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 이모저모: 구 유고 출신 선수들의 약진

[김현민] 이번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2라운드에선 스테반 요베티치(피오렌티나, 몬테네그로)를 비롯해 밀라렘 피야니치(올림피크 리옹, 보스니아), 그리고 에딘 제코(볼프스부르크, 보스니아) 등 구 유고 연방 출신 선수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Edin Dzeko, Wolfsburg (PA)
# 구 유고 연방 국가들의 약진

최근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구 유고 연방 국가들의 기세가 무섭다. 기존 강호인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를 비롯해 최근에는 슬로베니아, 그리고 보스니아마저 좋은 성적을 거두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세르비아는 프랑스를 제치고 6승 1무 1패로 7조 선두를 질주하고 있고, 슬로베니아는 북 아일랜드와 체코를 제치고 슬로바키아에 이어 3조 2위를 달리고 있다. 보스니아마저 터키와 벨기에를 제치고 스페인에 이어 5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크로아티아 역시 잉글랜드에 이어 6조 2위에 위치하고 있다. 9조 4위인 마케도니아와 8조 5위인 몬테네그로를 제외한 모든 구 유고 연방 국가들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행이 가능한 상황.


2010년 월드컵 지역 예선 돌풍의 주역 보스니아


# 구 유고 연방의 화려했던 과거

구 유고 연방은 과거 러시아와 함께 동유럽 축구의 자존심으로 불렸었다. 비록 월드컵 우승은 없지만, 1930년과 1962년 2차례나 월드컵 4강에 진출했고, EURO 1960과 EURO 1968년엔 준우승을, 그리고 EURO 1976엔 4위를 차지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구 유고 연방에 해체되기 이전이었던 1990년대 초에도 드라간 스토이코비치를 중심으로 페야 미야토비치, 시니사 미하일로비치, 그리고 데얀 사비세비치 등을 중심으로 동유럽의 강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었다.

실제 구 유고 연방은 EURO 1992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었다. 하지만 유고 내전으로 인해 불참했고, 구 유고 연방 대신 EURO 1992에 참가한 덴마크가 이변을 연출하며 EURO 1992 우승을 차지했다. 만약 유고 내전이 없었다면 덴마크의 EURO 우승도 없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구 유고 주장직을 맡았던 스토이코비치


# 구 유고 연방의 해체

하지만 구소련의 해체와 함께 철의 장막이 무너졌고, 이와 함께 구 유고 연방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로 갈라졌다(가장 뒤늦게 갈라진 게 바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이다).

민족 및 종교 문제로 갈라지는 과정에서 슬로베니아 내전, 크로아티아 내전, 보스니아 내전, 그리고 코소보 내전 등 숱한 내전을 통해 구 유고 국가들은 국토와 경제가 황폐화됐을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데올로기라는 미명 하에 목숨을 잃어갔다.

이런 내전과 혼돈 속에서 구 유고 연방 국가들은 이전과 같은 활약을 지속적으로 보일 수 없었다. 물론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가 명맥을 유지하기는 했으나 구 유고 연방 시절만큼의 꾸준함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 가자 6개의 작은 국가로 쪼개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구 유고 연방을 잇는 축구 천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의 영광시대 이끈 다보르 수케르


# 구 유고 연방 국가들의 현재와 챔피언스 리그 활약상

구 유고 연방국가들 중에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위를 차지하며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냈었던 크로아티아는 다보르 수케르를 비롯해 즈보니미르 보반, 코바치 형제, 알렌 복시치와 같은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루카 모드리치, 니코 크란차르, 베르단 촐루카(이하 토튼햄), 이비차 올리치, 다니엘 프라니치(이하 바이에른 뮌헨), 다리오 스르나(샤흐타르), 이반 라키티치(샬케), 그리고 요십 시무니치(호펜하임) 같은 선수들이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비록 브라질 출신이지만, 크로아티아 국적을 취득해 크로아티아 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에두아르두 다 실바(아스날)는 스탕다르 리에쥬와의 챔피언스 리그 H조 첫 경기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2차전 올림피아코스와의 경기에서도 로빈 반 페르시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2대0 승리에 일조했다.

구 유고 연방의 적자라고 할 수 있는 세르비아 역시 크로아티아와 함께 구 유고 연방 축구의 자존심을 이어온 국가이다. 현재 세르비아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 선수로는 네마냐 비디치(맨유), 데얀 스탄코비치(인테르), 니콜라 지기치(발렌시아), 마르코 판텔리치(아약스), 밀란 요바노비치(스탕다르 리에쥬), 알렉산다르 콜라로프(라치오), 그리고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첼시) 등이 있다.

세르비아는 최근 많은 유망주들을 배출하고 있기에 현재보다도 미래가 더 기대되는 국가이기도 하다. 네벤 수보티치(도르트문트), 고이코 카차르(헤르타 베를린), 밀로스 크라시치(CSKA 모스크바), 밀라렘 슐레이마니(아약스), 그리고 즈드라브코 쿠즈마노비치(슈투트가르트), 조란 토시치, 그리고 아담 라이치(이하 맨유)와 같은 선수들이 세르비아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다.

볼프스부르크와의 챔피언스 리그 1차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CSKA 모스크바의 오른쪽 윙 크라시치는 베식타스와의 홈경기에서 사실상의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2대1 승리의 주역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세르비아 대표팀 주장인 스탄코비치 역시 루빈 카잔과의 힘든 원정 경기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인테르의 무승부를 이끌었다. 그의 골이 없었다면 인테르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뻔 했다.

하지만 아스날과의 1차전에서 골을 넣었던 스탕다르 리에쥬의 간판 공격수 밀란 요바노비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핵심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는 2차전에선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006년 월드컵 이후에서야 비로소 세르비아와 축구 협회를 분리한 몬테네그로 대표팀에는 미르코 부치니치(AS 로마)와 국내 축구 팬들에게 친숙한 데얀(FC 서울)이 속해있다. 그리고 신예 공격수 스테반 요베티치(피오렌티나)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축구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요베티치는 이번 주말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2골을 모두 넣으며 '제2의 바죠'라는 수식어와 함께 축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심지어 이탈리아 언론들은 요베티치의 적정 몸값에 대해 벌써부터 논의하고 있을 정도이다.

신흥강호 보스니아는 주목해볼만한 국가이다. 보스니아는 독립 이후 유럽의 전형적인 약체국이었지만, 즈브예즈단 미시모비치를 위시해 에딘 제코(이하 볼프스부르크), 베다드 이비세비치, 세야드 살리호비치(이하 호펜하임), 그리고 밀라렘 피야니치(올림피크 리옹) 등 많은 뛰어난 공격수들과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배출하고 있다.

수비가 약한 게 단점이지만, 2010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무려 21골을 성공시키며 잉글랜드와 독일에 이어 팀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막강 화력에 힘입어 스페인에 이어 5조 2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이번 챔피언스 리그 2차전에서 제코는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비록 볼프스부르크의 플레이메이커인 즈브예즈단 미시모비치는 득점 포인트를 올리는 데엔 실패했으나, 상당히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들보다도 더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으니, 그가 바로 19살의 어린 플레이메이커 피야니치이다. 리옹의 전설 주니뉴 페르남부카누의 후계자로 발탁된 피야니치는 피오렌티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1차전에서도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1대0 승리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데브레첸과의 2차전에서도 1골 2도움을 올리며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 외 마케도니아에는 라치오의 에이스(현재는 재계약 문제로 인해 출전 금지 처분을 당했으나) 고란 판데프가 있으며, 슬로베니아에는 우디네세의 주전 골키퍼 사미르 한다노비치가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챔피언스 리그가 낳은 스타 스테반 요베티치


# 결론

이렇듯 최근 구 유고 연방 국가들은 많은 유망주들을 배출해내며 과거의 명성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비록 이 국가들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구 유고 연방으로 나왔다면 지금보다도 더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겠지만(예를 들어 세르비아의 수비력과 보스니아의 공격력만 합쳤다고 가정해 보라.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만 따로 떼어놓아도 충분히 좋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보스니아 영건들이 조금만 더 경험을 쌓게 된다면 한층 더 경쟁력 있는 국가로 발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 유고 연방이었을 경우를 가정해 25인의 대표팀 명단을 선정해보도록 하겠다.

GK: 사미르 한다노비치(슬로베니아), 스티페 플레티코사(크로아티아), 블라디미르 스토이코비치(세르비아)

DF: 네마냐 비디치,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 알렉산다르 콜라로프, 네벤 수보티치(이하 세르비아), 다리오 스르나, 베르단 촐루카, 다니엘 프라니치(이하 크로아티아)

MF: 루카 모드리치, 니코 크란차르(이하 크로아티아), 세야드 살리호비치, 즈브예즈단 미시모비치, 밀라렘 피야니치(이하 보스니아), 고이코 카차르, 데얀 스탄코비치, 밀로스 크라시치(이하 세르비아), 스테반 요베티치(몬테네그로)

FW: 이비차 올리치, 에두아르두 다 실바(이하 크로아티아), 에딘 제코, 베다드 이비세비치(이하 보스니아), 고란 판데프(마케도니아), 미르코 부치니치(몬테네그로)


리옹의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 밀라렘 피야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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