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볼튼 감독의 ‘이청용 사랑’

[조정길]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볼튼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후 벌써 약 90일이 지났다. 정확히는 84일째다. 감독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 이청용은 짧은 기간에 볼튼의 주축 선수로 우뚝 성장했다. 지나친 총애가 오히려 이청용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2009. 11. 6. 오후 5:20:58

Lee Chung-yong and Matt Taylor of Bolton Wanderers(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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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Chung-yong and Matt Taylor of Bolton Wanderers(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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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5일. 이청용은 선더랜드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영국 도착 30시간 만에 번갯불 데뷔전을 치렀다. 게리 멕슨 감독은 경기 이틀 전 밤에 영국에 입국해 다음 날 단 한차례의 팀 훈련을 소화한 이청용을 과감히 투입했다. 그만큼 이청용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데뷔전을 치른 후 첫 인터뷰 자리에서 “아직 시차 적응이 안됐다. 비몽사몽간에 경기를 뛰었다”고 이야기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영국 땅을 밟은 지 90일이 다됐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청용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새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고, 주축 선수로 인정 받고 있다. 8경기 출전에 2골 2어시스트. 신입생 치고는 성적도 우수한 편이다.

걱정되는 볼튼 감독의 ‘이청용 사랑’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일까. 괜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게리 멕슨 감독이 이청용을 너무 믿는 듯한 모습을 보여 더욱 걱정이 된다. 특히 멕슨 감독이 한참 적응기에 있는 이청용을 전술 변화의 중심에 내세우는 부분은 우려가 된다.

멕슨 감독은 25일(이하 현지시각) 에버튼전, 31일 첼시전에서 잇따라 소위 ‘이청용 시프트’를 통해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에버튼전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 이청용을 반대편으로 위치를 옮겨 재미를 본 멕슨 감독은 첼시전에 그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세웠다.

전문 포지션에만 집중해도 아직 갈 길이 먼 이청용에게 포지션 이동은 자칫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지난 시즌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활약한 김두현이 그랬다. 2008/09 시즌 개막 직전에 치른 프리 시즌 경기,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초반까지 김두현은 팀의 중심이었다. 당시 웨스트 브롬위치의 토니 모브레이 감독은 한참 물이 오른 김두현에게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비드필더, 측면 공격수, 스트라이커까지 번갈아 가며 맡겼다.

잘 나가던 김두현은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이후 한 달을 넘게 결장한 김두현은 자신감도, 팀내에서의 자리도 모두 잃었다. 강등 위기에 놓여있던 웨스트 브롬위치의 팀 사정 탓에 김두현에게 재적응의 시기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고, 감독은 김두현의 주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당시 웨스트 브롬위치의 측면은 늘 불안했고, 감독이 김두현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측면에 기용되니 제 컨디션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부진이 지속되면서 김두현은 자신감도 떨어졌다.

최근 이청용 역시 포지션의 변화가 계속되면서 초반에 비해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혹시나 슬럼프를 겪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英 기자 “멕슨 감독, 이청용 무리하게 기용”

5일 오전(현지시각) 볼튼과 아스톤 빌라의 맞대결을 이틀 앞두고 가진 기자 회견장에서 ‘이청용 시프트’에 대한 현지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직접 들었다. 볼튼 지역지 ‘볼튼 뉴스’의 마크 아일스 기자는 필자의 우려에 동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웨스트햄과의 칼링컵 경기 후 상승세를 타던 이청용이 최근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게리 멕슨 감독이 그를 무리하게 기용하는 면도 없지는 않다. 적응기에 있는 선수에게 잦은 포지션 변화는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청용의 포지션 변화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번 주부터는 원래 포지션에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볼튼 주장 “감독의 믿음 증거,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볼튼의 주장 케빈 데이비스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골닷컴’과 만난 자리에서 이청용의 잦은 자리 이동은 감독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데이비스는 "이국땅의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감독 역시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한 후, “이청용은 짧은 시간에도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다. 이청용을 다른 포지션에 기용하는 것은 감독이 그만큼 이청용을 믿고 있다는 증거다"고 강조했다.

이청용, 아스톤 빌라전 원정 명단 포함... 원대복귀할 듯...

이청용은 아스톤 빌라전에서 원래 포지션인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복귀할 전망이다. 또 선발 출장도 유력시 되고 있다.
 
볼턴 구단 관계자는 “이청용이 선발이 유력한 선수군에 끼어 아스톤 빌라전에 대비한 팀 훈련을 소화했다. 측면이 강한 아스톤 빌라전을 대비해 포백 수비 라인과 함께 미드필더진이 수비에 빠르게 가담하는 훈련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또 “코칭 스태프들이 이청용과 매튜 테일러 등 측면 공격수들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했다”며 매튜 테일러와 이청용이 아스톤 빌라전에 선발로 출전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일단 이청용은 아스톤 빌라전 원정 명단에는 포함됐다. 볼턴 구단의 언론 담당관은 “6일 오전(현지시각) 리복 스타디움에서 마무리 훈련을 마친 후 곧바로 버밍엄으로 떠날 예정이다. 이청용 역시 선수들과 함께 원정에 합류한다”고 말했다.

원정 명단에 포함된 이청용은 경기가 펼쳐질 아스톤 빌라의 연고지 버밍엄에서 기분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청용은 지난 9월 27일 버밍엄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잉글랜드 무대 진출 후 첫 골을 기록했다. 최근 '이청용 시프트'로 인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이청용이 버밍엄에서의 기분 좋은 추억을 되살려 아스톤 빌라전에서 축포를 터뜨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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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턴 = 조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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