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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이용훈 기자 = 노병은 죽지 않는다. 전북 현대 골키퍼 최은성(42)을 위한 명언이다.

최은성은 지난해 초 1997년부터 14년간 헌신한 대전 시티즌에서 쫓겨나듯 떠나야 했다. 현역 은퇴 기로에서 전북이 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최은성은 연봉을 백지위임하고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34경기 출전, 36실점, K리그 준우승. 성공적인 인생 2막이다.

전북은 지난해 말 최은성에게 1년 연장계약을 제안했다. 불혹을 넘긴 최은성은 2013년에도 전북의 골문을 지킨다. 그는 새 시즌 등번호를 22번에서 23번으로 바꿨다. 그가 30년 넘는 축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달았던 등번호다. 최은성을 전북의 전지훈련지 브라질 상파울루 오스카 인에서 만났다.

- 전북에서 첫 시즌을 되돌아보면.

"한 팀에 정말 오래 있었고 새롭게 도전하는 입장이라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후배들이 잘해줬다. 혼자 괜히 걱정했구나 싶었다. 즐겁게 임했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처음 치른 포항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록 0-1로 졌지만."

- 500경기 출전까지 2경기 남았다.

"출전경기 수에 연연하지 않고 왔는데 어느덧 500경기가 눈앞에 와있더라. 달성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팀의 3관왕이 목표이지 개인 기록에 의미는 두지 않는다."

- 600경기 출전을 돌파한 K리거 최연장자 김병지(전남)는 어떤 존재인가.

"내가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준 전도사 같은 존재다. 몸 관리, 가치관 등 배울점이 정말 많다. 가끔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대전에서 나와 힘들어할 때 '대전에서 은퇴식도 못해준다면 K리그 선수들 모여서 해줄테니 걱정말라'고 이야기해줘 울컥했었다. 병지형은 700경기를 향해 가야 한다."

- 이운재는 작년 말 현역에서 은퇴했다.

"안타깝다. 올해도 그라운드에서 보고 싶었다. 은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남다른 사정이 있었을거다. 가슴 한쪽에는 뛰었으면 하는 생각이 컸을거다. 내가 더 아쉽다."

- 파비오 감독이 닥공(닥치고 공격)+닥수(닥치고 수비)로 우승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공수 균형을 잘 맞추려 하는 것 같다. 작년에 공격에 치중하다보니 수비가 무너졌다. 올해 새얼굴들이 가세해 전력이 좋아졌다. 주위에서 조직력 문제를 걱정하신다.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 새 시즌 새 등번호 23번을 단다.

"대전에서는 계속 21번을 달다가 지난해 전북 와서 22번을 달았다. 서상민이 21번이라 택했는데 22번은 알고보니 대전으로 임대간 김형범 등번호였다. 형범이가 올해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돌려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번은 상무에서 돌아온 권순태가 다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고민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달았던 23번이 있냐고 물었더니 비었다더라. 월드컵 때 4강에 진출하고 정말 좋았었다. 올해 월드컵 때의 등번호를 달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다."

- 한일월드컵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30년 넘는 축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난 A매치 딱 1경기를 뛰었다. 2001년 부산에서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 선발출전했다. 거스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님이 ‘긴장하지 말고 즐겨라’고 말씀해주셨고, 2-1로 이겼다.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A매치다. 태극마크에 대한 미련은 없다. 2002년에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다."

- 좋아하는 골키퍼가 있나.

"브래드 프리델(토트넘)이다. 나보다 한살 많은데 리버풀, 블랙번, 애스턴빌라, 토트넘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5년 넘게 뛰고 있다. 미국과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수문장이었다. 덩치는 엄청 큰데 반사신경이 좋다. 나이가 많은데 지금도 잘하는거 보면 존경해줘야한다. 칠라베르트(파라과이), 반데사르(네덜란드), 올리버 칸(독일) 아저씨들도 나이를 먹어서도 잘했다."

- 언제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을 것 같나.

"마음이야 솔직히 2년이고 3년이고 뛰고 싶다. 내 생각이 그런거고 상황은 그렇지 않다. 1년 계약을 했다. 올해 말까지 주어진 시간에 모든 것을 쏟겠다. 대전 시절 사제지간 이영익 상주 상무 코치님이 ‘골대에 똥칠할 때까지 해라’고 농담하셨다. 난 ‘코치님이 판단했을 때 내려 놓으라면 내려 놓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어느 순간 은퇴해야겠구나 생각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 올 시즌 목표는.

"좋은 후배 순태가 돌아왔다.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 팀을 위해 뛰는 것이 정답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0점대 실점을 해보고 싶다.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노려보겠다. 동료들과 우승 현장에 함께 있고 싶다. 2001년 포항과 FA컵 결승 전반에 광대뼈가 함몰돼 병원에서 TV로 생애 첫 우승을 지켜봤다."

- 전북에서 은퇴할 것인가.

"대전 시절 지인들이 은퇴는 대전에서 하라고 한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현재로서는 전북에서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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