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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치 변칙 전술, 프랑크푸르트 30년만 우승 견인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가 바이에른 뮌헨과의 DFB 포칼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하며 무려 3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니코 코바치 감독은 변칙 전술과 유연한 선수 교체로 승리를 견인하며 아름다운 작별을 맞이했다.

프랑크푸르트가 '독일 축구 성지'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바이에른과의 2017/18 시즌 포칼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와 함께 프랑크푸르트는 1987/88 시즌 포칼 우승 이후 무려 3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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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바이에른은 평소대로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원톱에 섰고, 프랑크 리베리와 토마스 뮐러가 좌우 측면 공격을 책임졌으나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티아고 알칸타라가 플레이메이킹에 나섰다. 이들의 뒤를 하비 마르티네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받쳐주었다. 부상으로 결장한 제롬 보아텡의 빈 자리를 니클라스 쥘레가 대체한 걸 제외하면 사실상 최정예로 포칼 결승전에 임한 바이에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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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응해 프랑크푸르트 감독 코바치는 변칙 전술을 감행했다. 평소 3-1-4-2 주로 사용하지만 이 경기에선 바이에른 포메이션에 대응해 4-1-4-1로 나섰다. 최전방 원톱엔 미드필더 케빈 프린스 보아텡이 전진 배치한 제로톱 전술이었다. 좌우 측면 공격은 안테 레비치와 마리우스 볼프가 책임졌다. 평소 스리백에 자주 나서는 하세베 마코토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하면서 마찬가지로 수비형 미드필더 습성이 강한 오마르 마스카렐과 조나단 데 구즈만이 허리 라인을 구축했다. 

다분히 바이에른의 공격을 의식한 수비적인 포메이션이었다. 게다가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감행하며 바이에른 선수들을 포메이션상 매치업이 맞게 일대일로 수비를 감행한 프랑크푸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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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주효했다. 11분경 레비치가 순간적인 압박으로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패스를 가로챘고, 곧바로 골문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루즈볼을 잡은 보아텡이 전진 패스를 연결했고, 바이에른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레비치가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반면 바이에른은 프랑크푸르트의 압박에 막혀 전반 내내 고전하는 인상이 강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요슈아 킴미히가 잦은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을 감행했으나 레비치는 수비 라인까지 내려오면서 끈질기게 괴롭혔다. 바이에른이 자랑하는 두 플레이메이커 하메스와 티아고도 프랑크푸르트의 압박에 쩔쩔 매는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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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반 들어 시간이 흐를수록 프랑크푸르트 선수들은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서서히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에른의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후반 8분경 바이에른 수비수 니클라스 쥘레의 기습적인 오버래핑에 이은 전진 패스를 킴미히가 컷백 패스(대각선 뒤로 연결하는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간판 공격수 레반도프스키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바이에른의 동점골이 터져나온 후 양 팀 감독의 치열한 승부수가 펼쳐졌다. 먼저 승부수를 던진 건 코바치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하세베를 수비 라인으로 내리면서 스리백으로 전환한 데 이어 후반 15분경엔 볼프를 빼고 중앙 미드필더 미야트 가치노비치를 교체 출전시키며 극단적인 수비 전술 5-3-2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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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두 가지 포석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첫째 하세베와 마스카렐, 데 구즈만으로 구성된 프랑크푸르트 허리 라인이 체력적으로 문제를 드러내면서 바이에른에게 너무 쉽게 전진을 허용하자 가치노비치를 통해 떨어진 에너지 레벨을 회복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둘째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통해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프랑크푸르트가 5-3-2로 전환하자 유프 하인케스 바이에른 감독도 응수에 나섰다. 경미한 부상을 입은 티아고 대신 코랑텡 톨리소를 투입(후반 19분)한 데 이어 후반 25분경 뮐러를 빼고 측면 공격수 킹슬리 코망을 교체 출전시킨 것. 

코망은 측면 돌파에 능한 선수이기에 이를 통해 중원을 강화하느라 다소 얇아진 프랑크푸르트의 측면을 공략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교체였다. 하지만 하인케스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장기 부상에서 이제 막 돌아와 실전 감각이 부족했던 코망의 투입은 바이에른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틈을 타 프랑크푸르트는 경기 종료 8분을 남기고 골을 넣으며 다시금 리드를 잡아나갔다. 하메스와의 볼 경합 과정에서 보아텡이 가로챘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 다 코스타가 지체없이 롱 패스를 연결했다. 이를 레비치가 센스 있는 헤딩 터치에 이은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각도를 좁히고 나온 바이에른 골키퍼 스벤 울라이히의 키를 넘기는 골을 성공시켰다. 

다급해진 바이에른은 후반 42분경 리베리를 빼고 공격수 산드로 바그너를 교체 출전시키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막판엔 코너킥 공격 과정에서 울라이히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세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골문을 비우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종료 직전 단독 역습에 나선 가치노비치가 빈 골문에 가볍게 골을 밀어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코바치의 승부수가 적중한 경기였다. 변칙적인 4-1-4-1 포메이션으로 바이에른에 혼란을 가져다 주었고, 선수들의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자 적절한 교체와 스리백을 거쳐 파이브백으로 전술을 변화해 가면서 대응에 나섰다. 바이에른을 철저하게 분석한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보아텡 제로톱도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피지컬과 기술적인 능력은 물론 패스 능력까지 갖춘 보아텡이 볼을 지키다 빠르게 공격으로 질주해 가는 레비치에게 전진 패스를 연결하는 방식의 공격을 반복했다. 이는 단순하지만 공세적으로 나서는 바이에른의 뒷공간을 공략하기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의 공격이었다.

Kevin-Prince Boateng & Ante RebicGOAL

물론 다소간의 행운이 따른 우승이긴 했다. 점유율에선 23대77로 절대적으로 열세를 보였고, 슈팅 숫자에서도 8대22로 크게 격차를 보였다. 심지어 전반 8분경 레반도프스키의 프리킥와 후반 34분경 바이에른 수비수 마츠 훔멜스의 헤딩 슈팅이 연달아 골대를 맞고 나오는 행운도 따랐다.

무엇보다도 판정에서 이득을 본 프랑크푸르트였다. 레비치의 두번째 골 장면에서 보아텡이 하메스로부터 가로채기를 하다 손에 볼이 맞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는 핸드볼 반칙을 불 수도 있었으나 펠릭스 츠바이어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결과 고의성이 없었다면서 레비치의 골을 인정했다. 게다가 경기 막판 바이에른 미드필더 하비 마르티네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보아텡에게 걷어차였으나 이번에도 주심은 VAR 결과 파울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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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운이 따랐으나 그럼에도 프랑크푸르트가 선전한 경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바치의 전술적인 역량도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했다. 이에 하인케스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도 프랑크푸르트에게 잘 했다고 칭찬을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우리들은 기회를 놓쳤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칼 결승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우리는 오늘 그렇지 못했다. 물론 약간 운이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프랑크푸르트가 우승할 만 했다"라고 상대팀을 치켜세웠다.

이번 포칼 결승전 현 바이에른 감독과 차기 바이에른 감독(코바치)의 맞대결로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실 프랑크푸르트는 코바치가 바이에른 감독에 내정된 시기를 기점으로 분데스리가 마지막 5경기에서 1승 4패의 부진을 보이며 5위에서 8위로 추락했다. 이대로라면 유로파 리그 진출은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코바치는 마지막 경기에서 역량을 나타내며 결국 프랑크푸르트에게 30년 만의 우승과 유로파 리그 티켓을 동시에 선사하면서 아름다운 작별을 고했다. 바이에른 팬들 역시 포칼 결승전에서 보여준 코바치의 전술적인 역량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베를린 태생으로 고향에서 우승을 차지한 코바치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포칼 결승전이었다.

코바치 "축구는 가장 아름다운 스토리를 제공하곤 한다. 난 프랑크푸르트 구단과 팬들, 그리고 선수들 덕에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우리에게 성원을 보내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우승을 해서 너무 기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곳을 떠난다는 사실이 슬플 따름이다"

Niko Kov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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