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원정 앞둔 태극전사, 허정무호의 선택은?
26경기(14승12무) 무패행진과 함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달렸던 허정무호가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본격적인 '모의고사'를 치른다. 상대는 유럽의 강호 덴마크(14일)와 세르비아(18일).
더구나 양팀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체격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그동안 체격을 앞세운 팀에 유난히 약했던 한국에게 덴마크와 세르비아 유럽 원정은 좋은 공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점은 바로 다음달 2일 발표되는 대표팀 소집 명단이다. 월드컵이 약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에 사실상 이번에 소집되지 않는다면 내년 6월 남아공행 비행기를 탈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하기에 약간 과장을 섞는다면 이번에 발표되는 명단은 (부상 등의 변수가 없는 한) 월드컵 최종 명단에 가깝다.
지금까지 평가전에서의 선수 선발을 놓고 보면, 가장 최근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이름을 올린 23명의 선수들 중 약 80% 정도의 선수들이 허정무 감독의 구상에 자리를 잡고 있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아직 최종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은 끊임없는 경쟁 구도를 추구하고 있으며 경기장을 직접 관전하거나 혹은 코칭스테프를 통해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관찰하고 있다.
대표팀 선수를 선발할 때 부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4-4-2 포메이션을 기본 전술로 사용하고 있는 대표팀은 상대팀이나 상황에 따라 4-2-3-1 포메이션을 플랜B로 가동할 공산이 크다. 그러하기에 새로운 선수를 선발 하는데 있어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할 것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이번 유럽 원정은 그동안의 평가전들과는 달리 사실상 월드컵 최종 테스트에 가깝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선수를 선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본선 조추첨이 끝나야 비로소 월드컵 상대팀들이 결정되기에 아직 속단하기는 다소 이른감이 있다. 그러나 같은 조에 유럽 국가가 최소 1팀에서 최대 2팀까지 배치될 수 있는 까닭에 이번 유럽 원정은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선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과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한 만큼 허정무 감독은 이번 유럽 원정에 있어 그저 테스트 차원에서의 새로운 얼굴 발탁은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반대급부로 그동안 평가전에서 테스트 했던 선수들 중 본인의 플랜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선수가 있다면 가차없이 탈락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허정무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선수가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
# 이번 유럽 원정에 깜짝 발탁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DF 황재원(포항): 포항의 주장으로 팀을 AFC 챔피언스 리그 결승까지 이끈 황재원은 강력한 몸싸움과 K-리그 최고를 자랑하는 제공권으로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대표팀에 소집되었다. 하지만 불미스런 일에 휘말리며 대표팀에서 하차하고 말았고, 올 시즌 멋진 활약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선발은 요원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황재원은 K-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꼽힌다. A매치에 많이 출전하지 않아 국가대표보다는 국가대표'급' 수비수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지 모르지만 황재원의 능력은 이미 대표팀 주전으로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높은 제공권을 바탕으로 셋피스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황재원은 AFC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에서도 움 살랄을 상대로 타점 높은 헤딩슛으로 골을 성공시키며 포항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187cm의 큰 키를 바탕으로 한 제공권은 유럽의 장신 공격수를 상대로도 손색이 없다. 즉, 그의 가세는 신장이 작은 편인 대표팀 수비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조용형과 이정수의 중앙 수비진이 뛰어난 호흡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키큰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기엔 다소 높이에서 부족하기에 유럽팀 상대로는 황재원 같은 장신 수비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MF 김두현(수원): 김두현이 매우 훌륭한 기량을 갖춘 선수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현 대표팀의 4-4-2에서 그의 자리는 없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4-4-2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기에는 그의 수비력이 다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4-2-3-1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허정무 감독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중원을 두텁게 쌓기 위해 4-2-3-1을 채택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를 위해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지역 예선이 끝난 후 평가전에서 줄기차게 '박지성 시프트'를 실험했다. 그리고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 김두현 역시 박지성이 배치된 3의 가운데 위치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이다.
안정적인 볼키핑과 날카로운 침투패스 그리고 벼락같은 중거리슛을 겸비한 김두현은 언제나 수비 부담이 적은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최고의 재능을 발휘해왔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것이 흠이지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의 공격적 재능은 허정무 감독에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올 것이다.
FW 김동찬(경남): K-리그 팬이 아니라면 다소 생소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 11골 7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최고 공격수로 손색이 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후반기 경남 FC의 눈부신 질주는 '조광래의 유치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유치원의 핵심 선수가 바로 김동찬이다.
김동찬은 비록 170cm가 안되는 작은 키지만 빠른 스피드와 결정력을 갖췄고 7개의 도움에서 알수 있듯이 팀 플레이에도 능하다. 게다가 그의 최대 장점은 바로 꾸준함이다. 이번 시즌 김동찬은 5경기 연속골을 성공했는데 이는 2009 시즌 K-리그 최다 경기 연속골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해 12월 대표팀에 발탁됐으나, 왼쪽 발목 염좌로 인해 중도 하차하며 아쉽게도 태극마크를 다는 데 실패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작은 체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방출자 명단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한 김동찬은 K-리그에서의 눈부신 활약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대표팀 문을 두들기고 있다.

# 허정무의 신임은 이어질까?
DF 차두리(프라이부르크): 지난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차두리는 우측 풀백으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강인한 피지컬로 아프리카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수비수들과의 연계 플레이와 적절한 오버래핑까지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물론 오범석과 이영표, 그리고 최효진을 고려한다면 차두리가 오른쪽 풀백 주전 선수로 나서려면 앞으로도 많은 경쟁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차두리는 이들과는 구별되는 특출난 장점이 있다. 바로 셋피스에서 공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다. 실제로 차두리는 세네갈전에서 코너킥 상황이 되면 풀백으로는 이례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대로 수비 시에도 상대 장신 공격수와 대등한 몸싸움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은 경쟁자들과 구별되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FW 이동국(전북): 우여곡절 끝에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경쟁자들에 비해 아직 보여준 게 부족한 상태이다. 심지어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는 끝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세네갈과의 후반전에 대표팀은 4-2-3-1로 전술적인 변화를 주었지만 허정무 감독의 교체 카드는 그가 아닌 설기현이었다. 게다가 경쟁자인 설기현이 호주전과 세네갈전에서 연달아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는 걸 감안하면 대표팀에서의 그의 입지는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 전북에서 4-2-3-1 포메이션의 원톱 역할을 수행하며 정규 리그에서만 무려 18골을 성공시켰다. 게다가 그는 유럽 선수 못지 않은 체격을 갖췄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터뜨려줄 수 있는 '한방'을 갖추고 잇다. 후반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동국과 같이 한방을 갖춘 선수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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