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Seung-ki

전북 이승기가 말하는 국가대표, 부상, 하트

[골닷컴, 일본 오키나와] 서호정 기자 = 지난 시즌 전체적인 기준에서 전북 현대의 에이스는 이재성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우승을 놓고 경합했던 후반기만 놓고 보면 이재성 이상의 팀 공헌도와 비중을 보여준 것은 미드필더 이승기였다. 

상무 제대 후 첫 풀 시즌을 치른 이승기는 31경기에 출전해 9골 3도움을 기록했다. 그 중 7골 1도움이 8월 이후에 나왔다. 팀 사정으로 인해 중앙에서 측면으로 이동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승기는 뛰어난 테크닉과 슛 기술로 팀의 주득점원이 됐다. 28라운드 강원과의 홈 경기에서는 7분 사이에 3골을 몰아치며 K리그 최단 기간 해트트릭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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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에서 뛰던 2012시즌(40경기 4골 12도움) 이후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데뷔 후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이승기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부상이 적어서 그랬던 것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실제로 이승기는 2012시즌 이후 4년 간 88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시즌당 평균 22경기였다. 2016시즌에는 상주와 전북을 합해 19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잦은 부상으로 ‘유리몸’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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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시즌에도 변함 없이 부상이 엄습했다. 2라운드 수원 원정에서 상대 선수의 위험한 파울에 무릎을 다쳤다. 한달 넘는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 뒤에는 잔부상 한번 없이 시즌을 마쳤다. 성공적인 시즌을 치른 데 대한 보상도 따라왔다. 전북과 3년 재계약을 맺고 동계훈련에 합류했다. 나흘 뒤에는 국가대표 선발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2018시즌에 대한 동기부여도 한층 높아졌다.

Q. 굉장히 오랜만에 대표팀에 뽑혔다. 얼마만인가?
A. 그날(15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들어와 기사를 보고 알았다. 2014년 1월 미국 전지훈련 때 대표팀에 뽑힌 게 마지막이었다. 정확히 4년 만이다. 가장 먼저 축하해 준 사람은 (이)동국이 형이었다. 지난 시즌을 잘 마무리한 결과가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월드컵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단 한번이라도 부여 받은 것에 대한 감사하다. 부상 없이 마무리한 시즌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

Q. 많은 이들이 동아시안컵 때 이승기를 뽑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A. 솔직히 나 자신도 기대가 있었다. 컨디션도 좋았고, 팀 안에서도 잘하고 있었다. 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 걸 보고는 부족함을 돌아봤다. 이제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동계훈련에만 집중하려고 했는데 고맙게도 뽑혔다.

Q. 이미 많은 선수들이 월드컵으로 가기 위한 어필을 했다. 이번 소집에서 이승기는 무엇을 해야 할까?
A. 신태용 감독님은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끝내셨을 거다. 월드컵을 위한 실험을 하는 훈련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이 바라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겠다. 마냥 열심히 하고 경험만 쌓고 오겠다는 마음가짐은 아니다. 잘하고 싶다. 기회의 소중함을 안다.

Q. 시즌 중 중동 이적설이 있었다. 일본 팀들도 원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결국 전북과 재계약을 했다. 
A. 나도 모르는 러브콜이 많았나?(웃음) 루머가 있었는지 많은 지인들이 외국 가는 거냐고 물어봤다. 에이전트한테 들어보니 제안은 있었지만 조건이 안 좋은 건 알아서 잘랐다고 했다. 나도 전북과의 재계약을 가장 기다렸다. 팀에서 좋은 평가와 함께 만족스러운 대우도 해줬다. 전북이 가장 좋은 팀이다. 프로 선수로서 이보다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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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년에 큰 부상이 한 차례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부상 횟수는 적었다.
A. 전북에 와서는 처음에 멋 모르고 뛰었다. 내 몸 상태도 모르고 무리를 했다. 보강 훈련을 소홀히 하면서 더 탈이 났다. 군대를 다녀온 뒤 몸 관리에 부쩍 신경 쓰게 됐다. 쉴 때도, 먹는 것도 운동을 위해 더 집중하게 된다. 최강희 감독님께서 다칠 것 같은 상황이면 무리하지 말고 발을 빼라고 하신다. 그렇다고 안 피한 건 아니지만 그런 팀의 배려 속에서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한 것 같다. 

Q. 부상이 없다는 것의 효과는 뭔가?
A. 2016년에도 제대 후 4경기 만에 발목을 다쳐서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 했다. 2달간 재활을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군대로 인한 공백기가 있는데 어필도 못했고, 팀에 좋은 선수가 많으니까 내 자리가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컸다. 2017년을 시작할 때는 출전에 급급했다. 하지만 부상 없이 경기 출전이 쌓여가니까 자신감이 올라왔다.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이 좀 더 편해졌다. 

Q. 포지션 변경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A. 축구를 시작한 뒤 대부분 중앙에서 뛰어서 원래 자리가 편하다. 하지만 찬스는 역시 윙에서 많이 난다. 팀 전술 특징상 공격포인트를 올리기는 측면이 좋다. 어느 위치든 내 역을 다 하고 싶다. 지난해 측면에서 뛰면서 생각지도 못한 해트트릭을 달성했는데 올해도 한번 더 해 보고 싶다.

Q. 올해도 변함 없이 공격 포지션에 선수 보강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보다 경쟁이 더 치열할텐데?
A. 전북에 있으면 항상 이겨야 하는 부분이다. 강팀에게 보강은 숙명이다. 그럴 때 뭔가 돋보이려고 다른 걸 하려고 하면 더 안됐다. 최강희 감독님과 오래 해 왔기 때문에 내 장점을 잘 아신다. 장점을 극대화해서 나갈 수 있도록 훈련하겠다. 부상만 없으면 기회를 주실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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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적한 뒤부터 지금까지 전북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재성과 더불어 양대 지분이라고 하는데 비결이 뭔가?
A. 플레이 스타일도 그렇고, 모나지 않은 타입이라 그럴까?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뛰고 파울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거 같다. SNS를 거의 안 한다. 온라인 상에서 반응하면 팬들이 편애한다고 느끼는 것 같더라. 대신 경기장과 훈련장에 자주 찾아오시는 분들은 이름도 기억하고 얼굴 뵈면 인사한다. 

Q. 골을 넣으면 늘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린다. 여자친구가 온 건가?
A. 안타깝게도 가족이다.(웃음) 관중석에 항상 부모님, 형수님, 조카 서린이가 온다. 처음엔 팬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경기 재개를 위해 돌아가는데 가족이 보이니까 했다. 조카가 귀엽다. 여자 아이인데 내 하트는 서린이를 위해서다. 나만의 시그니쳐니까 전북에서 다른 선수들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이재성이 종종 한다. 그런데 재성이는 뭘 하든 제재할 수 없다. 축구 잘하면 최고다. 전북과 재계약을 원한 건 가족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들이 광주에 있는데 전주로 오는 걸 좋아한다. 상무 시절에는 상주까지 오가며 너무 고생했다. 이제 1시간은 거리도 아니라고 한다. 내가 나이 먹은만큼 부모님도 연세가 많아졌다. 이제 힘드시니까 원정은 포기하고 전주만 오신다. 부모님이 아들이 축구하는 걸 편하게 보러 오셨으면 하는 마음에 전북에 남고 싶었다.

Q.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
A. 역시 우승이다. 군대 가기 전 트로피, 작년에 트로피 그렇게 리그 우승을 2번 했다. 그리고 군대 제대했는데 한 것도 없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다. 그 우승은 내가 주축이 아니었다. 올해는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도 주축으로서 들고 싶다. FA컵도 우승하고 싶다. 2014년에 나 때문에 팀이 4강에서 탈락했다. 승부차기 다섯번째 키커로 나와서 실축했다. 그때 너무 미안해서 많이 울었다. 다른 선수들이 열심히 했는데 내 킥 미스 하나로 무너졌다. 그래서 FA컵도 우승해야 한다. 목표는 트레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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