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이번 시즌 승리의 키워드는 발락
[김현민] 지난 주말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1대2로 패하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첼시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4대0으로 완파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첼시가 패한 경기의 공통점은 딱 한가지. 바로 미하엘 발락이 결장했다는 점이다.
첼시의 이번 시즌 승리의 키워드는 다름아닌 발락이다. 발락이 출전한 경기에서 첼시는 전승을 거두고 있다. 발락이 출전한 경기에서 첼시는 9경기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발락이 결장한 경기에서 첼시의 성적은 1승 2패이다. 유일한 1승은 바로 챔피언스 리그 D조 최약체 팀인 APOEL 니코시아 원정이었고, 이 경기에서 첼시는 1대0 진땀승을 거두었다.
실제 경기력도 발락이 있고 없고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난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헐 시티와의 개막전을 꼽을 수 있겠다. 첼시는 개막전에서 전반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며 1대1 동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첼시의 패스 플레이는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결국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존 오비 미켈 대신 발락을 교체 투입시켰고, 발락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왕성한 활동량과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다소 거친 파울, 그리고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공급해주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첼시로 끌고 왔었다. 물론 이 경기의 진정한 영웅은 환상적인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홀로 2골을 책임진 디디에 드록바였지만, 발락의 공헌도 역시 높게 평가할만한 것이었다.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도 발락의 활약을 빛을 발했다. 이번 시즌 다크호스로 불리는 선더랜드는 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무승부를(경기 막판 자책골만 없었으면 이겼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리버풀에겐 승리를 거두며 강팀 킬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선더랜드는 첼시와의 09/10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도 대런 벤트의 선제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앞서 나갔었다. 하지만 52분경 발락이 강력한 왼발 슛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냈다. 결국 첼시는 프랭크 람파드의 페널티킥 골과 데쿠의 쐐기골에 힘입어 3대1 대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 외 발락은 번리전과 토튼햄전에서도 1골씩을 추가하며 3대0 완승에 일조했다(두 경기 모두 3대0이었다).
# 발락의 이번 시즌 활약이 두드러진 이유는?
그러면 대체 이번 시즌 발락이 회춘한 듯한 활약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다이아 4-4-2 포메이션에 있다.
발락은 현 첼시 미드필더들 중 다이아 4-4-2 포메이션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이다. 그 이유는 바로 발락이 레버쿠젠 시절은 물론, 독일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모두 다이아 4-4-2 포메이션 하에서 뛴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 4-4-2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홀딩 미드필더를 제외하고는 중앙에 배치된 2명의 미드필더가 상황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적절히 소화해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풀백들이 오버래핑을 감행할 경우 그들의 빈 자리도 메워줘야 한다. 즉, 상황 판단 능력과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셈.
발락은 선수 생활 초창기에 카이저슬라우턴에서 홀딩 미드필더를 소화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바이에른 뮌헨과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많은 골을 넣은 바 있다. 즉, 멀티 플레이어 능력과 상황 판단 능력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다이아 4-4-2는 발락을 위한 전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셈.
반면 4-3-3 포메이션에서 홀딩 미드필더를 소화했던 미켈의 경우 다이아 4-4-2 포메이션을 아직까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람파드는 약간 미켈과는 케이스가 다르지만, 람파드는 다이아 4-4-2의 꼭지점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중에 있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시피 람파드에게 있어 최적의 포메이션은 바로 4-3-3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안첼로티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람파드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이 경기 골은 람파드의 이번 시즌 첫 필드 골이기도 했다(람파드는 이번 시즌 2골을 넣고 있고, 그 중 하나는 페널티 킥이었다).
또한 발락의 높이가 첼시의 셋피스 공격은 물론 셋피스 수비에도 큰 도움을 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실제 이번 시즌 발락이 뛴 상황에서 첼시가 셋피스로 실점한 경우는 단 1골 밖에 없다. 반면 발락이 결장한 3경기에서 첼시는 셋피스로만 무려 3실점을 헌납했다. 특히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선 2실점 모두 셋피스로 실점했다.
첼시는 위건과의 원정에서 발락의 부재를 절감하며 1대3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당시 안첼로티는 "변명할 여지 없는 패배였다"며 패배를 수용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아스톤 빌라와의 원정에서 1대2로 패한 이후 안첼로티는 "셋피스 수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패인을 설명했다.
이번 시즌 발락이 출전한 9경기에서 첼시의 실점은 3실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1실점은 발락이 그라운드에 없었던 개막전 전반전 실점이었다. 즉, 발락이 그라운드에 있었을 때 첼시의 실점은 단 2실점에 불과한 셈.
반면 발락이 빠진 3경기에서 첼시의 실점은 5실점이다. 헐 시티와의 개막전 전반전 발락이 없었을 때 실점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6실점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3골이 셋피스에 의한 골이었다.
# 발락의 미래는?
첼시는 지난 시즌이 끝날 무렵 발락과 1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발락과 첼시의 계약은 종료된다. 발락은 첼시 잔류를 희망하고 있으나, 첼시는 발락의 고연령 문제를 이유로 단기 계약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32살의 발락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2010년 월드컵이 끝난 후 선수 생활을 계속할지 아니면 그만둘 지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축구를 즐기고 있고, 스포츠에 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는 한 오래 선수 생활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발락 - "내 나이 정도가 되면 미래를 단기적으로 보게 된다. 난 이미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꼽히는 곳에서 뛰고 있다. 난 런던에 집이 있고, 첼시에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우승 트로피이기에 성공에 대한 갈증으로 가득찬 곳에서 뛰길 원한다"
발락은 무관의 제왕으로 유명하다. 사실 그는 카이저슬라우턴과 바이에른 뮌헨 시절 분데스리가와 포칼(독일의 FA컵) 우승을 차지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첼시에서도 두 차례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2002년 레버쿠젠과 독일 대표팀에서 4개 대회 준우승(분데스리가, 챔피언스 리그, 포칼, 그리고 월드컵)과 2006년 첼시와 독일 대표팀에서 4개 대회 준우승(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스 리그, FA컵, EURO 2008)으로 인해 준우승 제조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번에 발락은 다시 한 번 생애 첫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도전장을 내민다. 공교롭게도 이번 역시 독일 대표팀의 메이저 대회인 월드컵과 맞물려 있다. 과연 이번엔 발락이 염원인 챔피언스 리그와 월드컵 우승을 동시에 차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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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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