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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이탈리아가 2013 FIFA 컨페더레이션스 컵(이하 컨페드 컵) 준결승전에서 비록 승부차기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으나 세계 최강 스페인 상대로 선전하며 스리백 전술의 효용성을 보여주었다.

EURO 2012 결승전 리턴 매치로 전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컨페드 컵 준결승전에서 이탈리아가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EURO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EURO 2012)에 빛나는 스페인을 끝까지 괴롭히는 데 성공했다.

당초 이번 준결승전이 치러지기 이전만 하더라도 스페인이 이탈리아 상대로 쉬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크게 3가지에 기인하고 있다.

첫째 스페인은 지난 EURO 2012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4-0으로 완파한 바 있다. 게다가 EURO 2008 8강전에서도 이탈리아를 승부차기 접전 끝에 꺾고 준결승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던 스페인이었다. 즉, 현 스페인 선수들 상당수가 이탈리아 상대로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둘째, 이번 컨페드 컵 조별 리그에서 스페인은 매경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3전 전승 15득점 1실점이라는 환상적인 성적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반면 '카테나치오(빗장 수비)'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탈리아는 조별 리그 3경기에서 무려 8실점을 허용하며 고전 끝에 준결승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은 준주전을 막론하고 모두 절정에 오른 컨디션을 자랑한 데 반해 이탈리아는 간판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와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 이그나치오 아바테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당연히 여러 측면에서 스페인의 우세가 예상될 수 밖에 없는 준결승전이었다.

하지만 세간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회 내내 포백을 구사한 이탈리아는 스리백 전술을 통해 현 세계 최강 스페인을 압박했다. 비록 승부차기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으나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선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수비진은 스페인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카테나치오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먼저 경기 세부 기록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전반은 스페인이 점유율을 잡고 있었으나 정작 위협적인 장면들을 연출한 건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전반에만 9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스페인을 괴롭혔다. 이번 대회 조별 리그 3경기에서 스페인이 허용한 전체 슈팅은 18개에 불과했다. 이는 이탈리아가 효율적인 역습 축구를 구사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는 "아쉬운 경기다. 전반에 최소 두 골은 넣어야 했다. 하지만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결국 독으로 작용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심지어 적장 비센테 델 보스케조차 "전반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이탈리아가 골을 넣었어야 했다"고 밝혔을 정도.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수비수 안드레아 바르잘리를 빼는 대신 플레이메이커 성향이 있는 중앙 미드필더 리카르도 몬톨리보를 투입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를 스리백으로 내리는 전술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 후반 이탈리아는 스페인 상대로 무려 6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스페인의 경우 그 어떤 팀을 상대하더라도 점유율을 내주는 적이 없기에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경기 전체 점유율에서도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53대47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우루과이 상대로 무려 75%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 스페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치다. 스페인의 이번 대회 조별 리그 3경기 평균 점유율은 69%였다.

좌우 측면에 배치된 크리스티안 마지오와 엠마누엘레 자케리니는 경기 내내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며 스페인의 측면을 괴롭혔다. 이 두 선수가 사실상 이번 경기 최우수 선수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데 로시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전반 허리 라인에서 단단하게 수비진을 보호하며 마지오와 자케리니의 전진을 도왔다. 후반엔 중앙 수비수로 내려오면서 스페인의 공격을 저지해냈고, 이탈리아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실제 데 로시는 이번 경기에서 무려 7개의 가로채기를 성공시켰다.

이탈리아 야전 사령관 안드레아 피를로 역시 안정적인 키핑과 수려한 패스르 바탕으로 이번 경기에서 핵심 패스를 4차례나 기록하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반 스리백으로 선발 출전한 키엘리니와 레오나르도 보누치, 그리고 안드레아 바르잘리 역시 소속팀 유벤투스에서 스리백으로 발을 맞추고 있는 사이다보니 포백보다도 스리백에서 한결 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외 다른 이탈리아 선수들도 모두 제몫 그 이상을 해주었다. 오직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만이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축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발로텔리가 부상이 아니었다면 경기 결과는 사뭇 달랐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미 지난 EURO 2012 조별 리그에서도 이탈리아는 스페인 상대로 스리백을 통해 재미를 본 전례가 있다. 당시 데 로시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는 깜짝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온 이탈리아는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정작 포백을 들고 나온 결승전에선 0-4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 정도면 이탈리아에 적합한 수비 전술은 포백이 아닌 스리백이라는 소리들이 흘러나올 법도 하다.

이에 대해 컨페드 컵을 중계하고 있는 박찬하 KBSN 해설위원은 "현재 이탈리아의 선수 구성을 놓고 보면 포백보다 스리백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이탈리아 중앙 수비수들이 소속팀 유벤투스에서 스리백 포메이션에서 뛰는 선수들이고, 크리스티안 마지오 역시 포백보단 스리백에 더 적합한 선수이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박위원은 유난히 이탈리아 스리백 전술이 스페인에게 잘 통용되는 이유에 대해선 "스리백을 구성할 경우 미드필더가 한 명 더 늘어나게 된다. 즉, 스페인이 자랑하는 미드필드 라인을 상대로 숫자 싸움에서 해볼 만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에 더해 스페인 스리톱 라인이 중앙 지향적인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점 역시 이탈리아 스리백이 스페인에 잘 통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스리백의 경우 측면 수비에 취약점을 보이는데 스페인에선 이를 공략할 선수가 헤수스 나바스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후반 교체 투입된 나바스가 이 경기에서 위협적인 장면들을 연출한 이유이다"고 밝혔다.

실제 53분경 교체 투입된 나바스는 이 경기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4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이게 모두 유효 슈팅으로 연결됐다. 후반 이탈리아가 점유율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공격이 더 위협적이었던 이유 역시 나바스의 투입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박위원은 이탈리아 스리백 대세론에 대해선 "이번 대회에서 이탈리아는 중앙 수비수들의 컨디션이 유난히 안 좋았기에 포백에서 문제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와 알베르토 아퀼라니 같은 미드필더들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평상시의 이탈리아는 포백에서도 괜찮은 경기력을 펼쳐보였다. 다만 이탈리아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놓고 보면 스페인처럼 정상에 올라서기엔 2%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러하기에 상대에 맞춰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인 전술 변화를 통해 경기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 게다가 스리백과 포백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전술 변화가 가능한 팀이 바로 이탈리아이다. 이게 이탈리아의 가장 큰 장점이다"라며 포백과 스리백을 병용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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