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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한국 대표팀이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4-1 완승을 거두며 홍명보호 출범 후 값진 첫 승을 올렸다. 하지만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지동원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한국 대표팀이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2골에 힘입어 4-1 대승을 거두었다. 이는 홍명보호 출범 후 다섯 번째 경기만에 올리는 첫 승이었다. 이에 더해 처음으로 홍명보 감독과 발을 맞춘 손흥민과 이청용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앞으로를 기대케 했다. 여러모로 의미있는 승리였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 일단 홍명보호 출범 후 4경기 연속으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던 수비진이 아이티전에선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좌우 측면 수비는 아이티의 발 빠르고 힘 좋은 두 측면 미드필더 7번 제프 루이스와 15번 이브 데스마레에게 여러 차례 돌파를 허용했다. 홍정호와 김영권으로 구성된 중앙 수비수들도 자주 아이티 최전방 공격수 케르뱅 벨포르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결국 한국의 유일한 실점도 데스마레와 벨포르의 합작품에 의해 이루어졌다. 1차적으로 박주호가 데스마레를 저지하지 못해 크로스를 허용했고, 김영권과 홍정호가 사이를 파고 들던 벨포르의 헤딩 슈팅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우를 범했다. 김영권이 크로스 차단에 나섰어야 했고, 홍정호가 벨포르와 헤딩 경합을 붙어줘야 햇다.

홍감독 역시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전반 득점 후의 경기 내용은 그리 좋지 못했다. 경험적으로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빠르고 강한 선수를 상대로 우리 수비수들의 대처가 이전과는 달리 그리 좋지 못했다"며 수비진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보다 더 큰 그림자는 바로 원톱 공격수 지동원에 있었다. 사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손흥민과 함께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 중 한 명이 다름 아닌 지동원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4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경기력적인 면에선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정작 골이 나오지 못해 3무 1패에 그쳐야 했다. 자연스럽게 원톱 지동원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동원은 끔찍한 부진을 보이며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경기 내내 홀로 겉도는 인상이 역력했다. 결국 지동원은 전반 45분만을 소화한 채 구자철로 조기 교체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홍감독은 "지동원의 몸이 생각보다 더 무거웠다"고 조기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지동원의 활동폭 자체는 매우 넓었다. 좌우 측면으로 넓게 넓게 움직이면서 이선 공격수들의 침투를 간접적으로 도왔다. 심지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오는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경기 막판 제로톱으로 뛴 구자철보다 더 제로톱 같은 모습이었다.

문제는 그래도 명색이 최전방 원톱 공격수가 공격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움직이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는 데에 있다. 이로 인해 공을 받으러 가는 과정에서 자꾸 늦어지는 모습이 노출됐다. 자연스럽게 전반, 공격진의 공격 전개는 매끄럽지 못했다. 후반 이청용과 구자철이 투입되면서부터 비로소 한국은 부드러운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지동원이 이런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지동원의 미드필더화가 이루어진 지 오래라는 데에 있다. 아우크스부르크 시절 지동원의 포지션은 공격수가 아닌 4-1-4-1 포메이션에서의 중앙 미드필더였다. 후반기 17경기에서 무려 15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지동원이었다. 지동원이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뛴 건 레버쿠젠전 1경기가 전부였고, 나머지 한 경기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당 평균 12km를 뛰면서 팀내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자랑하던 지동원이었다.
 
물론 지동원은 자주 전진하면서 사실상 이선 공격수처럼 움직이기도 했고, 왼쪽 측면 미드필더와의 잦은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공격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 아우크스부르크 시절 지동원의 위치는 중앙 미드필더였다. 그러다 보니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지동원의 슈팅은 대부분 이선 침투 후 슈팅에 의한 것이었다. 이런 움직임을 아우크스부르크 시절 반복하다보니 공격수로서의 움직임은 마치 잊은 듯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는 지동원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 시절 자신있게 슈팅을 기록하면서 후반기에만 5골을 넣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것도 지동원의 주 위치가 중앙 미드필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순도 높은 득점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선덜랜드로 임대 복귀한 이후 자신감마저 상실하면서 슈팅을 두려워하는 인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것도 선덜랜드에서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 시절과는 달리 공격수로 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동원은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단 한 번의 슈팅만을 기록했고,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선 하나의 슈팅도 때려보지 못한 채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물론 출전 시간 자체가 적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개막전을 제외한 나머지 두 경기에선 모두 45분을 소화했기에 슈팅을 기록할 시간이 충분했다. 하지만 이 두 경기에서 지동원이 기록한 슈팅은 단 한 번 밖에 없다.

특히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지동원은 20분경 완벽한 득점 찬스에서 머뭇하다 슈팅을 연결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이에 대해 BBC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OTD)'에 패널로 나온 前 잉글랜드 대표팀 간판 공격수였던 마이클 오언은 "믿을 수 없는 플레이다. 대체 뭘 무서워하는 지 모르겠다. 이처럼 끔찍한 플레이는 본 적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디 카니오 감독 역시 "완벽한 득점 찬스가 있었는데 지동원이 머리를 내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의 지동원은 적어도 슈팅을 아끼는 선수는 아니었다. 팀 동료들 역시 지동원을 적극 지원해 주었다. 실제 지동원은 경기당 2.4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사샤 묄더스(경기당 2.5개)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슈팅을 기록했다.

이는 분데스리가 전체로 따져도 19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슈팅을 즐기는 선수로 정평이 난 손흥민조차 지동원과 평균 슈팅 숫자에서 동률을 기록했고, 슈투트가르트 원톱 공격수이자 지난 시즌 팀 득점의 60%를 책임졌던 베다드 이비세비치의 평균 슈팅 숫자는 2.2회에 불과했다.

현재 홍명보호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원톱에 있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표류하고 있고, 이동국은 장기 부상을 당했으며, 김동섭(성남)과 김신욱(울산), 그리고 조동건(수원)은 지난 평가전에서 홍감독의 눈도장을 찍는 데 실패했다. 손흥민의 경우 소속팀 레버쿠젠에서와 마찬가지로 왼쪽 측면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홍감독이 옵션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자꾸 제로톱 카드를 만지작 거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러하기에 지동원이 공격 본능을 되찾을 필요성이 있다. 공격수 본연의 움직임을 되찾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본능적으로 슈팅을 때릴 필요성이 있다. 지동원이 살아나야 비로소 한국의 원톱도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의 말을 남기도록 하겠다. "슈팅이 가능한 상대 위험 지역에서는 더 단순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생각이 많으면 좋은 슈팅이 나오지 않는다. 단순하게 때려야 좋은 득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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