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의 쌍권총' 세스크-반 페르시
[김현민] 이번 시즌 아스날이 다시 과거 화려했던 시기의 득점력을 회복하며 '총포 군단(거너스, Gunners)'이라는 애칭에 걸맞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연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에 성공한 주장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원톱 로빈 반 페르시가 있다.
2009. 11. 6. 오후 4:08:30
CL: Cesc Fabregas & Robin van Persie - Arsenal,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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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의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는 말 그대로 화려하기 그지 없다. 사실상 매경기 득점 포인트를 합작해 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세스크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에버튼과의 개막전에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화려한 시즌 출발을 알린 세스크는 부상으로 인해 전반만을 뛰고 교체되었던 포츠머스 전과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원정 두 경기를 제외하고 전경기 득점 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심지어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말이다!
간단하게 세스크의 이번 시즌 득점 포인트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세스크의 09/10 시즌 득점 포인트
프리미어 리그: 9경기 5골 9도움
챔피언스 리그: 4경기 3골 2도움
스페인 대표팀: 2경기 1골 2도움
도합: 15경기 9골 13도움
마치 지난 시즌 프랭크 람파드와 스티븐 제라드의 성적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러면 반 페르시는 어떨까? 반 페르시의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1대2로 패한)를 제외하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매경기 득점 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아쉽게도 주중에 있었던 AZ 알크마르와의 홈 경기에서 득점 포인트를 추가하는 데 실패했으나, 그 경기 이전까지만 해도 9경기 연속 득점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번엔 반 페르시의 이번 시즌 득점 포인트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2. 반 페르시의 09/10 시즌 득점 포인트
프리미어 리그: 10경기 7골 6도움
챔피언스 리그: 3경기 1골 1도움
네덜란드 대표팀: 2경기 1골
도합: 15경기 9골 7도움
두 선수 모두 매경기 한 개 이상의 득점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만 12골 15도움을 합작해 내고 있으며, 챔피언스 리그에선 4골 3도움을 합작하고 있다.
당연히 아스날은 막강 화력을 앞세워 프리미어 리그에서 10경기에 32골을 넣으며 팀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득점 2위인 첼시와의 격차는 4골차이며, 아스날이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이기에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이번 시즌 아스날은 무득점 경기가 단 한 경기도 없다!)

# 세스크와 반 페르시의 득점력이 증가한 이유는?
그러면 세스크와 반 페르시의 득점력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세스크의 경우는 4-3-3으로의 전술적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 시즌까지 아스날은 플랫형 4-4-2를 주 포메이션으로 활용했다. 그런만큼 세스크는 수비 역시 신경써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4-3-3으로 포메이션 전환을 시도했고, 이와 함께 세스크는 알렉산더 쏭빌롱과 아부 디아비의 비호 아래 공격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지난 시즌까지 첼시에서의 프랭크 람파드가 맡았던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세스크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하면서 득점 능력을 인정받았던 선수였다. 그가 처음으로 축구계에 이름을 알린 건 2003년에 열린 17세 이하 세계 청소년 대회(FIFA U-17 월드컵. 한국은 5일 밤에 열린 2009년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멕시코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에서 스페인의 준우승을 이끌면서부터이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세스크는 5골을 넣으며 당당히 득점왕을 차지했다. 당시의 활약을 인정받아 그는 아스날에 입단할 수 있었다.
참고로 2003년 핀란드에서 열린 U-17 월드컵에서 한국은 스페인과 한 조에 속했었고,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2대0으로 앞서고 있었으나 후반 들어 현재는 발렌시아의 에이스인 다비드 실바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아쉽게 2대3으로 역전패를 당한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 한국의 주축 선수로는 양동현, 신영록 등이 있었다.
아스날 입단 이후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했고, 수비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의 공격력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은 다시 세스크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투입했고, 이 선택은 현재까지 탁월한 선택으로 판가름 나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지역 예선 최종 라운드에서 그는 부상으로 결장한 페르난도 토레스 대신 원톱 아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으며, 2경기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올리며 스페인의 2경기 연속 대승을 이끌었다(벨기에 상대 5대0, 에스토니아 상대 3대0). 그러자 스페인의 축구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무적함대(스페인 대표팀 애칭)'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토레스 대신 세스크를 다비드 비야의 파트너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 페르시 역시 원톱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면서 아스날 공격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그는 지난 시즌에도 아스날 공격을 이끌던 선수였다. 그리고 부상만 없다면 득점력은 보장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 시즌 그의 활약상은 지난 시즌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리더라는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있다.
원래 반 페르시는 과거 전문가들로부터 상당히 이기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그로 인해 페예노르트 시절엔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던 적도 있을 정도였다.
아스날 입단 초창기에도 반 페르시는 상당히 이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였다. '아스날의 킹' 티에리 앙리가 자신의 파트너일 때조차 그는 종종 무리하게 슛을 쏘곤 해 경기 도중 앙리로부터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의 지도 아래 그는 한 해 한 해 성숙해졌고, 앙리의 이적에 이어 이번 여름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마저 아스날을 떠나자 리더로서의 자질까지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반 페르시가 원톱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었다. 실제 그는 시즌 초반 골을 넣지 못해 아스날 팬들을 불안에 떨게 했었다.
하지만 그는 공격진의 리더로 책임감을 가지고 최전방에서 궂은 일도 도맡아 하며 팀원들의 원활한 공격을 도왔고, 비록 패하긴 했으나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시즌 1호골을 성공시킨 이후 매경기 꾸준하게 골을 넣었다.
특히 풀햄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토튼햄과의 북런던 더비까지 프리미어 리그 5경기 연속 골(5경기 6골)을 성공시키고 있으며 이와 함께 개인 득점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린 상태이다.
반 페르시의 활약이 연신 빛을 발하자 벵거 감독은 반 페르시를 일컬어 "앙리와 베르캄프를 합친 것 같은 선수다. 두르이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또한 그는 "이제 비로소 반 페르시는 스스로의 신체를 잘 파악하게 됐다. 타고난 리더로서 동료들을 이끌고 있으며, 겸손함 역시 갖추고 있다. 반 페르시가 이번 시즌 25골을 득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반 페르시가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경쟁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반 페르시의 최대 걸림돌은 부상이다. 그는 '시즌 반' 페르시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매 시즌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결장해야 했다.
실제 그는 지난 시즌 자신의 선수 경력 중 가장 많은 출장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시즌에도 후반기에 잔부상에 시달려야 했고, 이로 인해 아스날은 상당히 고전해야 했다.
지난 시즌 그는 프리미어 리그 38경기 중 총 28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24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즉, 그가 득점왕에 오르기 위해선 일단 30경기 이상 선발 출전할 필요가 있다.

# 그 외
이번 여름 새로운 구너(Gooner: 거너스의 애칭)가 된 토마스 베르마엘렌은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5골을 넣으며 반 페르시와 세스크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골을 넣고 있다.
러시아 특급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시즌 초반 체력적으로 문제를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4골 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당당히 아스날의 주전 미드필더로 발돋움한 아부 디아비도 4골을 넣으며 세스크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또 다른 수비수인 윌리엄 갈라스도 3골과 함께 공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백업 공격수인 니클라스 벤트너와 에두아르두 다 실바는 5골 4도움을 합작하고 있고, 천재 미드필더 토마스 로시츠키도 잔부상으로 인해 제한된 경기에 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골 3도움을 올리고 있다.
그 외 부상에서 갓 복귀한 사미르 나스리, 비록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다시 부상을 당했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이 '제2의 앙리'로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티오 월콧, 아스날의 멀티 플레이어 엠마누엘 에보우에, 그리고 아스날이 자랑하는 영건들인 카를로스 벨라, 프란 메리다, 아론 램지, 잭 윌셔 등이 호시탐탐 득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제 아스날은 승격팀인 울버햄튼 원더러스 원정을 떠난다. 아스날의 이번 시즌 유일한 약점은 바로 원정에서 2승 1무 2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반면 홈에선 5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득점력 역시 홈에선 무려 20골을 넣으며 경기당 평균 4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원정에선 10골에 그치며 경기당 평균 2골을 기록 중이다.
어쩌면 이번이 원정 징크스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이다. 그리고 아스날의 벵거 감독은 세스크와 반 페르시라는 두 개의 쌍권총을 손에 들고 늑대(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애칭) 사냥을 나설 것이다. 아스날의 '리셀 웨폰' 세스크와 반 페르시의 활약상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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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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