 선수들을 잔류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인수 첫 해 무려 1억 5천만 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에르난 크레스포,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클로드 마케렐레, 데미언 더프, 아드리안 무투, 웨인 브릿지, 조 콜, 은지탑 제레미, 글렌 존슨, 그리고 스콧 파커 같은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축구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비록 최근 '리얼 부'로 불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등장과 함께 첼시의 기록들이 하나 둘 깨져나가고 있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입성 후 지난 9년간 첼시가 쓴 이적 자금은 약 7억 63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 4천억)에 달한다. 아브라모비치 입성 후 매시즌 첼시의 이적 자금은 아래와 같다(괄호 안은 넷 스펜딩으로 이적료 수입-지출이다).

03/04 시즌 1억 5100만(-1억 5천만)
04/05 시즌 1억 4200만(-1억 4천만)
05/06 시즌 8천만(-5천만)
06/07 시즌 8300만(-3900만)
07/08 시즌 5400만(-1400만)
08/09 시즌 2700만(+1200만)
09/10 시즌 2500만(-2200만)
10/11 시즌 1억 1100만(-9700만)
11/12 시즌 9천만(-6300만)

도합: 7억 6300만(-5억 6300만)

당연히 첼시는 많은 돈을 쓴 만큼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체제에서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1부 리그 우승이 단 1차례에 불과했으나 포스트 로만 시대 이후 3번의 EPL 우승을 차지했다. FA컵은 무려 4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칼링컵 우승도 2회 기록했다. 커뮤니티 실드까지 포함하면 지난 9년간 첼시의 우승 횟수는 도합 11번에 달한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첼시는 줄곧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 9시즌 연속 16강에 오르며 유럽 신흥 강호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고, 무려 6번이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바르셀로나와 함께 지난 10년간 챔피언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호성적을 올린 팀이 첼시였다.

그 중심에는 바로 주장 테리와 부주장 램파드, 간판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 수문장 페트르 체흐, 애슐리 콜, 마이클 에시엔, 그리고 존 오비 미켈 등이 있었다. 일명 '무리뉴의 아이들'로 불리는 이들은 로만 시대 이후 첼시의 승리를 합작해낸 일등 공신들이자 황금 시대의 주역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첼시는 정작 아브라모비치의 최대 숙원이었던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는 유난히 인연이 없었다. 특히 07/08 시즌 당시 첼시는 로만의 연고인 모스크바에서 맨유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치렀으나 아쉽게도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제 어느덧 그들은 선수 생활에 있어 황혼기에 접어들었고(드로그바 34세, 램파드 33세, 테리 31세, 애슐리 콜 31세), 드로그바와 램파드의 이적설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해체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첼시가 이번 시즌 EPL에서 부진한 성적을 이어오자 노장들이 첼시의 발전을 막는 저해 요소라는 비난들도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위기의 순간 팀의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나폴리 원정에서 1-3으로 패하며 탈락 일보 직전에 몰린 팀을 구해낸 것도 바로 이들이었다. 드로그바와 테리, 램파드가 릴레이 골을 넣은 덕에 첼시는 승부를 연장까지 이어갈 수 있었고, 결국 105분경에 터져나온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인해 8강에 오를 수 있었다(1, 2차전 도합 스코어 5-4). 이 경기에서 드로그바와 램파드는 1골 1도움을 합작했고, 테리는 갈비뼈 부상을 안은 채 출전하는 부상 투혼을 펼쳐보였다.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에서도 이들은 만점 활약을 펼쳐보였다. 드로그바는 1차전에서 전반 인저리 타임에 결승골을 넣으며 1-0 승리에 기여했고, 램파드는 감각적인 스루 패스로 2차전 하미레스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테리는 1, 2차전 내내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펼쳐보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비단 이들의 활약은 챔피언스 리그에서만 그친 게 아니었다. 토트넘과의 FA컵 준결승전에서도 이들은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5-1 완승을 이끌어냈고(드로그바 1골 1도움, 램파드 1골 1도움), 리버풀과의 FA컵 결승전에서도 램파드의 패스를 드로그바가 마무리지으며 결승골을 합작해냈다.

비록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선 테리가 징계 누적으로 인해 결장했으나 무리뉴의 아이들은 이 경기에서도 마지막 불꽃을 불태웠다. 애슐리 콜은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감행하며 세계 최고의 풀백 중 한 명이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체흐는 아르옌 로벤의 페널티 킥을 막아낸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도 멋진 선방과 함께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램파드 역시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바이에른을 괴롭혔다.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 건 바로 드로그바였다. 0-1로 패색이 짙었던 88분경 그는 단 한 번의 코너킥 찬스에서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타점높은 강력한 헤딩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위기의 팀을 영웅처럼 구해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도 드로그바였다. 첼시의 마지막 키커로 승부차기에 나선 드로그바는 페널티 킥 선방에 일가견이 있는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는 슈팅을 쏘며 승부차기 스코어 4-3 승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07/08 시즌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당시 연장전에 퇴장을 당해 승부차기 키커로도 나서지 못했던 한을 씻어내는 골이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남은 과제였던 챔피언스 리그 우승마저 일구어내며 황금시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또한 그들은 EPL 6위와 함께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 불발될 뻔한 팀을 수렁에서 구해냈다. 챔피언스 리그 참가 여하에 따라 구단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에서 막대한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은 첼시에게 있어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첼시는 이제 변화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 특히 30대 중반에 접어든 드로그바와 램파드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역할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이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는 데에 있다. 이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첼시 팬들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 포스트 로만 시대 이후 첼시의 우승 기록

EPL: 04/05, 05/06, 09/10
FA컵: 06/07, 08/09, 09/10, 11/12
칼링컵: 04/05, 06/07
커뮤니티 실드: 2005, 2009
챔피언스 리그: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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