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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이용훈 기자 = 강도 높은 훈련이지만 선수들의 표정이 모두 밝다. 좋은 장면이 나올 때마다 동료를 향해 “굿” “나이스”를 여기저기서 외친다. 식사시간은 아예 소풍 나온 학생들이 도시락을 까먹듯 이야기꽃이 피고 웃음이 넘쳐난다.

서정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한 달 만에 찾아온 변화는 신선했다.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지에서 본 수원은 과거 한국 축구를 주름 잡았던 김호·차범근 등 유명한 감독과 카리스마를 뽐냈던 윤성효 감독이 이끌었던 수원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선수단 위에서 군림하거나 강압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다. 선수들과 함께 웃고 그들 곁에서 호흡한다. 리더는 팀을 장악하는 강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는 명제에 의문을 던진 초보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준비된 철학을 수원에 심고 있다.

# 이젠 심리시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서정원 감독은 온화하고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고 산 ‘착한 남자’다. 그에게서 상대를 위압하는 카리스마를 찾긴 어렵다. 자신의 이런 성향도 밑바탕이 됐지만 그는 권위적인 강압 리더십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압적인 지시에 선수들은 먼저 거부감을 느끼고 마음을 닫게 된다.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마음을 읽고 신뢰로 대해서 스스로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깨닫고 느껴서 자발적으로 하면 훈련이 즐겁고 성과도 더 크다. 서 감독은 수원 부임 후 선수 개개인별, 연령대별로 많은 미팅을 하며 그들의 마음을 읽어왔다.

감독이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이해하고 안아주자 선수단에 변화가 왔다. 훈련장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감독이 시키지 않아도 과외 훈련을 스스로 한다. 자연스레 팀이 하나로 뭉쳐지고 있다. 그동안 수원은 FC서울에만 집중력을 발휘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하나로 뭉쳐진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주장 김두현은 “감독님이 먼저 다가와 세심하게 챙겨주니 선수들이 더 의욕적으로 훈련하고 팀이 하나로 움직이게 된다”고 했다.

감독이 공감하고 좋은 말을 해줘도 따르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그는 “그렇지 않은 선수를 변화하게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고 했다. 그러곤 라돈치치 얘기를 꺼냈다. 서 감독은 지난달 괌 1차 전지훈련을 강하게 진행했다.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벽·오전·오후로 하루 3번의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의 필요성을 선수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다들 잘 따라왔지만 라돈치치가 꾀를 부렸다. 아프다는 핑계로 훈련을 설렁설렁했다.

서 감독은 그 길로 라돈치치에게 이적시키겠다고 통보했다. 곧바로 그의 에이전트에게도 전화를 걸어 다른 팀을 알아보라고 분명히 전달했다. 쇼가 아니었다. 라돈치치는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확실히 깨닫고 달라졌다. 그는 가고시마 2차전지훈련에서도 솔선수범해서 훈련하고 있다. 5일 J리그 시미즈와의 첫 연습경기에서 골까지 넣었다. 라돈치치가 골을 넣을 경우 아이스크림을 쏘겠다고 약속한 서 감독은 이날 저녁 식사 후 달콤한 디저트를 선수단에 제공했다. 라돈치치는 동료들을 향해 활짝 웃어 보였고, 수원 선수들은 웃음을 머금고 식사를 마쳤다.

서 감독은 “축구는 희생과 팀워크, 조직력 이라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팀이 하나가 되기 위해선 선수 개개인의 마음을 읽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다음 말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축구의 훈련법이 과학적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젠 심리시대다. 마음을 읽고 스스로 즐겁게 훈련할 수 있다면 120%의 결과가 나온다.”

# 선수생활 경험 속에 길을 찾다

서 감독은 2004년 수원에서 은퇴한 뒤 코치직 제안을 거절하고 유럽으로 갔다. 현실 안주 대신 더 넓은 곳에서의 배움과 도전을 선택했다. 몸 관리를 워낙 철저히 해 오스트리아에서 다시 선수생활을 했고 이어 코치 연수를 이어갔다. 서 감독은 당시의 경험이 훌륭한 자산이 됐다고 했다.

유럽의 체계화되고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겪은 그는 “그때 다양한 경험을 한 게 앞으로 팀을 이끌 때 닥칠 여러 상황 속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유럽에서 심리학 박사들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놀이와 즐거움을 통해 팀을 하나로 만들 수 있음을 보게 됐다”고 했다. 서 감독은 괌 1차 전지훈련에서 선수를 2명씩 짝을 지어서 전체 선수단 앞에서 서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는 “오랜 기간 같이 지내면서도 서로 몰랐던 가정사와 연애 등 숨겨진 이야기들을 듣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팀이 더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또 다양한 게임과 댄스 대회 등도 열어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 수원 유니폼을 입어 세간의 큰 관심을 받는 정대세는 개인 면담을 자주 하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자신의 현역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며 눈높이를 맞춰 그의 적응을 돕고 있다. 서 감독은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즐겁게 축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겉으로 강하게 드러내는 게 카리스마가 아니다. 인자함 속에서도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진짜 카리스마다”라고 말했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철학과 팀 운영 방안을 솔직히 얘기하고 있다. 그는 “아직 베스트11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고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전달했다. ‘감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여러분이 그라운드에서 보여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 감독은 이날 시미즈전에서 전후반 각기 다른 선수들을 기용하며 건강한 긴장감으로 선수들의 의욕을 더욱 북돋았다.  “지금은 수원 선수들이 다 자기 이름을 내려놓았다. 정신 자세가 확고해졌고, 고참들이 솔선수범해서 ‘훈련을 더하자’고 한다. 마인드의 변화가 느껴진다.”

강해야 살아남는 스포츠 세계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려 하나로 묶어내려는 초보 감독의 리더십이 수원의 체질 변화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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