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탈락, 앙리 탓만은 아니다

[폴 스탄턴] 그동안 티에리 앙리에 대한 비난은 질리도록 하지 않았는가? 이젠 우리(아일랜드)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실패한 원인을 내부에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2009. 11. 23. 오전 8:32:16

Damien Duff,France - Republic of Ireland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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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ien Duff,France - Republic of Ireland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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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 정도 앙리에 대한 마녀 사냥은 그냥 내버려두자. 나도 질레트 면도기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클리오’ 포스터를 향해 발길질을 하며, 다시는 리복 운동화를 신지 않을 것이니까. (역자주- 모두 앙리가 모델인 제품들 혹은 광고)

왜냐하면 티에리 앙리는 사기꾼에 허풍선이이며, 아일랜드가 내년 여름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앙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는 남아공으로 가게 되었지만.

그러나 아일랜드가 내년 여름 남아공으로 떠나지 못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현재와 같이 분노로 이성이 마비된 상황에서는 그 이유들을 찾기도 인정하기도 힘들겠지만,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 번째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이나 아일랜드에서 열린 홈경기 후반에 충분히 확신을 가지지 못한 건 바로 우리들 자신의 책임이기도 하다.

물론 월드컵 진출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생드니에서 펼쳐진 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다는 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경기를 경기장에서 혹은 TV로 지켜본 팬들이라면, 가장 시력이 안 좋은 프랑스 팬조차도 앙리의 핸드볼 파울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는 자신들의 주장(앙리)이 양심의 가책도 없이 손으로 볼을 건드리며 윌리엄 갈라스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이와 함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그렇지만 '도니 다르코(영화제목)'와 같은 평행 우주 이론상으로 봤을 때, 앙리의 명성에 흠집을 낸 그 순간의 전후는 전혀 다른 운명을 가지고 있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60분경 데미안 더프가 득점 기회를 살려 아일랜드가 2-0으로 앞서갔다면 경기의 운명은 바뀌었을 것이다. 더프는 마지막 슈팅에서 자신감 부족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로비 킨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운명을 뒤바꿀 기회를 날려버린 책임이 있다. 물론 우고 요리스 골키퍼를 제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공격할 필요가 있었다. 아일랜드의 주장(로비 킨)이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골키퍼의 머리 위로 기회를 날려버린 사실에 대해 변호할 아일랜드 팬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비록 그 날의 경기가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아일랜드가 선보인 최고의 원정 경기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경기가 103분(앙리가 핸드볼을 범한 순간)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아일랜드의 골 결정력 부족을 비난할 수 밖에 없다.

공격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키스 앤드류스는 상대 미드필더인 라사나 디아라를 압도했다. 리암 로렌스는 데이비드 베컴과 같은 모습이었다. 헤어 스타일과 하얀 유니폼 그리고 이상한 문신 외에도 정확한 프리킥과 많은 활동량을 보인 것이다. 케빈 도일의 돌파는 세비스티앙 스킬라치와 윌리엄 갈라스 사이를 가르며 프랑스에게 골치거리를 안겨 주었다.

아마도 골 결정력 부족은 아일랜드의 숨겨진 실패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 '만약에'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용기의 부족이 월드컵 우승컵을 쫓을 수 있는 운명을 갈랐다고 말할 수 있다.


애초에 더 문제가 되었던 경기를 말하자면, 그건 바로 아일랜드의 홈에서 있었던 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쫓는 것이 아닌 쫓기는 모습으로 전반을 마친 아일랜드 선수들은 후반에는 무기력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프랑스에게 적어도 세 골은 허용했어야 마땅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안도하는 앤드류스와 아일랜드 선수들의 모습은 바로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우울한 플레이를 펼쳤음을 인정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 경기 후 아일랜드는 수요일 벌어지는 2차전에 희망을 걸만한 게 아무 것도 보였다. 심지어 홈에서 무기력한 패배를 지켜본 몇몇 아일랜드 관계자들조차 더블린 홈에서 이점을 전혀 챙기지 못한 채 프랑스로 떠났다며 아일랜드 선수단을 비판했다.

물론 아일랜드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팀이다. 그리고 그들은 프랑스 원정에서 자신들의 축구를 선보이며 프랑스를 공략해 나갔다. 하지만 결국 아일랜드는 프랑스를 90분 내에 끝내버리는 데에 실패했다.

연장전이 시작되었을 때, 아일랜드는 마치 힘이 다 빠져 버린 선수들 같았고, 패스에서의 침착성은 물론 득점을 하겠다는 야망조차 보이지 않았다.

반면 프랑스는 플로랑 말루다와 니콜라스 아넬카가 동료 선수들을 깨우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둘은 슈팅은 물론 페널티 킥을 얻으려는 동작을 취하며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았다. 그리고 그 순간 말루다의 운명의 패스는 앙리를 향했던 것이다.

갈라스에게 보낸 앙리의 패스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연장전에서 펼쳐진 프랑스의 맹공에서 아일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승부차기에 가서 아일랜드가 꼭 승리하리란 법 역시 없다. 그건 물론 아일랜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규 시간 90분 동안 아일랜드가 프랑스를 끝내버릴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는 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아일랜드의 탈락은 앙리 때문만은 아니다. 만약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그 전에 있었던 시드니 고부의 골이 인정되었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 좌절에 대한 분노로 티에리 앙리의 셔츠를 찢어버리는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패배를 인정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물론 앙리가 사기꾼이라고 말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앙리의 속임수가 아일랜드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의 모든 이유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그리 정의로운 일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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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taunton, Goal.com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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