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방' 체흐, 승부차기 루저에서 위너로

[골닷컴] 김현민 기자 = 2011/12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첼시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 중심에는 바로 페트르 체흐 골키퍼가 있었다.
첼시가 런던 클럽 최초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첼시의 수문장 체흐는 연장전 아르옌 로벤의 페널티 킥을 막아낸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도 이비차 올리치의 슈팅을 저지하며 승리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첼시는 이번 시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승부차기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팀이었다. 2004년 여름, 700만 파운드의 이적료와 함께 첼시에 입단한 후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군림했던 체흐 역시 승부차기와 페널티 킥에선 연달아 고배를 마시는 모습을 드러냈었다.

먼저 첼시는 05/06 시즌 칼링컵 3라운드에서 찰튼에게 승부차기 스코어 4-5로 패하며 로만 아브라모비치 시대 개막 후 첫 승부차기 대결에서 패를 기록했다. 06/07 시즌 리버풀과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도 첼시는 믿었던 체흐가 단 하나의 슈팅을 막아내지도 못한 채 승부차기 스코어 1-4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어진 07/08 시즌 커뮤니티 실드에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상대로 체흐가 또 다시 단 하나의 슈팅도 막아내지 못하며 승부차기 스코어 0-3 패배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당시의 체흐는 방향조차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같은 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또 다시 맨유를 만난 첼시는 이번에도 또 다시 승부차기 스코어 5-6 패배를 당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당시 빗물에 미끄러지면서 불거져 나온 존 테리의 실축은 영국 현지에서 다양한 방식의 패러디와 함께 웃음거리로 활용되곤 했다. 이어진 08/09 시즌 번리와의 칼링컵 4라운드에서도 첼시는 또 다시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해 승부차기 5연패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첼시가 처음으로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둔 건 바로 09/10 시즌 커뮤니티 실드에서였다. 이번에도 상대는 맨유였다. 이 경기에서 체흐는 라이언 긱스와 파트리스 에브라의 페널티 킥을 선방해내며 승부차기 스코어 4-1 승리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이전까지 14번의 승부차기에서 단 하나의 슈팅도 자신이 직접 막아내지 못했던(13골 허용, 하나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실축) 체흐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10/11 시즌 에버튼과의 FA컵 4라운드에서 체흐는 상대팀 첫 키커인 레이튼 베인스의 페널티 킥을 막아냈으나 이후 4골을 연달아 허용하며 또 다시 승부차기에서 3-4 패배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이전까지 첼시의 승부차기 성적은 1승 7패. 그 중 1승은 09/10 시즌 맨유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올린 것으로 당시 맨유의 골문을 지킨 건 주전인 에드윈 반 데 사르가 아닌 백업 골키퍼 벤 포스터였다.

이렇듯 승부차기에서 유난히 재미를 보지 못한 첼시였으나 이번 시즌 들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칼링컵 3라운드에서 서런던 더비 라이벌 풀럼을 만난 첼시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 승리를 거두며 4라운드에 올랐다. 당시 체흐의 부상으로 인해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로스 턴불은 49분경 파팀 카사미의 실축을 유도해낸 데 이어 승부차기에선 무사 뎀벨레의 슈팅을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결승전 상대는 바로 홈팀이자 챔피언스 리그 승부차기 4번에서 모두 승리한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이들은 이미 준결승전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에게 승부차기 끝에 승리해 결승에 올랐다. 상대 골키퍼 역시 승부차기 선방에 있어선 일가견이 있기로 소문난 마누엘 노이어였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이에른의 부주장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승부차기는 자신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었다(공교롭게도 마지막 킥을 실축한 불운의 주인공이 바로 슈바인슈타이거였다).

노이어는 자신의 명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첼시의 첫번째 키커로 나선 후안 마티의 슈팅을 선방해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하지만 첼시엔 체흐가 있었다. 이미 연장전에서도 로벤의 페널티 킥을 선방해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한 체흐는 상대팀 4번째 키커인 이비차 올리치의 슈팅도 막아내 바이에른을 심리적으로 압박했고, 결국 5번째 키커인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실축이 이어졌다. 비록 체흐가 승부차기에서 직접 막아낸 슈팅은 올리치 하나 밖에 없었지만, 5명 전원의 킥 방향을 맞춰내는 신기를 발휘했다.

이에 대해 체흐는 '가디언'을 통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열리기 전 2007년 이후 바이에른이 기록한 모든 페널티 킥 장면이 담긴 2시간짜리 DVD 동영상을 공부했다고 밝혔다.

물론 모든 슈팅을 모두 예측한 건 아니었다. 체흐는 연장전 로벤의 페널티 킥에 대해선 "솔직히 로벤이 어디로 찰 지 몰랐다. 로벤은 반반의 확률로 왼쪽 코너와 오른쪽 코너로 페널티 킥을 처리한다. 페턴도 없었다. 다만 로벤이 연장까지 뛰느라 지쳐있을 시간대였고, 이로 인해 정확하게 차는 것보단 강하게 차는 걸 선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내가 왼발잡이였다면 강하게 차기 위해선 오른쪽 코너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다소간의 행운이 따르긴 했으나 체흐의 신기와 같은 선방은 철저히 분석에 따른 것이라는 걸 그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놓고 봤을 때 체흐는 확실히 여러모로 반 데 사르를 닮아있다. 반 데 사르도 젊은 시절엔 페널티 킥을 정말 못 막기로 정평이 난 선수였다. 하지만 서서히 연륜이 쌓인 후 그는 페널티 킥 도사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끊임없는 분석과 노력 끝에 체흐는 이제 자신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승부차기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골키퍼로 성장했다. 또한 첼시 역시 승부차기 패자에서 승자로 거듭나며 클럽 통산 최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 포스트 로만 시대 이후 첼시의 승부차기 기록

05/06 시즌 칼링컵 3R vs 찰튼(승부차기 4-5 패, 쿠디치니)
06/07 시즌 챔스 준결승 2차전 vs 리버풀(승부차기 1-4 패, 체흐)
07/08 시즌 커뮤니티 실드 vs 맨유(승부차기 0-3 패, 체흐)
07/08 시즌 챔스 결승 vs 맨유(승부차기 5-6 패, 체흐)
08/09 시즌 칼링컵 4R vs 번리(승부차기 4-5 패, 쿠디치니)
09/10 시즌 커뮤니티 실드 vs 맨유(승부차기 4-1 승, 체흐)
09/10 시즌 칼링컵 8강 vs 블랙번(승부차기 3-4 패, 일라리우)
10/11 시즌 FA컵 4R vs 에버튼(승부차기 3-4 패, 체흐)
11/12 시즌 칼링컵 3R vs 풀럼(승부차기 4-3 승, 턴불)
11/12 시즌 챔스 결승 vs 바이에른(승부차기 4-3 승, 체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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